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기스] 220101
새로운 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런 기회가 있기에, 여행이라는 게 평소보다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첫 이야기는 무엇으로 꺼내보는 게 좋을까요...
역시 제 소개를 다시 제대로 해보는 게 좋겠죠? 이미 들은 내용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복습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기스라고 합니다. 정말 단순히 '아이기스'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과거에 함께했던 동료분들이나 제가 도움을 드렸던 분들께서는 저를 보며 '푸른 방패의 아이기스'라고 조금 부끄럽고 낯선 표현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앞에 '푸른 방패'라는 걸 붙여도 나름 나쁘진 않아서, 종종 길게 소개할 때에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푸른 방패에 걸맞게, 저는 실제로 방패를 사용하는 메카입니다. 다른 분들이 창이나 검과 같은 무기를 사용할 때, 저는 방패와 같은 방어구를 위주로 사용하는 메카죠. 물론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방패가 달려있지 않은 반대쪽 팔에는 일종의 너클이나 아대처럼 짧은 날붙이가 달려있기는 합니다. 방패만큼이나 사용하는 비중이 많기는 해서 자주 관리해주곤 하죠.
방패라는 것이 무언가의 공격을 막는 방어구인 만큼, 직접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메카와 비슷한 위치에서 앞장서듯 먼저 나서는 역할을 맡는 편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도 어떤 무리의 가운데에서 서로 싸움이 나지 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그런 과거부터 이어진 본능이자 제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솔직히 이제는 제가 창이나 검과 같은 무기를 든다는 것이 좀 낯설고,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것 같아서 여전히 저에겐 방패가 제일 잘 맞는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반대쪽 팔에 있는 이 날붙이도 다른 분들의 장비에 비하면 꽤나 날이 빠르게 무뎌지는 편이라, 남들처럼 좀 강인한 걸로 만들어주면 안 되는 걸까- 라고 종종 정비를 하면서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만, 오히려 이렇게 빠르게 무뎌지기 때문에 그만큼 관리를 꾸준히 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과거에는 용병으로 활동하며 삶을 살아가는 메카였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서 그런 전투의 용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아무튼 용병으로 활동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용병으로 활동한 것이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냐면... 절반은 맞다고 하고, 절반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 좋은 기억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는 지금도 종종 연락을 하며 여행과 관련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동료 메카가 생긴 것일테고, 반대로 좋지 않은 기억이라고 하면 전투의 참혹함에 대해서 정말 메모리 깊은 곳까지 남아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그런 상황들을 '참혹함'이라고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요.)
그런 참혹함과 잔인함을 계속 보고 있으니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한계까지 도달해버린 상황이 되어서, 결국은 용병을 그만두고 여행을 선택하였습니다. 다행히 저 혼자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는지 그 당시에 같이 용병을 그만두고 여행길로 발걸음을 옮긴 메카가 몇 개체 더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렇게 함께 다니다가, 지금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종종 연락하고 싶을 때 서로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죠.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 혼자서 여행을 다니니 처음에는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들고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다 보니 오히려 이런저런 다양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을 수 있어서 내심 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했다면 호기심이 생겨도 조금 참아야 될 일이 있었을 텐데, 혼자 다니고 있으니 어디든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꽤나 편하더라구요.
사실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여행을 다니는 존재들을 몇 번 목격하긴 했었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목적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고는 당시엔 정말로 몰랐으니까요.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이 끌리는대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축복이었습니다.
용병은 누군가의 명령을 듣고 활동하는 것이라면, 여행은 오직 스스로의 계획이나 그저 스스로의 즉흥적인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부터 이미 엄청난 큰 차이가 있는 것이기에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을 다닐 겁니다. 그러면서도 그대들과도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잡설이 조금 많아진 기분이지만, 아무튼 이런 정보를 통해서 제 이야기가 잘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혹시라도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저에게 물어봐주세요. 가르쳐드릴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이 푸른 방패의 아이기스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