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플루 / 키네로메 / 이클립스-아이기스 / 픽카-아이기스] 191124
- 옵시플루
요즘따라 갑자기 날씨가 엄청 추워진 기분이야.
건강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설마 이 몸이 그런 걸 모르겠어? 크크.
어깨를 으쓱거리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당당한 까마귀.
그리고 그런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아누비스.
아, 그러고보니 오다가 받은 게 있지롱.
뭘 받았는데?
무려 먹을 것이라구~
까마귀가 무언가를 뒤적거리자 나오는 막대과자 하나.
이 몸에게 주는 걸 그냥 거절할 수는 없었거든.
일 하다가 받았어?
응! 나름대로 고생했다고 받은 것이긴 하지!
잘 됐네! 오면서 먹으면 되는데 같이 먹으려고 남겨둔 거야?
혼자 먹기엔 너무 매너 없으니까! 크크!
막대과자의 포장을 뜯어서 하나 들어보이는 까마귀.
그리고 곧 손을 뻗어 아누비스의 입을 향한다.
자, 우리 플루토 먼저 먹으라구!
응!
아누비스의 입에 들어간 막대과자. 아누비스도 맛있는 듯 표정이 밝다.
역시 달콤한 게 마음에 드는 과자인걸.
그치? 기분 안 좋을 때 먹으면 바로 기분 좋아진다니까~
나중에도 같이 먹자!
나중은 무슨! 아직 많이 남아있는걸.
더 뒤적거리자 막대과자들이 더 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손에 가득 잡힌다.
거의 남은 걸 다 건네준 정도인데, 들고 오느라 고생했겠는걸.
괜찮아~ 과자라서 그렇게 무겁지도 않았거든.
조금씩 먹고 싶을 때 먹자! 보관은 내가 해둘게.
응! 나중에 먹고 싶으면 혼자서 먹어도 되고~
정말 그래도 돼?
그럼! 나 혼자 먹으라고 준 것도 아닐 테니까!
하하, 고마워. 옵시디언.
뭘 이런 걸로~
언제나 화목한 까마귀와 아누비스는 오늘도 그렇게 좋은 간식을 즐겼다.
- 키네로메
과자를 먹으며 지나가는 존재들을 보는 장미와 기계.
저번에 그런 날이 있었다고 들은 것 같아.
어떤 날을 말하는 건가?
저렇게 과자를 주고받는 날이 있다고 하더라고. 뭐, 공식은 아니고 비공식에 가깝지만.
그래도 많은 존재들이 알고 있으면 사실상 공식 아니겠는가. 후후.
그건 그렇지. 그래서 과자를 잔뜩 주고받는대.
애인 사이에서 말인가?
애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사이에서도 충분히 주고받는다고 하더라고.
그런 신기한 날이 있다니, 여러모로 놀랍소.
나도 이렇게 여행 다니면서 알게 된 거라서- 여전히 놀라운 게 참 많은 것 같아.
그러다 떠오른 게 있는 듯 눈을 번뜩 뜨는 푸른 기계.
아, 저번에 마스터 없을 때 있었던 일인데...
혹시 누가 귀찮게 했는가?
아니- 그런 건 아냐. 나름대로 과자 얘기 하니까 떠오른 게 있어서.
음? 뭐, 자네도 과자를 먹을 수 있기는 하니까 이상하지는 않겠구려.
그렇겠지. 그 때 내가 눈이 아니고 입 상태였던 것도 있을테고.
어쨌든 무슨 일이 있었소?
잠시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갈 뻔했네. 마스터 덕분이지. 뭐, 그래서...
기계가 자신의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막대과자가 몇개 나오는 모습이다.
결론은 과자를 받았다고.
오오... 여러모로 좋은 존재였겠구려.
아무래도? 좋은 하루 보내라면서 받긴 했었으니까. 그런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푸른 기계.
마스터는 과자 말고 이걸 줄게.
그렇게 또 뒤적거리다가 나온 것은 마치 수혈팩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건 어디서 얻어왔는가?
음... 비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닐 거라고 믿겠소.
그런 건 아니고. 음, 어쨌든 비밀.
그래도 이렇게 따로 챙겨주는 건 언제나 참 고맙구려.
마스터를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마스터를 따르는 존재겠지. 동시에 애인이기도 하고.
무뚝뚝한 얼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감이 조금 묻어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푸른 기계.
그리고 그런 모습이 재미있는 듯 살짝 웃는 장미.
그대가 준 것을 보충이라도 할 겸, 잠시 여기서 쉬었다가 가는 건 어떻겠나?
나는 언제든 마스터 따라서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럼, 잠시 쉬었다가 가세나.
응.
각자 잠시 쉬었다가 가는 여행길.
언제나 여행에는 쉬었다가 가는 쉼터도 필요한 법이다.
- 이클립스 & 아이기스
...뭐냐, 그거.
멀리서도 보였나요?
그게 안 보일리가 없잖아.
하긴, 저희들 덩치만한 건데 쉽게 숨기긴 어렵겠네요.
