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L & EOTL / 2P 크로셀 & 1P 나린더] 221023 -2P C-
2022.10.23 - [CotL] - [COTL & EOTL / 1P 크로셀 & 2P 나린더] 221023 -1P C-
눈을 떴는데 뭔가 평소의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한번에 눈치챌 수 있었지. 여긴 내가 알고 있던 그 세계가 아니라는 걸. ...근데 생각해보니 그걸 알고 있어봤자 의미가 있겠냐고. 근처에 지나가는 녀석이라도 있으면 여기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알아야 되는 일인데, 참 혼란스럽구만.
일단 여기에 계속 있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니까, 조금이라도 발을 움직여보는 게 낫겠다. 혹시라도 이렇게 움직이면 누군가가 지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걸 노려보는 셈이지. 다행히 주변이 완전 휑한 건 아니고 어느정도 건물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것 같기는 하더라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 분명 누군가가 지나갈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예상한 대로 역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근처에 지나가던 추종자 한 녀석이 나를 보곤 "어라,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라며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질문에 "...뭐, 그냥... 잠깐 바람 좀 쐬려고." 라고 답하는 걸 시작으로 우리들의 간단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어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시간이 많이 늦어서..."
"아, 그런...가?"
하늘을 바라보니 진짜로 노을이 나를 반기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간 아무래도 바깥에서 하루를 보내야 될 것 같은데, 길을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흔쾌히 수락하는 추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 나도 같은 교단에 있을 터인데 왜 길을 안내해 달라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겠지만, 이럴 때에는 언제나 효과가 잘 통하는 답이 있지.
"너무 주변 풍경에만 집중하느라, 돌아가는 길을 까먹어서 말이야. 하하..."
"푸핫,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조심히 잘 따라오셔야 됩니다?"
추종자 녀석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이 곳의 풍경은 내가 지내던 곳과는 확실하게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뭐랄까, 온통 다 망가지고 황폐화되어 있는... 마치 주인잃은 장소들이 많아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는 건, 이쪽 세계는 평화라던지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멀어보이는 느낌이네.
"혹시 뭐 좀 물어봐도 되나?"
"그럼요. 무엇이 궁금하세요?"
주변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로 했다.
"여기에 있던 건물들이나 그런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아- 그건, 우리 지도자님께서 이교도들을 처리하다가 그렇게 된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아마 듣기로는, 이런 곳에서도 다 각각의 주교분들께서 역할을 맡기도 하셨다는데...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그렇군. 이 세계에서의 주교들은 전부 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겠구만.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온통 황폐화된 모습만 반기고 있을리는 없겠지.
그렇게 추종자 녀석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곰곰히 생각하며 기억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추종자 녀석이 지내는 교단에 도착했다. 뭔가 처음 도착하는 교단인데도 익숙한 분위기가 드는 게... 어째서일까? 아무튼 그 추종자 녀석은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고,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중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또 이야기를 꺼냈다.
"어라, 크로셀 형제님! 오늘따라 모습이 좀 달라보이시네요?"
"...내 이름을 어떻게 알..."
잠깐만... 이 곳에서 또다른 내가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세계로 오게 된 걸까? 그렇다는 건... 내 원래 세계에는 이 곳에서 살던 그 또다른 내가 있겠군. 나름 재미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이 추종자 녀석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얼른 대답해주도록 하자.
"흠흠, 뭐... 가끔은 색다른 모습도 괜찮잖냐."
"그럼요~ 워낙 형제님이 평소엔 좀 무뚝뚝하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한번에 확 바뀌면 주변에서도 다들 신기하게 생각할걸요?"
"그렇...긴 하지."
또다른 나는 아무래도 묵묵한 타입인가보다. 정말 완전 반대의 세계에 어울리는 반대의 나였겠구만. 아무튼 그렇게 추종자 녀석과도 이야기를 끝냈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저멀리 익숙한 모습의 누군가가 보인다.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서 가까이 다가가니 그 익숙한 누군가도 자신을 향해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아보곤... 서로 놀랐다.
"...크로셀이냐?"
"뭐야, 내가 알던 신님이 맞나?"
서로 놀라면서 경계하는 것이... 좀 웃기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계심은 풀고 이야기를 통해서 오해를 풀어나갔다.
"어쩐지 오늘따라 크로셀이 좀 늦더라니, 이런 꼴이 되었나."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눈을 떴더니 여기에 있었다니깐."
"...아무튼 너도 크로셀이라면 크로셀인 거겠지."
"그러는 그 쪽도 아무튼 신님이라면 신님인건가."
'신님'이라는 말에 좀 의문을 가지는 신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 곳에서는 신에 걸맞는 위치가 아닌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읽기라도 했는지 곧 자신에 대해서 소개해주긴 했지만.
"...그 쪽의 나는 어떨지 몰라도, 이 곳의 나는 모든 것들을 잃었다."
"그래? 흠... 하긴, 그런 모습이긴 하네."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죽음의 권능에 맞게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것 뿐."
"...?"
영원히 살아갈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남들과는 다른, 신에 걸맞는 요소가 아닌가... 싶기는 한데.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관계로...
"그러면 신님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뭐? ...하아, 그래. 마음대로 불러라. 아무튼, 그 세계는 어떤 세계지?"
"흐음- 그러니까-"
생명의 권능 아래에서 모두가 서로 함께 협력하며 평화, 질서... 그런 것들을 즐기며 살아가는 낙원같은 곳이라고 설명함과 동시에 그 곳에도 이교도는 있다며 그런 낙원을 뒤집기 위해 힘을 모은 이교도들을 막아서며 살아가고 있다고 간략하게 신님에게 설명해 주었다. 신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꽤나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은데, 역시 이 곳의 신님은 아무래도 그 곳의 신님과는 반대의 삶을 살았을 테니... 이 신님이 우리 세계에서의 이교도 지도자나 다름없는 역할이었으려나.
"...행복했겠군."
"지금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너뿐만 아니라, 또다른 나도 그 곳에서는 전혀 후회나 미련없이 살아가고 있을 테니."
"여기의 신님은 그런 게 잔뜩 쌓였나봐?"
"..."
내 질문에 딱히 대답을 꺼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됐어.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말 꺼낸 내가 미안해지기도 하고." 라며 적당히 넘겼다. 그냥 고민하는 모습만 봐도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후회와 미련이 있을지 이야기로 듣기엔 참 감당이 안 될 것 같거든. 적당히 잘 포장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무튼 그 대답을 듣고는 신님은 다시 원래의 무덤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있나?"
"글쎄.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았겠지."
"...어이없지만, 재미는 있겠군."
"여기에도 신님은 있으니까 나도 외롭진 않겠다."
솔직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건 사실이라서 좀 무섭다- 라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닌데... 어떻게든 되겠지. 그 쪽 세계에서도 그렇게 스릴 넘치게 살아왔는데 이 곳이라고 다를까. 아무튼 처음에 여기서 눈을 떴을 때부터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던 터라 신님이랑 얘기도 나누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거기서도 밤에는 잤으니까, 여기도 똑같겠지.
"슬슬 잠에 들자꾸나, 크로셀이여."
"좋은 밤 되라고, 신님."
"...늘 주인님이라고 듣다가 신님이라고 들으니 낯설기는 하군."
"이쪽의 나는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네. 난 그게 좀 어색해서-"
"크게 상관은 없다. 편한대로 부르도록."
"그래- 신님."
미래는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고, 이 곳에서 좀 더 적응할 시간이나 잘 가져보도록 해야겠다.
험난하겠지만, (신님이 했던 말대로) 재미는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