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아이기스 & 헥토르 / w. 베드로] 200907 -선물-

E / P 2020. 9. 7. 00:36

 


 

"이런 곳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다니, 참 기쁜걸."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더 즐겁네요."

"형제님들도 기쁘게 생각해주셔서 저도 기뻐요...!"

"그러고보니 바이던트랑 우리들 빼고 다른 친구들도 있어?"

"에, 그건..."

 

 

베드로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본 두 메카닉은 꽤나 의외라는 듯 베드로를 바라보았다. 눈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바이저의 빛이 살짝 움직이는 것과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메카닉은 곧 행동이 표현이나 다름없었으니.

 

 

"저희 종족은 혼자 다니면서 동시에 개인주의인 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친구같은 건 상상도 못할 일이랍니다."

"헤엥, 그래? 그건 굉장히 의외인데."

"그렇다는 건... 베드로님은 좀 특별한 케이스인 것이겠네요."

"어쩌면 그렇겠죠...?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소중한 벗우와 형제님들을 만나게 되긴 했지만요."

"누구나 다 똑같을 순 없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형제님들도 그렇고... 메카닉 분들을 보면 뭔가 그런 생각이 들곤 하네요."

"어떤 생각 말씀이십니까?"

 

 

혹시라도 베드로는 자신의 말이 두 메카닉에게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살짝 고민하는 듯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그게... 뭐든지 다 그럴 수 있지- 라고 받아주시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생명체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뜻이지!"

"모두가 다 착할 수 없고, 모두가 다 나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착함과 나쁨으로 모든 걸 다 구분할 수는 없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정작 우리들이 어떤 생명체를 그만큼 오랫동안 만나는 것도 아니거든."

"저희들도 어쨌거나 여행을 다니는 메카닉이다보니, 진짜로 착한지, 진짜로 나쁜지 구분할만큼 오랫동안 머무르지도 않는 편이니까요."

"아- 그렇겠네요..."

"근데 이젠 네가 예외가 된 셈이지!"

"...헤헤."

 

 

웬만해선 한 번 적당히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끝난다는 두 메카닉의 경험담이기도 했다. 아마 그들에게도 베드로는 꽤나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한 번 적당히 만나고 헤어지는 존재가 아닌, 항상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는 친구와도 같은 사이의 존재가 생긴 것일 테니까. 베드로에겐 바이던트 이외의 다른 메카닉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과, 동시에 다른 메카닉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 특별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참 좋은 사이가 될 것이라는 걸 서로는 과연 알고 있었을까.

 

 

"오랫동안 머무르진 않아도, 어떤 장소에서는 메카닉에 대한 소문이 좀 퍼졌던 모양인지 마치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 맞이하던 곳도 있었죠."

"정말인가요...!? 그 곳에서 겪었던 일들도 들어보고 싶어요!"

"마치 우리들이 유명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니깐- 그치?"

"네...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어딜 가든 항상 저희들을 따라오는 존재들이 있었을 정도면..."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셔서 형제님들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저는 조금 부담스럽긴 했습니다만..."

"이쪽은 오히려 재밌었는데!"

"후후, 아이기스 형제님과 헥토르 형제님다운 반응이네요!"

 

 

베드로는 그런 두 메카닉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궁금해진 듯 다시 추가적인 질문을 꺼냈다. 그 사이에 초롱초롱한 눈이 된 것은 아마 두 메카닉도 이미 눈치챘으리라.

 

 

"혹시... 많은 분들이 맞이해주신 만큼 선물같은 것도 있었겠네요?"

"응!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받긴 했었지."

"저희들이 집이라던지 그런 게 없는지라, 가끔 어떻게 보관해야될지 고민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요."

"그래도 그럭저럭 무겁지도 않아서, 잘 가지고 다니게 되더라구."

"다들 간단한 선물을 주셨나봅니다."

 

 

두 메카닉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헥토르가 마치 문득 떠오른 것마냥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베드로와 아이기스는 그런 헥토르의 모습을 보며 헥토르가 무엇을 하려는지 조금 의문인 것마냥 바라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기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헥토르 형제님...?"

"우리, 그거 좀 많이 남아있던가?"

"그게 뭔지 말씀을..."

 

 

아이기스는 마치 헥토르에게 다시 되묻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꺼냈지만, 곧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게 무엇인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저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베드로만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을 뿐.

 

 

"...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하나씩 정도는, 충분히 여분이 있을 겁니다."

"에, 저기... 혹시 그게 뭔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헤헤, 별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잠시 다녀올게!"

"에에..."

 

 

여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어디론가 달려가는 헥토르를 바라보는 베드로와 그런 베드로의 옆에서 토닥여주듯 어깨 부분을 손으로 건드리는 아이기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아이기스의 모습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아이기스 형제님은... 알고 계십니까?"

"네,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인지 몰래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정말 별 건 아닙니다. 그저 조그만..."

 

 

아이기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저 멀리서 헥토르가 무언가를 가지곤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기스와 베드로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몸에 맺혀있는 액체같은 것들을 닦아내고는 편안하게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다. 아무래도 땀같은 게 몸에 묻어있었던 모양인데, 달리기같은 걸로 메카닉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모양이다.

 

 

"진짜 빨리 오려고 노력했다구-"

"아, 다녀오셨군요... 헥토르 형제님, 무엇을 가지고 오셨나요?"

"짜잔!"

 

 

헥토르가 무언가를 두 손에 쥐곤 베드로의 앞으로 뻗어보인다. 헥토르의 손에는 메카닉의 인형들이 들려있었다. 아이기스, 헥토르의 인형은 당연히 존재했고 의외로 바이던트의 인형도 같이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어때? 귀엽지?"

"이건... 형제님들의 인형인가요...!?"

"저희들의 모습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만들었더군요."

"뭐- 어쨌거나 정보가 발달한 시대이니까, 어디선가 우리들의 모습을 찍어선 소개라도 했나봐."

"바이든의 인형까지 있을 줄은..."

"지금은 잠시 다른 곳에 있어도, 어쨌거나 우리들은 끈끈한 동료이니까!"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베드로는 인형들을 보고 있다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약간은 주눅든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도 형제님들에게 제 인형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에이, 친구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걸."

"저희들이 선물을 바라고 베드로님에게 선물을 준 건 아니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다행이네요..."

 

 

주눅들어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두 메카닉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한편으로는 그런 두 메카닉도 큰 욕심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바이던트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듯 싶기도 했다.

 

 

"그래도, 바이든에겐 제 인형을 주었으니 그걸로도 충분한 것일지도..."

"우리들도 친구이긴 하지만, 너에게 정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친구는 바이던트니까!"

"저희들의 선물을 잘 간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쁘니까요."

"나중에 바이든에게 자랑할만한 물건들이 생겼네요!"

"그러고보니 바이던트에게 우리들 소식 전해달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거 보여주면 확실히 전해지긴 하겠다."

"헤헤, 그렇네요...!"

 

 

베드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두 메카닉.

 

 

"소중히 잘 간직해주세요."

"물론이지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두 메카닉은 이미 알고 있었다. 베드로가 그 선물들을 정말 언제나 잘 간직해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