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 대니먼 / 어드벤처러] 210716
같은 존재들 사이에서도 좀 더 멋있고 듬직한 존재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라고 예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누구나 다 겪어보았을 그런 경우겠죠. 그만큼 자신도 듬직해지고 싶으면서 남들에게 멋있는 존재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할 테고, 반대로 그런 존재를 보고 열등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차이를 보며 심경의 변화를 겪게 만드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다른 쪽으로 흥미가 더 많은 편이었기에 그런 듬직함이나 멋짐과는 별개로 제 지식이나 추억 등을 쌓는 것이 더 즐겁게 느껴져서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넘기는 일이 많았던 것일 뿐이죠.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항상 늘 똑같은 것이 아닌,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갑작스레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갑작스러운 만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한 번 꺼내볼까요, 그 듬직하고도 멋있는... 저에게 동경심을 준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늘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기억 속에 가득 담아두는 것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남들의 발자국이 쉽게 닿지 않는 곳을 찾아내어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발자국이 쉽게 닿지 않는 곳이지만, 저 이외에도 다른 탐험가들이 존재할 것이기에 그런 탐험가들의 흔적을 발판으로 삼아 더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던 중, 유독 특이해 보이는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발자국과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꽤나 거대한 느낌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도 조그마한 발자국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 거대한 발자국을 가진 존재만이 발견한 장소인 것 같아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그 발자국을 따라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눈에 가득 담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과연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무엇이 저를 반겨줄 지에 대한 기대감도 가득 담은 채 말이죠.
그렇게 발자국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지금까지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는 자세히 볼 수 없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방패를 위주로 사용하는 듯한 거대 메카닉인 듯 보였습니다. 이런 곳에서 메카닉을 마주하게 되다니, 마음 속에서 기쁜 마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그 거대한 메카닉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저, 이야기... 괜찮으십니까...?"
거대한 메카닉은 몸을 돌려 저를 바라보았는데, 제가 고개를 잔뜩 위로 돌려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메카닉이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그 거대한 메카닉은 몸을 숙여주었고, 그러자 나름대로 제가 고개를 위로 들었을 때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눈높이가 맞추어졌습니다. 생각보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느낌에 살짝 주춤거렸고 말도 조금 떨리듯 나왔지만, 그럼에도 먼저 계속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곳에서, 무엇...을..."
제 말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 거대한 메카닉은 큰 손을 내밀어 저를 쓰다듬듯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 어루만짐에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그 거대한 손을 끌어안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그 거대한 메카닉은 저를 어루만지던 손을 잠시 거두어들이곤 이마 부분에 손을 올리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시늉을 보였습니다. 그 행동만으로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죠. 그러면서도 이미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간단한 질문을 꺼냈습니다.
"혹시, 말을 꺼내실 수 있나요?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말에 바로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젓는 거대 메카닉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보통 이렇게 거대한 메카닉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만큼 행동을 통해 확실하게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저를 만난 것 이외에도 꽤 다른 존재들과 이런저런 소통을 많이 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조용히 추측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이 거대한 메카닉도 제 시선이 낯설지 않은 듯 오히려 계속해서 저를 어루만지며 안정시켜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안정감에 계속해서 빠져들고 있는 제 모습을, 이 거대 메카닉도 보고 있겠죠?
"말은 할 수 없는 모양이네요. 만약 말하실 수 있다면- 이름이라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기에 잠시 아쉬운 마음은 마음 깊숙한 곳에 접어두고,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도 당연할 것 같아 거대 메카닉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습니다.
"그래도 제 소개는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드벤처러라고 합니다. 이곳저곳 탐험하고 지식을 쌓는 걸 좋아하는 존재이기도 하죠."
제 소개를 듣곤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곤 제 앞으로 내미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마치 만나서 반갑다는 듯 악수를 하자는 느낌처럼 보였고, 실제로 손을 잡자 손을 흔드는 것을 보니 악수를 하자고 했던 것이 맞는 모양입니다. 말을 하진 못해도 행동으로는 정말 표현을 잘 하시는 것 같아서 재미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가 거대 메카닉의 방패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습니다.
