[아이기스 w. 이클립스] 190823
“유기체 분들은 언제봐도 정말 흥미롭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느 부분이?”
언제 만나도 늘 변함없이 유기체 분들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이클립스님. 뭐, 어쩌면 이클립스님의 일에 유기체는 방해만 되니까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요.
...이클립스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아뇨... 모릅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지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계속해서 캐물을 생각도 없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기체 이야기는 어떨까요. 우리들과 같은.
“그러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드리지요.”
“또 유기체 얘기로 시작하려고?”
“아뇨.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겁니다.”
“뭔지 말이나 해.”
“바로 저희들과 같은 무기체이자, 메카닉이지요.”
“...”
평범한 표정이지만, 왠지 그 표정에서 저를 살짝 노려보듯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겉으론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눈빛으로는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기분을 받았지요.
“무기체? 네 녀석이 알고 있는?”
“그렇습니다. 아마 그 점에서도 조금 놀라신 것 같기도 하고...”
“그야, 너는 맨날 친구 없다고 그랬잖아.”
“아하하... 그건, 친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상태라서 그런 것도 있고 말이지요.”
“도대체 그건 또 무슨 상태냐.”
“뭐, 어쩌다 우연히 만난 존재들이라서 제 자체적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냐. 그 녀석들은.”
“우연히 알게 된, 두 분의 무기체 분들입니다.”
“첫번째로는, 헥토르라는 분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모습은 이러합니다.”
“이 정도면 그냥 유기체 수준 아니냐?”
“아하하, 조금 그렇게 생기긴 했죠?”
사실 그런 모습을 엄청 뿌듯하게 생각하는 분입니다. 뭐랄까, 이 분도 유기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이라서 유기체 분들 앞에서 이 모습을 자랑하며 약간 놀리듯 하는 행동을 취할 정도로 장난끼가 가득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긴, 유기체 녀석들이 좀 흥미를 가질만도 하겠다.”
“게다가 본인도 호기심이 많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정말 주변에 유기체 분들이 꼬이고도 남을 분이긴 합니다.”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말... 이클립스님은 엄청나게 싫어할 것 같은 모습이군요.”
“전부 다 치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르지. 유기체 녀석들도, 유기체를 끌어당기는 모습을 가진 그 녀석도.”
“아하하... 그래도 조금은 참아주세요.”
“그게 가능하면.”
정말, 어쩌면 그 한결같은 이클립스님의 모습이 이클립스님의 상징같은 느낌도 들어서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아, 한 분 더 있었지요.”
“그리고, 또 한 분은 바이던트라는 분입니다. 모습은 이러합니다.”
“엄청 무장한 녀석이구만.”
“자신도 이 파츠들을 ‘갑주’ 라고 표현하더군요. 충분히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갑주라, 확실히 단단해 보이긴 하네.”
“이 분도 유기체에 아예 관심이 없는 쪽은 아니지만, 대신 많이 몰리면 귀찮아합니다.”
“냉정한가보네.”
“그런 축에 속하는 성격입니다. 말수도 그렇게 많지 않구요.”
“딱 봐도 그렇게 생겼다.”
정말 흔히들 말하는 ‘겉모습으로 파악 가능한 성격’ 을 가진 분입니다. 그래도 그 무뚝뚝함과 냉정함 속에 숨겨진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겪는 순간 한순간에 그런 생각들이 녹아내리게 되지요.
“가끔은 본인도 무거운지 이 갑주를 벗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뭐, 일종의 재정비같은 것도 되니까.”
“이클립스님의 말처럼 다양한 목적이 있다고 직접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이 녀석도 따지고 보면 유기체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군. 결론적으론.”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뭐야, 그게.”
...글쎄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말 하나로 끝마치기엔 조금 애매한 타입인 분이라서 말이지요.
어쨌든, 제가 만난 무기체이자 메카닉분들은 이러한 모습입니다.
“근데 좀 웃기다.”
“어떤 부분에서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힐끔 바라보며 말을 꺼내는 이클립스님.
“그 두 녀석 다 너랑 성격이 다 달라서.”
“아하, 그렇긴 하네요.”
“딱 너는 그 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요. 정말 극과 극 사이에서 가운데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어쩌면 네가 중재 역할을 맡기도 하겠다.”
“단체로 만난 일이 적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귀찮겠구만.”
귀찮긴 해도, 서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요. 특히 이렇게 무기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 않겠습니까.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들과 이클립스님 사이의 만남도 한 번 이끌어보고 싶네요.”
...뭐, 이클립스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하실 수도 있고, 시간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이런 것도, 일종의 제 호기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