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기스 & 헥토르 / w. 베드로] 두 메카닉 -2편-
2020/08/31 - [메카닉] - [아이기스 & 헥토르 / w. 베드로] 두 메카닉 -1편-
"이런 건 너 전문이니까, 너부터 하는 게 어때?"
"...언제부터 이게 제 전문이었습니까."
"근데 항상 먼저 소개하더만!"
"그건... 음... 그랬던가요."
두 메카닉은 서로 잠깐 다투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기스가 먼저 베드로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저희들도 용병 생활을 하다가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는 메카닉입니다. 저는 용병때 방패를 들고 다른 메카닉이나 주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죠."
"아이기스 형제님이 처음 자신을 소개하셨을 때, 푸른 방패의 아이기스라고 하셨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붙인 건 아니고, 그런 제 모습을 본 주민들이나 생명체가 붙여준 별명과도 같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꽤 자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입력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자주 듣다보면 그렇게 입력될 수도 있겠네요."
"사실 마음에 들어서 본능적으로 입력한 거 아닐까?"
"...아니거든요."
"에이, 말은 그렇게 해도 본능은 다를지도 모르지!"
베드로는 그런 두 메카닉의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는 듯 미소짓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무래도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메카닉의 모습을 보며 바이던트가 이런 하루종일 재미없진 않을 것 같은 동료들과 함께 일을 했다는 것에 나름대로 안도하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를 것이다. 두 메카닉은 잠시 티격태격하다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마저 이어나갔다.
"다른 메카닉들은 대부분 다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많았는데, 저는 아무래도 방패이다보니 수비적인 경향이 더 강했던 흔치 않은 메카닉이라고 하더군요."
"맞아. 당장 내 기억 속에 떠오르는 메카닉들을 다 떠올려봐도 방패 드는 건 너밖에 없었거든."
"바이든도 창을 썼으니... 확실히 그렇네요."
"그래도 이런 메카닉이 있어야, 메카닉 사이의 균형이 적당히 맞지 않겠습니까? 하하..."
"균형도 중요하지요. 그런 아이기스 형제님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헥토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불쑥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 이미 웬만한 대화는 다 끝난 상태이기에 끼어들었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하겠지만.
"아이기스에 대해 더 궁금한 거 있어?"
"음, 아뇨...! 이 정도면 그럭저럭 충분히 들은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내 차례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허리에 손을 올리곤 당당한 모습을 취하는 헥토르. 그런 모습으로도 충분히 그가 지금까지 어떤 것들을 했을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 전부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나도 용병이었지!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하는 공격적인 메카닉이었달까?"
"바이든은 두 자루의 창이었는데, 헥토르 형제님은 두 자루의 검이시군요?"
"나는 날렵한 느낌이라면, 바이던트는 완전 묵직한 느낌이지. 근데 묵직한 거 치곤 좀 빠르지 않아?"
"아, 맞아요! 가끔 바이든이 혼자서 창술을 연습하는 모습이라던지,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답니다. 어떨 땐, 서로 대련도 했었지만요."
"너도 실력이 좀 굉장한가본데? 바이던트랑 같이 대련할 정도면."
"...에, 아니예요...! 이제는,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크크, 바이던트의 친구다운 굉장한 실력이라는 것만 알면 된 거지."
두 메카닉들도 바이던트처럼 무언가 끝까지 집요하게 캐물어보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 그냥 알려주는 것만 적당히 알아도 웬만한 건 다 이해했다는 듯 즐겁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변에서도 그리고 메카닉 자신들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희들도 처음부터 알게 된 사이는 아니었고, 용병 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그 이후로 이렇게 지내게 된 것입니다."
"맞아! 용병이라는 게 뭉쳐서 활동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팀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여러모로 참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고생은 무슨- 그때까진 이게 우리들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걸."
"지금은... 물론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그나마 끝까지 집요하게 고집부리다가 우리들이랑 같이 여행으로 발을 돌린 게 바이던트였을지도."
"...바이든이 그랬다고요?"
"워우, 꽤나 의외라는 것 같은 반응이네?"
헥토르는 살짝 웃더니 당신을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바이던트가 과거엔 엄청 냉정하고 차갑고 무서웠거든. 진짜 명령만 내리면 그것만 주구장창 하는 녀석이었다니까."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을 때에도, 저희들이 티격태격할 때 중간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답니다."
"그런 바이든을 어떻게 잘 끌어들이셨네요...?"
"아마 너도 알겠지만- 바이던트도 일단은 자아가 있으니까, 그런 걸 하기 싫었던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었지."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그 틈에 헥토르가 살짝 노려본 것도 없진 않았겠지요."
"아아-..."
베드로는 바이던트가 두 메카닉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는 걸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살짝 웃으며 말을 꺼냈다.
"뭐랄까, 정말... 바이든다운 모습이긴 하네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나저나 거기선 얌전하다고 했던가?"
"네...! 강아지같은 모습이라고 했었지요."
"그만큼 베드로님을 많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것도, 우리들이 화목하게 지내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랬을 테니까."
"...헤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기뻐요."
그렇게 두 메카닉은 베드로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헥토르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베드로를 호기심 어린 바이저 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은 메카닉인데, 너는 어떤 종족이야? 불꽃인가?"
"후후, 불꽃은 아니예요. 그림자랍니다."
"그림자? 우와, 움직이는 그림자!"
"그동안 다양한 종족의 분들을 보긴 했지만, 그림자는 엄청 신기하네요."
"바이든도 비슷한 반응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메카닉분들은 다들 비슷하신 걸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아이기스도 대놓고 티를 내지 않았을 뿐, 베드로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건 헥토르와 똑같았다. 그저 헥토르가 너무 격하게 베드로를 관찰하며 흥미를 가지고 있었을 뿐. 그렇게 두 메카닉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베드로는,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아, 혹시... 메카닉 형제님들은 바이든의 주인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주인?"
"...주인, 말씀이십니까?"
두 메카닉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베드로도 그런 모습을 보더니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 말한 건 아닌지 조금은 의문이 든 것마냥 두 메카닉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두 메카닉은 다시 베드로를 바라보곤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저, 저기... 혹시... 제가 하면 안 되는 말이라도..."
"그건 아니고, 우리들도 잘 몰라서 그래. 히히."
"...네...?"
베드로는 헥토르의 대답을 듣곤 조금 당황한 듯 멈칫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베드로의 모습을 보곤 아이기스가 헥토르 대신 말을 이었다.
"약간 바이던트는 이런저런 비밀이 많은 메카닉이었거든요. 워낙에 그런 것들을 쉽게 말해주지 않아서..."
"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제가 바이든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뭘 묻고 싶어도 제대로 답을 들은 게 별로 없어서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동료 사이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지요."
"...하긴, 저와는 정말 매우 친한 벗우이니까 조금이나마 알려줬던 것일지도..."
"그러니 나중에 바이던트 만나면 다양한 이야기 좀 들어서 우리한테도 가르쳐 줄래?"
"형제님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된다면요...!"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하듯, 꽤나 두 메카닉과 베드로 사이에서 진지한 분위기가 흐르는 듯 보였다. 물론 헥토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분위기를 바꿨지만.
"아무튼, 우리들이랑 친구할래?"
"...네!?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같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많은 건 좋은 일 아니겠어?"
"저도 동감입니다. 게다가 베드로님은 바이던트와도 이미 알고 있으니, 저희들과도 꽤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그 이후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적어도 두 메카닉과 베드로가 꽤나 좋은 사이가 되었을 것 같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