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드레드] 요리 -2-

E / P 2016. 2. 19. 23:56

겨울에는 역시 따뜻한 곳이 제일 좋은 것 같아. 길을 걷다가 잠시 누군가의 숙소를 발견했는데, 그 주변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져서 잠시 들렀다가 간 적이 있었거든. 우리들을 처음 보는데도 겁먹지 않고 환영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존재들은 사냥감으로 삼기가 힘들다는 걸 나름 깨닫게 되었달까-. 다행히 우리가 사냥감으로 삼는 녀석들은 그만큼 사악한 녀석들이거나 그런 조건이 달려있으니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늑대는 잠시 따뜻한 곳에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에너지가 다시 꽉 찬 것 같았다. 정말… 사냥감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 쫓아가서 물어올 듯한 그런 패기가 넘치고 있었달까? 최근에 늑대가 동물을 물어오면 적절한 동물은 내가 손질해서 요리로 만들어주긴 했는데, 아마 그 것도 저 패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양! 오늘은 뭘 사냥해올까?"

"글쎄, 음식으로 쓸만한 것들이라면 전부 괜찮아."

"그럼 아무거나 막 집어온다?"

"마음대로. 최대한 다듬을 수 있는 건 다듬어볼 테니까."

"좋아! 오늘도 그럼 부탁한다구!"

"늑대가 재료를 가져와주면, 당연히 나도 도와야지."

"역시 양은 항상 듬직해서 좋다니까!"


가끔은 「오늘은 어떤 걸 늑대가 물어올까?」 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요리에 흥미가 없을 때에도 그저 늑대에게 무언가 맛있을 것 같은 것을 물어오라고 종종 시키곤 했지. 왠지 늑대가 물어오면 왠지 무언가를 만들어야 될 것 같다- 라는 의무감이 생기곤 한달까. 늑대를 먹여살리기 위한 양의 고군분투- 같은 느낌? 물론 나도 늑대도 굳이 무언가를 먹어야 될 만큼 음식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늑대는 좋아하니까, 내가 베풀 수 있는 성의같은 거라고 생각해주면 될 거야.


마침 저기서 오늘도 늑대는 무언가 물어오곤 나에게 내려놓는 것이었다. 어디… 이건 꽤 거대해서 며칠동안 먹어도 될 것 같은걸. 그렇다면 아마 며칠동안 두어도 상하지 않을 그런 음식을 만들어야겠지? 이건 나 혼자서의 힘으론 조금 무리인데- 늑대는 내가 곤란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바로 돕겠다고 나섰다. 기껏 음식으로 쓸만한 것을 구해다 줬는데 또 추가적으로 일을 시켜서 조금은 미안하지만, 그래도 같이 먹을 거니까 괜찮겠지?


"혼자서 하긴 좀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걱정 마!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있는 거잖아?"

"그럼, 이번에도 좀 부탁할게."

"나에게 맡겨! 어떻게 해 줄까? 막 분해시켜줄까?"

"너무 심하게 분해하진 말고, 그냥 겉을 살짝 벗겨내는 정도로…?"

"그 쯤이야 간단하지! 다른 건 더 부탁할 거 있어?"

"그건 나중에 일단 해보고 결정할 것 같아."

"일단 이것부터 한다?"


역시 다른 것보다 늑대가 직접 물어뜯으며 다듬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니까-. 만약 늑대가 피곤하지만 않다면 항상 사용하고 싶은 기능…이라고 해야 될까. 어쨌든 그만큼 효율성이 엄청나게 좋았으니까. 어디, 일단 이 정도만 다듬으면 될 것 같다고 늑대에게 신호를 준다. 그러자 늑대는 자신이 다듬은 것의 결과물을 보곤 꽤 흡족해하는 모양새였다. 의외의 구석에서 늑대의 흥미를 깨닫게 된 부분이랄까.


"늑대는 다듬은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일단 이것도 내 작품이니까!"

"작품이라…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다음 작품은 어떤걸로 만들어줄까?"

"음, 잠시만. 생각해보고."


정작 다듬긴 했는데 무엇을 만들진 아직까지 생각하지 못해서, 조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늑대가 이렇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주어서 나름 무엇을 만들지 깨닫게 되었다. 가끔은 늑대의 호기심이 이렇게 도움이 될 때가 있어서, 역시 우리는 같이 다녀야 되는구나- 하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만들어보자."

"좋아! 내 아이디어가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는걸?"

"늑대도 그만큼 똑똑하니까."

"똑똑하긴- 그냥 본능적으로 생각난 것일 뿐이라구-!"


다음 단계는, 늑대에게 맡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