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토르 w. 칸쵸] 200929
새로운 장소에 방문하면 언제나 호기심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특히 헥토르는 이런 새로운 장소에 오는 걸 매우 좋아했었는데, 주변에서 자신을 보았을 때에 나오는 다양한 반응들을 즐기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 곳은 로봇과도 같은 존재들이 많이 존재하는지 다른 곳에 비하면 큰 반응이 없어서 내심 아쉬워하는 모양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런 존재들이 많이 존재하기에 열리는 행사들도 많아서 더욱 큰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이 곳에서 종종 열린다는 격투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육탄전을 좋아하는 헥토르의 입장에서 이런 귀중한 대회를 그냥 놓칠 일은 없는 노릇이다. 물고기 앞을 지나가는 고양이의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격투대회의 입장에서도 외부인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대회에 참여한 것에 대해 큰 환영을 보이는 모습이었으니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육탄전에 능숙했던 헥토르이니 당연히 상대들을 가볍게 제치고 높은 등수까지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높은 등수까지 올라갈수록 그만큼 강력한 적수를 만나게 되는 법. 지금까지 가볍게 넘겨왔던 상대방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매우 강력한 적수를 만났다. 얼마나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무승부로 기록될 정도였으니 둘의 실력이 얼마나 비등비등한지 대충 예상할 수 있으리라. 그 이후에 다시 재대결을 했을 때에는 공동 우승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는데, 외부인으로서 공동 우승에 기록되는 건 아무래도 흔치 않은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후, 역시 육탄전은 최고란 말이지! 함께 즐겨줘서 고마워-!"
공동 우승을 했을 때, 헥토르가 꺼낸 한 마디였는데 그가 정말 이 격투대회를 즐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후, 다시 격투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소식을 들은 헥토르는 당연히 이번에도 다시 대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듯 대회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서 개인전을 펼치는 것이 아닌 다른 존재와 팀을 맺어 듀오로 움직이는 대회인 듯 보였는데, 헥토르는 살짝 고민하다가도 "뭐 어때!" 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등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같은 팀의 존재가 육탄전에 약해도 자신이 다 커버하겠다는 그런 자신감일지도?
그런 헥토르의 걱정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처음엔 개인전으로 자신의 실력을 펼치는 시간을 가지다가, 어느정도 등수가 높아지면 2명씩 팀을 맺어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후에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아도 언제나 걱정같은 건 잔뜩 가지고 있는 헥토르였기에 더욱 더 자신만의 육탄전을 연습했다. 남들과는 조금 독특한 느낌을 표출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헥토르의 육탄전은 언제나 신기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전달해주곤 했으니.
그렇게 팀을 맺는 과정이 되었을 때, 자신의 팀이 누가 되었을지 확인한 헥토르는 살짝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곤 팀이 대기하는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자, 곧 자신과 팀이 된 상대방도 장소에 도착했고, 그 존재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조금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허, 너는?"
"오호- 우리가 같은 팀이 된건가?"
다시 한 번 헥토르는 어깨를 으쓱거렸고, 상대방도 같이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헥토르를 바라보곤 한 마디 건넸다.
"짐이나 되지 말라고."
헥토르를 바라보곤 살짝 웃더니 팀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에서 먼저 나와 적팀을 향해 바라보았다. 헥토르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의 팀원에게 주먹을 살짝 내밀었다.
"칸쵸였던가? 서로 마음 한 번 잘 맞춰보자구-!"
서로 살짝 주먹을 맞대며, 대회에 나선다. 물론 결과는, 그들의 승리였고 나름대로 흡족한 결과에 서로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오늘 고마웠어-!"
"뭐, 마음이 잘 맞았을 뿐이지."
"나중에 따로 놀러가도 돼?"
"글쎄? 올 수 있으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약속하듯 모습을 보이곤 만족스러워하는 헥토르의 모습과, 그런 헥토르의 모습을 흥미롭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바라보는 칸쵸의 모습이 겹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