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 of the Lamb / 옛 신앙의 주교들] 220930
각 성전의 주교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다. 사실 이걸 역할이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자신의 권능이라고 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영향을 끼치는 주교들이었다. 어린 양은 그 주교들의 심장을 흡수하여 자신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켰지만, 어찌저찌 다른 방식을 이용하여 각 주교들을 부활시켜 데려올 수 있었고, 그들은 그렇게 다시 깨어난 것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추종자들의 환영을 받는 것으로 그럭저럭 불만을 가라앉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린 양은 최대한 그들이 맡았던 능력에 걸맞는 일을 하도록 이 교단에서의 일을 배정해주었다. 물론 정확히는 그 능력에 반대되는 일을 맡아주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자신들의 능력과 관련있는 일이었기에 확실히 다른 추종자들에 비해서 능숙하게 일을 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생각해보면... 이렇게라도 능력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추종자가 있는 것 같기도.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슬쩍 관찰해보도록 하자.
먼저, 혼돈을 맡았던 레쉬와 레쉬를 따랐던 추종자들.
"저 미천한 양의 명령을 들어야 되다니..."
"형제님들! 이 곳을 혼자서 맡긴 어려울 것 같은데, 도와주실 분이 있으실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들은 이 교단에서 추종자들이 남긴 흔적들을 청소한다던지, 아니면 장식품들이나 건물을 보수한다던지, 싸움이 일어난 추종자를 중간에서 중재한다던지 등의 '질서'를 맡았다. 다른 존재들이 보기엔 정말 단순한 일로 보이더라도, 이런 '질서'를 맡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껏 열심히 청소했더니 언제 갑자기 더러워질지 모르는 일이고, 장식품과 건물 보수는 말할 것도 없으며 싸움이라는 것도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일찍 눈치채지 못한다면 더 심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우시면 안 됩니다!"
"그치만 저쪽 형제님께서 먼저..."
"아무튼 서로 잘못을 저지르는 꼴이 되면 안 되는 거라구요!"
"...알겠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고 있으니까, 일단은 말로 해결해 보자구요...!"
몇몇 추종자들은 그렇게 질서를 맡는 것이 어색한지 청소를 하는데 오히려 그 지역이 더 더러워지는 경우도 있었고, 싸움을 말리려고 갔더니 오히려 그 싸움에 같이 휘말려들어서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며 행동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 양은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가르쳐주듯 다가가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원래 처음에는 다 그런 법이라며 일단은 추종자들을 안심시키고 믿음으로 보답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미숙한 추종자가 있다면 반대로 능숙한 추종자도 있는 법. 어린 양 대신 능숙한 추종자가 미숙한 추종자를 도와주며 가르쳐주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도움을 준 추종자와 도움을 받은 추종자는 서로 함께 움직이며 청소를 하고, 보수를 하고... 가까운 친구가 되어 휴식 시간에 같이 논다던지 하는 식으로 꽤나 깊고 즐거운 관계로 발전하곤 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제님."
"같은 교단원인데 서로 도우며 살아야죠-"
"다음엔 제가 도와드릴 거니까요...!"
"하하, 제가 가르쳐드린 것부터 먼저 다 능숙하게 터득하시고 오셔야 될 걸요?"
혼돈이라는 것은 언제나 단순해 보이면서도, 깊은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사소한 다툼이나 조금이라도 쌓인 먼지같은 것들도 누군가에겐 혼돈으로 보일 수 있는 법. 그렇기에 더욱 심오하고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요소였다.
다음은, 기근을 맡았던 헤켓과 헤켓을 따랐던 추종자들.
"벌써 농작물이 다 자랐구나. 추종자들이여, 준비되었는가?"
"물론입니다!"
그들은 이 교단에서 농작물이나 음식들이 부족하지 않게 관리를 하는 일을 맡았다. 추종자들이 굶주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그렇기에 식료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다행히 이 교단에서는 그렇게 식료품이 바닥나는 상황이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법. 그렇기에 어린 양은 헤켓을 데려오자마자 바로 이 농작물부터 관리할 수 있도록 헤켓에게 부탁 겸 명령을 내렸다.
물론 헤켓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자신의 권능이나 다름없는 영역이었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몇몇 채소가 부족해질 것 같은데요-..."
"씨앗은 많으니까, 그걸로 잘 해결해봅시다."
"음식은 다른 걸 만들어서 넘기면 되니까, 그러도록 하죠!"
대부분은 다들 밭을 관리한 적이 있어서인지 능숙하게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수확까지 수월하게 잘 마무리하곤 했다. 물론 실수를 하는 추종자들도 종종 보이긴 했지만 다들 그럴 수 있다며 잘 넘겨주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죽지 않고 실수를 만회하여 다음엔 더 능숙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격려해야 더 좋은 교단 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으니까.
