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헥토르] 220316

E / P 2022. 3. 16. 02:51

 

 

 


 

 

여어, 칸쵸! 오랜만이지?

나도 그동안 워낙 이곳저곳 즐겁게 다니느라 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렇게 다시 기억나서 오랜만에 안부인사라도 나눠주는 걸로 기분 풀었으면 좋겠다구!

 

 

여전히 그 때의 일이 생각나는걸. 서로 마음을 맞춰서 격투 대회에서 이런저런 솜씨를 뽐냈던 것 말이야. 지금도 그 격투 대회는 아직도 잘 열리고 있으려나? 뭐, 꾸준히 열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참여할 시간도 없었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너는 잘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 누구보다도 참 멋진 실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언제나 인상적으로 남아있으니.

 

실력도 녹슬지 않았겠지? 예전처럼 날렵하고 재빠른, 한편으론 묵직한 그런 움직임이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뭔가 나도 그런 스타일의 격투나 육탄전을 선호하고 자주 즐겨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오랜만에 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아주 난리를 치는데, 언젠가 한 번 만나서 대련도 해보고 싶네. 지금까지 다른 녀석들도 종종 만나보며 지내긴 했지만, 너처럼 격투의 달인 수준의 존재는 만난 게 없어서 말이야.

혹시 '격투의 달인' 이라고 하니까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봐온 존재들 중에서 너를 넘을 실력의 존재는 없었으니까, 충분히 '격투의 달인' 이라고 붙여줘도 문제 없을 것 같네. 마음에 들어? 크크.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으니, 대충 내 근황도 이야기를 해야겠지. 사실 뭐 크게 대단한 곳을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예전부터 종종 잘 어울리고 다니던 다른 메카닉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고 있어. 가끔은 그러다가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아주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으로 추억을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구.

추억이라고 하니, 너에게도 그런 좋은 추억이 있으려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런 네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어. 모든 존재가 다 똑같은 과거를 살아온 것도 아니니까, 그런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 게 꽤 즐거워서 기분이 좋달까. (물론 이야기 해주기 싫은 것들이 대부분이라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사실 내 과거는 추억이라고 할만한 것도 있지만, 무언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일도 종종 있기 마련이었지. 예를 들자면, 아주 먼 옛날에 용병 활동으로 이곳저곳에 참전하면서 적어도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남들에게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코어 깊숙히 새겨두었거든. 그래서 그 이후에도 여행을 하며 최대한 다른 존재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곤 해.

그 존재가 살아있는 생명체든, 아름다운 자연이든... 그런 것들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들을 다 보존할 수 있다면 난 최대한 다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 누군가에겐 생명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다른 누군가에겐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자면, 식물이라던지.)

 

무엇이든지 다 살아있을 때가 제일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남겨둘 수 있을 때 남겨둬야지.

 

 

흐음- 갑자기 뭔가 나답지 않게 엄청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버린 것 같은데, 뭐- 이런 것도 나름 색다른 매력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라구, 크크. 확실히 이런 모습을 평소에 보이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일 테니까. (아마 누군가에게 자랑해도 될 정도일걸?) 아무튼, 다음에도 이렇게 종종 소식 남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그 때까지, 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라고.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