"방패를 사용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는 건- 누군가를 지켜주는 걸 위주로 활동하시겠네요."
제 말에 고개를 한번 더 끄덕거리며 거대한 방패를 제 앞에 들어보였습니다. 누가 봐도 정말 듬직하게,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위압감을 뿜어내는 방패였습니다. 그런 방패를 보고 있으니, 본능적으로 입 밖으로 말이 새어나왔습니다.
"정말, 누구든 다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방패네요. 그 방패로 저를 지켜주신다면, 정말 기쁠지도."
약간의 소유욕같은 욕망이 담긴 말이었어서 뒤늦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럼에도 그 거대한 메카닉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저를 끌어당기곤 방패 안으로 숨겨주듯 행동을 취해주었습니다. 그런 행동에, 솔직히 말하자면... 심장이 정말로 두근거렸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누군가가 저를 지켜준다는 그런 분위기가 이렇게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울 것이라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마치 제 모습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거대 메카닉은 방패 속에서 저를 손으로 보듬어주곤 따뜻하게 끌어안아주듯 손으로 감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감정이 쏟아져 나오며 그대로 그 메카닉의 손을 끌어안고 싱긋 미소지었습니다.
"...저도 당신을 지키고 싶어요."
제 말에 거대 메카닉은 제 얼굴을 커다란 손의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행동에서 메카닉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의 몸부터 챙기라는 뜻이었겠지요.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덩치 차이에서도 그렇게 보일테고, 그 메카닉에 비하면 저는 정말 약하고 언제 쓰러질 지 모르는 존재일 테니까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그 메카닉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일테니,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도 분명 깨달아야 될 것입니다.
그렇게 거대 메카닉의 손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거대 메카닉의 얼굴을 바라보곤 그 얼굴을 껴안았습니다. 한 번쯤, 이렇게도 껴안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겠죠.
거대 메카닉의 얼굴을 껴안아주자 그 메카닉도 똑같이 저를 껴안아주었고, 그런 과정에서 메카닉은 어떤 정보를 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홀로그램과도 같은 정보에는 그 메카닉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은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는데, 그 화면의 구석에는 마치 이 메카닉의 이름처럼 보이는 듯한 것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건... 당신의 이름인 거겠죠?"
화면에 손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다시 메카닉의 얼굴을 바라보며,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대니먼... 이라고, 읽는 것 같네요."
메카닉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저를 다시 따뜻하게 껴안아 주었습니다. 아마 이게 진짜 이름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단어같은 것인지 여전히 제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메카닉 분께서 저를 껴안아 주는 것을 보니 마냥 싫지만은 않은 모습이기에 계속 이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대니먼. 이렇게 따뜻하게 누가 껴안아주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낯설지만, 따뜻하고 좋네요."
제가 남들과 일부러 거리를 두어서 그런 것보단, 워낙 혼자서 탐험하고 그러는 걸 좋아하다보니 누군가와 만나는 건 있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밀접하게 서로 껴안고 그랬던 적은 없어서 꽤나 낯선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니먼에게라면, 이렇게 하루종일 껴안고 있어도 기분이 좋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계속해서 들었기에 먼저 다가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거대 메카닉... 아니, 대니먼은 그저 따뜻한 기운을 계속해서 저에게 내뿜어주며 방패를 다듬었습니다. 마치 이 곳에서 충분히 쉬었으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다니시겠습니까? 혼자 다니는 것보단, 같이 다니는 게... 더욱 다양한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니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잡자는 듯 커다란 손을 저에게 뻗었습니다. 그렇게 뻗은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다시 발걸음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니먼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 오늘 처음 듣는 소리이지만, 그럼에도 불안과 두려움보다는 마치 무엇이든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희망찬 발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 희망을, 앞으로 대니먼에게 계속해서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대니먼에게 줄 수 있다면...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