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어드벤처러-1] 220101

E / P 2022. 1. 1. 02:44

 

 


 

이제 여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이번에는 새로운 해가 우리들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이런 새로운 해를 언제나 대니와 함께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늘 저를 기쁘게 합니다.

 

 

생각해보면 열심히 선봉대의 임무를 수행한 것 같으면서도 선봉대에게 허가를 받고 오랫동안 휴식을 취했던 것 같은 1년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이렇게 오랫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선봉대 측에서도 저희들이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는 걸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덕분에 대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지만요.

1년 사이에 정말 별 일이 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까마귀가 눈을 떴다던지, 기갑단의 증명의 장에 섰다던지, 벡스를 방해했다던지, 오시리스의 정체가 사바툰이었다던지... 정말 상상도 못할 일들이 잔뜩 벌어진 해였죠. 그런 일들을 처음 겪을 때에는 좀 놀라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보다 더 큰 일이 나중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조금씩 무덤덤해지는 기분도 들곤 했습니다.

대니는 이런 일들을 겪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나중에 알려줄 수 있다면, 대니가 느꼈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들어보고 싶네요.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운 1년을 보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만족스러웠다- 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했을지도 모르는 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대니를 더 열심히 챙겨주고 싶었는데 제가 이것저것 시간이 부족했던 나머지 대니를 더욱 사랑하고 챙겨주지 못했던 것 같아서 조금 미안했던 기분도 들었고요. 그렇기에, 이번에는 조금 더 굳게 다짐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해에는, 이 부족함을 완전히 채우고도 더 넘칠 정도로 대니를 더 열심히 사랑할 겁니다. 저를 위한 오직 하나뿐인 타이탄을 정말 사랑으로 가득 채울 거예요. 다른 워록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그리고 저도 다른 타이탄을 바라보지 않을 정도로 오직 사랑으로 가득 채워서 이 쿼터를 뜨겁게 만들 겁니다.

이미 잔뜩 뜨겁긴 하지만, 더 뜨거워져도 나쁠 일 없잖아요? 하하.

 

 

여전히 대니를 볼 때마다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이 욕구는, 정말 타이탄에 푹 빠졌다는 것을 몸이 증명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도 오직 하나뿐인 대니를 위한 욕구라고 생각하니... 왠지 참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니를 볼 때마다 저를 맛있게 먹어달라고 말하곤 했죠. 아마 대니도 그렇게 말할 때마다 바로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고 있으면... 대니도 저를 볼 때마다 그런 욕구가 잔뜩 솟아올라서 그런 거겠죠?

그런 욕구를 앞으로도 더욱 참지 못하게 만들, 더욱 섹시한 워록이 되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목표만큼은 대니를 위해서 꼭 달성하고 싶어요. 대니가 늘 외롭지 않게, 대니가 언제나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그리고 대니가 언제나 저를 보며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런 건 정말 제가 잘 지킬 수 있으니까요.

 

 

만약 2년 전에, 대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보통 그런 것이 '모두에게 잊혀져가는 과정'이라곤 하는데, 대니 덕분에 저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에게 잊혀지는 것 대신, 대니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는 것을 고른 제 삶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2년 전, 사랑을 표현할지 말지 고민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잔뜩 돋을 정도로 애정표현에 익숙해진 제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참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타이탄을 쟁취하게 되었으니 스스로에게도 대견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하하.

 

 

앞으로도 대니의 몸 속에 사랑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제가 늘 곁에 있어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니를 두고 갑자기 사라진다던지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를 남겨둔 채 혼자서 떠나는 워록이 아니니까요.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닐 겁니다.

 

이번 해에도, 잘 부탁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하나뿐인 타이탄, 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