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러-1] 201219?
그쪽을 구원하는 건, 그 어느것도 아닌 그쪽의 동행자일까요.
마치 지금의 제 모습처럼.
이 편지가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 일단은 작성해둔다고 해서 나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유로파에 다녀온 이후로, 어느샌가 그쪽에 대한 생각이 꽤나 많이 들더군요. 엘릭스니 사이에서도 다양한 가문이 있다고 이야기로는 들어오긴 했지만, 그런 새로운 가문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는 일일까요. 어쨌거나, 잡담은 조금 줄이도록 하고, 지금의 그쪽은 어떻게 지내시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 마음에 이렇게 간단한 편지라도 작성해 봅니다.
어떤 지도자가 지도를 하는가에 따라서, 가문의 분위기는 크게 뒤바뀌기 마련입니다. 유로파의 분위기도, 아마 지도자의 분위기가 그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된 거겠죠. 그쪽은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애초에 휩쓸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계시니 생각해보면 휩쓸리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구나- 하고 동시에 생각하게 됩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엘릭스니 사이에서도 여명과도 같은 그런 축제같은 것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그쪽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뭐, 그쪽이 과거에 '이렇게 빛의 힘에 의지하는 나약한 종족' 이라는 뉘앙스로 무언가 말하셨던 게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 아닌 듯 해서 제 말을 그쪽이 들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쁘진 않은 생각이자 행동이니까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빛과 어둠을 언제나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타이탄을 위해 쿠키를 구워주고, 제 사랑을 바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 그쪽이라면 그쪽만의 어떤 재주가 있을테니 그런 재주를 잠시 발휘하여 그쪽의 사랑하는 동행자에게 무언가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쿠키라고 하니 가끔 루이스를 위해 엘릭스니 새 모이를 만들어서 주곤 하는데, 그렇다는 건 엘릭스니들 사이에서도 쿠키를 먹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곤 하더군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리고 그쪽이 흔쾌히 받아준다면 그쪽 분들이 간단하게 즐기실 수 있는 쿠키들도 만들어서 드리고 싶은데, 물론 제 마음만 너무 앞서나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쪽이 거절하는 건 아닌지 조금 여전히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기는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쪽이 원한다면 만들어서 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지금까지 그쪽도 서로가 잘 이어져왔던 만큼, 서로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입니다.
길게 적어도 크게 의미는 없을 것 같으니, 이만 내용을 줄여봅니다.
그쪽의 이름은 여전히 제대로 모르는, 사랑하는 애인에게 '의존'이 아닌 '의지'하는 존재, 어드벤처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