"다른 건 문제없죠?"
"가끔 새가 날아와서 씨앗을 훔쳐가는 것 말고는 문제 없어요!"
"그건... 지도자님께 말씀드려야겠는걸요."
언제나 풍족하길 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협력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부족할까? 물질적으로도 풍족하고, 정신적으로도 풍족한 그런 삶이 곧 언제나 풍족함에 한 발씩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다음으로는, 질병을 일으키는 칼라마르와 칼라마르를 따랐던 추종자들.
"내가, 저 녀석을 따라야 한다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주인님. 분명 괜찮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이 쪽의 경우에는... 교단에 입교하는 과정에서부터 칼라마르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성전에서 대적하던 시절부터 어린 양을 보며 겁먹곤 했었는데 이제는 어린 양의 추종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니 더 겁먹고 두려워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겠지만. 당연히 어린 양의 입장에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자신의 교단에서 일을 할 녀석을 더 데려온 것일 뿐이니까.
아무튼 그들이 맡은 일은, 이 교단에서 누군가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소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질서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고, 굶주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픔을 관리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다른 것이 다 풍요롭고 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결국 건강이 뒤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전부 다 소용없는 일이 될 테니.
"어제에 비하면 어떠신가요?"
"조금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아직 아픈 부분은 조금 있지만..."
"언제든 아프면 찾아오세요.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지도자님의 축복이 있기를...!"
이 교단에서의 치료소가 가지는 장점이라면 자원을 최대한 아끼면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동백꽃만 충분히 존재한다면 대부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마법같은 곳이라는 소문이 퍼졌다나 뭐라나. 실제로 동백꽃으로 대부분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점이 어린 양의 추종자들 입장에서도 꽤 놀랍긴 하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그런 것들도 전부 어린 양의 권능이거니- 하며 넘기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치료만 되면 되니까.)
칼라마르는 어린 양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총동원해서 모두를 돕고, 자신과 함께하는 추종자들을 응원해주기도 했다. 붕대가 필요하면 붕대를 가져온다던지, 그 외에 고통을 호소하는 추종자가 있다면 근처에서 간호해주며 상태를 확인한다던지... 그 누구보다도 치료 하나만큼은 진심이었다.
"주인님은 피곤하지 않으세요?"
"나, 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늘 든든한 주인님이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걱정된다구요-"
아무리 칼라마르가 어린 양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거리를 두려고 해도, 공통적인 생각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늘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어린 양이나 칼라마르나 다 똑같은 생각이니까.
또 다음으로는, 전쟁을 맡았던 샤무라와 샤무라를 따랐던 추종자들.
"관리해야 될 것이 많구나. 얼른 해결하자꾸나."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들은 이 교단의 거주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최대한 좋은 거주지를 만들어주고 있긴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추종자가 많아져서 임시 거주지를 만들어야 될 때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 임시 거주지가 조금 일찍 부서지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보수를 해 주고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다듬어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자 할 일이었다.
이렇게 거주지 보수를 하는 것이 전쟁과 무슨 관련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쟁에서 가장 쉽게 파괴되는 것은 이런 건물들과 생명체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곧 그들의 재산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도, 그리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중요한 일이다. 어찌보면 정말 그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정해준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추종자님! 이번에 들어온 민원들입니다. 한 번 확인해 주시겠어요?"
"음, 이 주거지는 보수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낡았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네요. 처음에 건설할 때 조금 잘못된 게 있었나?"
"좀 번거롭지만, 그 추종자분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건물을 다시 처음부터 확인해보는 게 어떨까요?"
"어쩔 수 없겠네요. 그 분에게 잘 설득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거주지의 관리를 맡는 것이라서 그들이 교단에서 맡았던 일과는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일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무튼 거주지와 관련된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들에게 거주지를 맡긴 추종자들도, 그들에게 맡기길 잘했다면서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샤무라와 샤무라의 추종자들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엄청 좋을 것이다.
"다들 잘 하고 있는가?"
"아, 주인님이시군요. 일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마침 그대들이 원하던 명주가 보충되었으니, 필요하다면 언제든 가져가서 보수하거라."
"알겠습니다!"
"최근에 어린 양이 명주를 많이 챙겨왔더구나. 혹시 어린 양에게 부탁하였느냐?"
"에, 아뇨...? 일단 저는 아닌데, 뭐- 다른 추종자분께서 부탁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 아무튼, 열심히 하거라."
"언제나 주인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겠습니다!"
"...에잇!"
"아야, 추종자님...!"
"헤헤!"
