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녹터너스 / 마일즈] 220412 -食 / 1편-

E / P 2022. 4. 12. 22:14

 

 


 

 

마일즈를 보며 종종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신체와는 달리, 마일즈의 신체에는 '입'이라고 불릴만한 부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메카닉이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를 먹으며 지내왔던 것일까. 혹시나- 하는 궁금한 마음에 마일즈에게 간단한 질문을 건넸다.

 

 

"물어볼 게 있다."

"앗, 네...!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무언가를 먹어본 적이 있나?"

"음..."

 

 

마일즈는 잠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의 의미를 표출했다. 입이 있는데 무언가를 먹으며 지내오지 않았다니, 메카닉이라서 당연한 일이겠거니- 하는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의외군."

"헤헤, 그런가요...? 그치만 떠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먹을 기회가 잘 없었거든요..."

"그것도 맞는 말이겠군. 당장 살아가는 것에 더 급급했겠지."

 

 

자신을 이해해주는 반응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는지 마일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주었다.

 

 

"먹어본 것이라곤... 빵 부스러기같은 것 정도...?"

"그래도 무언가를 입에 집어넣어 본 적은 있었군."

"아무래도... 호기심같은 건 가끔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렇지. 혹시 지금도 그런 호기심이 있나?"

"네? 그건 갑자기 왜..."

"만약 네가 원한다면,"

 

 

"그런 것들을 제대로 먹어보게 해 주고 싶어서."

"ㅇ, 에...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후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

 

 

그 말에 바로 나는 마일즈를 바라보며 보통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목젖 부분쯤 되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곤 그 곳에 숨어있는 어떤 조그마한 구멍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마일즈에게 그 구멍을 보여주자 마일즈는 순간 엄청 놀라면서도 이런 부위가 있다는 것에 꽤나 흥미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어, 어라...!? 녹터너스씨, 그건 무엇인가요...!?"

"가끔 액체를 흡수해야 될 일이 있을 때, 이 구멍을 통해서 액체를 흡수하곤 하지."

"그렇군요... 의외로 녹터너스씨도 무언가를 흡수해야 될 때가 있으시구나..."

"네가 보다시피, 이 구멍이 작기 때문에 액체 이외의 다른 음식들은 먹어볼 수 없기 때문에 너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좀 느껴볼까 하는데."

"ㅈ,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걱정 마라. 비용같은 건 다 내가 부담할 수 있으니.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번에도 잠시 실례할게요, 녹터너스씨."

 

 

도시를 향해 옮기는 발걸음. 생각해보니 마일즈를 만난 이후로 계속해서 이런 숲이나 공터에만 머물렀던지라 분명 늘 생활하던 도시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 그런 낯선 기분을 없애고 다시 도시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이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 낯선 기분은 나에게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마일즈에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마일즈는 도시의 분위기에 조금 움츠러든 모습이었지만 내가 곁에 있어주고 있기에 도시를 향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도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처럼 보여서 조금은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웃음소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다행히 나의 웃음에 마일즈도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은 싱긋 웃어보이는 모습이었다.

 

생명체들이 나름 북적거리는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방금 구워서 내놓은 듯한 빵을 보았다. 그동안 빵 부스러기만 먹었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부스러기가 아닌 진품을 먹게 해 주는 것이 좋겠군.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빵을 받아오는 모습을 본 마일즈는 내심 궁금한 듯 나에게 질문을 꺼냈다.

 

 

"녹터너스씨는... 그런 돈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건가요?"

"뭐, 과거 용병 시절에 얻었던 것들이라던지, 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체험했던 이런저런 일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

"굉장하네요... 저는, 그저 조수 일밖에 못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다. 나는 조수를 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ㄱ, 그런가요...? 녹터너스씨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나름 이것도 뿌듯해해도 되는 일인 거네요...!"

"그렇지. 그리고 지금도, 자네는 나의 조수이지 않은가."

"조수이면서, 동시에... 녹터너스씨의 애인이죠."

"후후, 그렇지."

 

 

마일즈의 질문에 간단한 대답을 해 주고, 건네받은 빵을 다시 마일즈에게 내밀었다. 마일즈는 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한 입씩 먹기 시작했는데, 한 입씩 먹을 때마다 마일즈의 얼굴에 도는 생기가 마치 빵의 맛을 대신 알려주기라도 하듯 감탄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ㅇ, 이거... 엄청 맛있어요...!"

"맛있다니 다행이구나.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챙겨줬는데, 마음에 든다니 나도 기쁘군."

"이게 가장 기본이라니... 그럼 더 다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물론. 더 먹고 싶나?"

"녹터너스씨가 괜찮다면... 더 먹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가 한 번 골라서 먹어보는 게 어떻겠나?"

"ㅈ, 제가요...?"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먹는 것이니까."

"으음... 좋아요! 그럼, 제가 골라볼게요...!"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하다가도, 나의 허락을 받자마자 눈을 빛내며 빵들을 구경하는 마일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겪어왔던 떠돌이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만약 내가 이런 고통스러운 떠돌이 생활을 보내다가 누군가의 보금자리에서 편하게 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때보다도 기쁨을 느꼈겠지. 아마 그 기쁨을 지금은 마일즈가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는 동안, 마일즈는 다양한 빵들을 가져와서는 나에게 보여주었다.

 

 

"저, 골랐어요...!"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골랐군."

"물론이죠! 녹터너스씨가 그렇게 고르라고 했으니까...!"

"마음에 드는군. 아무튼, 맛있게 먹어주길."

"다음에는- 녹터너스씨를 먹을 거예요."

"푸흐, 갑자기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 않은가. 뭐, 언제든 준비하고 있겠지만."

"녹터너스씨도 은근히 부끄럼을 잘 탄다니까요...! 어쨌든, 저기 앉아 있을게요!"

"그래. 먼저 가 있거라. 나는 계산하고 갈 테니."

 

 

최대한 마일즈에게 다양한 것들을 깨닫고,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이자 소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