어쨌든 뭐냐고, 그거...
마치 막대과자를 보는 듯한, 막대과자는 아닌 무언가 거대한 것을 가지고 오는 푸른 방패.
유기체 분들의 말을 듣자하니, 저번에 과자를 나누는 날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도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그거랑 관련된 거냐?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 날에서 한참 지났긴 했지만요.
뭐, 선물같은 걸 굳이 언제 줄 지 정해서 줄 필요는 없긴 하니까.
이클립스님도 이해해주시는 군요.
...근데 그런 걸 가져오면 누구나 어이없게 생각할텐데.
하지만 저희들에겐 그런 것이 효과가 없으니까요.
뭐, 그건 그렇다.
푸른 방패, 보라색 창.
둘 다 과자같은 건 크게 효과가 없는 무기체였으니까.
그래도... 그런 선물은 처음 받아보니까 좀 어이없기도 하고, 뭐... 그렇다고.
사실 선물이라는 걸 많이 받은 적이 없으셔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내 앞에서 당당하게 앞담까는 거 아니겠지?
설마요. 저도 선물같은 거 많이 받아본 적 없습니다.
네가?
그저 친하게 지내는 유기체들이 많을 뿐, 선물이라는 건 별개의 일이니까요.
그것도 그렇긴 하네. 어쨌든 유기체들이 귀찮게 하지는 않냐?
딱히 그런 건 느껴본 적 없습니다. 오히려 신기해하면 저야말로 기쁘죠.
하긴. 너는 호기심이 많으니까 다가와주면 좋아하긴 하겠네.
이클립스님은 그런 거 귀찮죠?
당연하지. 말 안해도 알잖아.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푸른 방패.
그래서 유기체들이 귀찮게라도 하면 여기에 펀치라도 날리라고 가져왔습니다.
...그거 유기체 녀석들이 말하는 '샌드백' 같은 거냐?
네, 그렇습니다.
내가 주먹으로 치면 바로 터져버릴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아서 제가 특별히 저희들이 주먹으로 쳐도 터지지 않는 특별한 샌드백을 만들어왔지요.
...너 손재주 좋냐?
음, 나름대로...? 그리고 제가 직접 테스트도 해 보았으니까요.
뭐- 주먹으로 때렸냐? 그걸?
네.
네 주먹으로 터지지 않으면... 뭐, 안정성 하나는 확실하겠네.
똑같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보랏빛 창.
뭐, 어쨌든 고맙다. 이런 걸 받아보네.
유용하게 사용하시길.
그래, 뭐... 유기체들이 귀찮게 하면 써보도록 하지.
푸른 방패가 적당히 막아주긴 하겠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일 것이다.
- 픽카 & 아이기스
오랜만이네요. 아이기스씨.
아, 반갑습니다. 픽카님을 아쿠아리움 이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건 처음입니다.
그렇겠지요. 그나저나, 이클립스씨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챙겨드리고 싶었던 게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챙겨드렸지요.
역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픽카님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하하.
사실 푸른 방패는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었다.
보랏빛 창을 만나고, 그 이후에 푸른 후광의 안드로이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픽카님은 유기체 분들과 나름대로 좋은 사이로 지내고 계시나요?
이클립스씨에 비하면, 서로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그런 모습을 이클립스님이 존경할 정도면, 충분히 좋은 사이로 지내고 계시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말해주니 기쁘군요. 아이기스씨도, 뭐-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겠지요?
여전히 유기체 분들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기에, 많은 기회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아이기스씨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러는 픽카님이야말로.
푸른 방패와 푸른 안드로이드가 만나면,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쁘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푸른 두 존재.
그런 의미에서, 사실 선물이 조금 남아있는데 이건 픽카님에게 드리고 싶네요.
저보다는 다른 유기체 분이나, 비슷한 무기체 분에게 드리는 게 낫지 않습니까?
설마요. 모두를 위한 선물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니, 너무 부담갖진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감사를 표하지요.
나름대로 꽤나 멋있게 꾸며진 과자 꾸러미.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 제가 이 과자를 드리면 분명 다른 분들에게 전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본인은 먹을 수 없으니, 다른 존재에게 전달하겠다- 라는 생각, 맞지요?
여러모로 본인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게 저랑 비슷할 것 같아서- 하핫...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전해드리지요.
이클립스님은 이미 제가 챙겨드렸지만, 그래도 그건 픽카님의 마음에 따라 그 이후론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이 과자들은 이제 제 것이 되었으니, 제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일까요. 하하.
그런 셈이지요.
고개를 끄덕거리며 푸른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는 푸른 방패.
여러모로 이렇게 종종 챙겨드리고 싶은 게 있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겸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굳이 선물을 챙겨오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언제든 이 주변에 있을테니.
오랜만에 아쿠아리움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다시 한 번 바라보는 푸른 방패.
같이 한 번 진짜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지요.
재미있겠군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좋습니다. 그 때가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언제나 잘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훈훈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