가끔은 거주지에 배치해야 될 베개나 이불같은 것들을 이용해서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였는데, 너무 심하지만 않은 정도면 그 정도 장난은 대부분 납득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특히 추종자가 많아질 수록 그만큼 이 곳이 바빠지기 마련이라서 다른 추종자들과 제대로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곤 했으니, 그 정도 장난쯤은 적당한 휴식 정도로 생각해주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장난을 치다가 나중엔 하나의 보상을 걸고 이루어지는 대회처럼 이루어지기도 했으니, 나름 좋은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그들이 맡은 일을 각 주교들과 주교들을 따랐던 추종자들이 맡아서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물론 조심스럽게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일도 존재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맡는 주교와 그의 추종자도 있었다. 특히 그의 추종자들은 죽음에서 다시 눈을 뜬 경험이 있기에 다른 존재들보다 더 긴밀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주교의 교단에 비하면 다 합해서 3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주교의 교단들에 비해서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일이 이루어지곤 했다. 다른 존재들은 여전히 이 교단의 주교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거나 비난의 느낌을 가득 담은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지만 적어도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야유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일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양의 교단에 새로운 추종자가 입교할 때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맡는 교단의 일원이 아닌 어린 양의 교단의 일원이 곁에 와서 항상 먼저 꺼내는 말이 있었다.
"저희 교단은 입교 과정에서 특별히 자신이 삶을 마무리했을 때 다시 부활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또다른 세계를 여행하길 원하는지 미리 조사해서 기록한답니다. 물론 그게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추종자분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드리곤 하지요!"
위와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 이렇게 조사를 하는 것들은 전부 죽음을 맡은 주교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전달되어 후에 그들이 맡을 일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전달받은 것들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가, 어린 양의 추종자나 다른 주교의 교단의 추종자가 삶을 마무리하게 되면 그 때 남겨두었던 기록을 찾아 일을 시작했다.
삶을 마무리한 추종자가 부활을 원하는지, 아니면 또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원하는지에 따라 그들의 일은 달라진다.
먼저, 부활을 원하는 추종자가 삶을 마무리했을 경우 이 역할을 맡은 주교는 어린 양에게 가서 짧고 굵게 말을 꺼낸다.
"어린 양이여, 추종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줄 시간이다."
이 말을 들은 어린 양은 고개를 끄덕거리곤 사원으로 가서 붉은 왕관의 힘을 이용해 죽음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추종자를 다시 데려오는 과정을 거친다. 어린 양이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죽음을 맡은 주교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 '바알'은 어린 양의 옆에서 의식을 진행하는 말을 꺼내어 어린 양의 의식 과정을 돕는다.
"...눈을 떠라, 추종자여."
"죽음을 넘어서고, 시간을 초월하여, 새로운 삶을 선사할지어니."
자신이 부활을 원했음에도 이렇게 실제로 부활을 하게 된 추종자는 처음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곧 자신이 다시 부활하여 교단으로 돌아왔음을 알고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몇몇 추종자는 어린 양을 바라보며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라며 좋아하기도.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주교와 그의 추종자는,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가 어린 양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은 채 어린 양의 곁을 벗어나 자신들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자신들이 할 일은 이걸로 충분하다는 듯이.
반대로 또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원하는 추종자가 삶을 마무리하게 될 경우, 교단의 주교와 그를 따르는 또다른 추종자, '애임'이 함께 활동하게 된다. 부활의 경우에는 어린 양에게 가서 의식을 진행해야 되지만, 이런 경우에는 일단 장례식은 나중에 진행하고 간단하게 무덤에 먼저 시체를 묻어주는 일부터 진행하곤 했다. 어린 양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장례식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들이 간단하게나마 장례식을 이루어주곤 한다.
어린 양을 통해서 인계받은 시체를 무덤에 묻어주며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함께 간단한 말을 건넨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추종자여."
"그 세계에서도, 부디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죽음에 대해서는 늘 추종자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랐다. 누군가는 죽음은 곧 그대로 자신의 영원한 끝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존재도 있었고, 죽음은 또다른 삶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도 있었고... 그 이외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존재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늘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자신들이 하는 말로 다른 존재들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어린 양이 여러가지 일들로 바빠서 장례식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그들이 모여서 대신 장례식을 진행한다.
"마지막 가는 길을 안내하러 찾아오게 되었으니,"
"영원 속에서 길을 헤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오랜 시간 속에서 자신과 함께할 동료를 만나길 바라지."
그 어떤 시간들보다도 조용하고 묵묵하게, 장례식을 진행해 준 후에는 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간다. 아마 나머지는 어린 양이 마저 해결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어린 양은 각 주교들에 걸맞는 일을 배치해 주는 것으로 더욱 효율적인 교단 운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일이 줄어들거나, 또는 일이 늘어나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린 양의 운영에 따라 달라지는 일.
미래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