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L

[Cult of the Lamb / 기다리는 자, 애임 & 바알] 220918 -다크우드-

E / P 2022. 9. 18. 01:48

 

 


 

 

기다리는 자를 끌어내리고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데려온 이후로도 어린 양의 이교도 처치는 끝나지 않았다. 부족한 자원을 채우기 위해 성전에 가는 일도 있었고, 어린 양의 추종자들 중 일부가 자신의 형제자매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성전에 가서 그 추종자를 데려오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어린 양에게 부탁했던 것 중에서는 기다리는 자의 부탁도 몇 개 있긴 했었다. (사실 기다리는 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부탁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어린 양에겐 부탁을 한 것처럼 들려서 그렇게 된 일도 없진 않았지만.)

 

문득 어린 양이 자신의 추종자들을 보면서 선교활동을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던 중, 마침 다크우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던 것도 있기에 다른 이교도들이 아직 그 지역을 다시 장악하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기다리는 자에게 다가가선 슬쩍 이야기를 꺼내본다. '저번에 나에게 꽃을 부탁한 것이 생각났는데, 이번에는 직접 그 곳에 가서 꽃을 확인해보는 게 어떻겠냐' 라고 어린 양이 말을 꺼내자, 기다리는 자는 약간 못미더운 모습이면서도 한편으론 고민되는 듯 말이 없었다.

기다리는 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기척을 느꼈고 어린 양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추종자인 바알과 애임이 옆에 와서는 무엇을 하고 있냐며 질문을 꺼낸다.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혹시, 주인님에게 이상한 걸 하려는 건..."

 

 

어린 양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기다리는 자가 '그런 게 아니다.' 라며 대신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 그러다 그의 추종자들을 유심히 보더니 어린 양에게 고개를 돌리곤 그의 추종자들을 가리키며 간단한 요구사항을 건넨다.

 

 

"저들도 같이 데려가는 걸 허락해준다면, 갈 의향이 있긴 한데 말이다."

 

 

기다리는 자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추종자들.

 

 

"어디를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주인님?"

"물론 어디든 따라갈 준비는 되었나이다만..."

 

 

그들의 의문에 기다리는 자는 차근차근 답해주었고, 그의 추종자들은 혹시라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지 조심스럽게 그에게 질문을 꺼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긴 했다. 아무리 지금은 어린 양에게 힘을 잃었다곤 하지만, 그가 배신했던 자들의 장소에 발을 들인다는 게 제정신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정말 괜찮겠습니까, 주인님?"

"걱정하지 마라. 저 어린 양이 뒷처리는 다 깔끔하게 해 주었다고 하니."

"저 짐승의 말을 믿어도 되는 것입니까..."

"지금은 저 망할 양에게 힘이 있고, 그 힘 자체는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와중에 어린 양은 그들이 함께 가도 괜찮다며 준비가 되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말을 꺼냈다. 기다리는 자는 이미 다 준비된 상태였고 그들의 추종자를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추종자들도 여전히 걱정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주인을 믿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완료되었나이다, 주인님."

"저도, 준비되었습니다. 주인님."

 

 

어린 양은 그들에게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보였고 기다리는 자 일행들은 그런 어린 양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크우드로의 발걸음을 옮긴다.

 

 


 

 

"이 곳은 다크우드다."

"주변에 풀들도 많고, ...꽃이 보이나이다."

"그래, 너의 옷에 있는 그 동백꽃은 주로 여기에서 자라고 채집하곤 하지."

 

 

기다리는 자는 다크우드의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주교의 석상을 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도 어렴풋이 그 주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자가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그저 그의 옆에서 그를 보호하듯 서 있는 모습이었다. 기다리는 자는 그 석상을 보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레쉬의 손이 닿은 곳은 언제나 혼돈으로 가득했지. ...그 혼돈을 내심 즐기곤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혼돈과는 어울리지 않게... 조용해졌나니."

"주교가 없어졌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 레쉬가 돌아오길 바라며 기도를 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들의 기도가 닿지 않는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안타까운 일일까. 나에겐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린 양이 안내해준 대로 다크우드의 숲 속 길을 걸으며 여전히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기다리는 자. 그러다 구석에 잔뜩 피어있는 동백꽃들을 보고는 하나둘 꽃을 꺾으며 어딘가에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을 보인다.

 

 

"혼돈 속에서도, 이런 꽃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곤 했지. 질긴 생명력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기다리는 자는 꽃을 꺾으며 소중히 간직하던 중, 꽃 하나를 꺼내선 바알의 옷에 달려있던 기존의 동백꽃을 떼어내곤 새로운 동백꽃으로 교체해주었다.

 

 

"네 녀석들도, 참 질긴 생명력이구나. 마치 이 꽃처럼."

"주인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주인님과 함께하려는 의지는 영원히 꺾이지 않을 터이니."

"...그래, 참 믿음직스럽군. 너희들을 내 추종자로 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들의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기다리는 자는 잠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그들에게 부탁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다른 곳들을 둘러본다. 어린 양이 말했던 대로, 이 곳의 이교도들은 전부 처리하였기 때문에 오로지 정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런 정적을 느끼고 있던 중 정적을 먼저 깨기 시작한 건 애임이었다.

 

 

"형."

"무슨 일인가, 형제여."

"주인님에게 이 꽃을 모아서 선물을 해 주는 게 어떨까."

"...괜찮을 것 같구나. 저 쪽에서 꽃들을 모아주겠느냐?"

"물론. 맡겨 줘."

 

 

기다리는 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이며 다크우드의 동백꽃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이 모은 동백꽃을 조심스럽게 화관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자의 머리에 얹으면 딱 맞을듯한 크기로 만들어진 화관은, 주인을 기다리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자를 맞이하러 가기도 전에, 기다리는 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다 가진 듯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분명 기다리는 자에게 따로 말을 한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들이 여기에 있는지 알아챌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긴 했었지만, 그런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기다리는 자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너희들이 이 곳에 있는 게 멀리서도 보이더군. 그래서, 이 곳의 풍경은 잘 구경했느냐?"

"고요함 속에서 취하는 휴식이 꽤 마음에 들었나이다."

"언제나 이런 고요함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구나. 다행히 다른 이교도들도 보이지 않아서 위험하지도 않았군."

"어린 양이 이런 부분에선 확실하게 처리해 준 모양입니다."

"실력은 딱히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잠깐의 정적이 있은 후, 그의 추종자들이 먼저 말을 꺼낸다.

 

 

"주인님."

"그래. 이번엔 무엇이 궁금하더냐."

 

 

기다리는 자의 말에 질문 대신 그들이 만들어 둔 동백꽃 화관을 들어 기다리는 자의 앞에 들어보인다.

 

 

"무질서한 아름다움 속에서 피어난 끈질긴 생명력의 이 꽃들로, 주인님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자의 머리에 동백꽃 화관을 씌우며 경의를 표하는 그의 추종자들.

 

 

"언제나 주인님의 앞에서, 이 끈질긴 동백꽃처럼 주인님을 지키겠습니다."

 

 

머리에 씌워진 동백꽃 화관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그들에게 싱긋 웃어보이는 기다리는 자. 어린 양이 자신에게 꽃을 주었을 때에 비하면 확실히 기쁜 표정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 때에는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니라며 당황하고 화내던 모습이었지만, 아마 그들은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모르는 일이다.)

 

 

"슬슬 돌아갈까, 추종자들이여."

 

 

그의 추종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린 양의 교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딱히 선교활동이나 다른 걸 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양도 그저 이렇게 그들이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