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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of the Lamb (2P AU) / 단탈리온, 아이훔] 221125

E / P 2022. 11. 25. 01:28

 

 

 

 


 

 

 

이교도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4주교의 아래에서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교도에서는 먹잇감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만큼의 처벌을 받곤 했었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이교도들을 대신해서 베어버리고, 청소해주고 있다.

 

 

평소처럼 청소를 하던 어느 날, 어딘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이교도의 소리군. 그런데 이교도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렇게 단체로 모여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건... 그들의 먹잇감이 그 시야에 있다는 것이겠지. 그들에게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이며 높은 나무 위에 조용히 몸을 숨겼다.

나무 위에서 더 넓게 상황을 지켜보니, 이교도 무리들은 어떤 키 큰 존재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었다. 겉모습으로 보기엔 개의 모습에 가까운 것 같은데... 사냥견일까? 아무튼 지금은 종족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이교도들에게 '색다른 사냥감' 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이 사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중, 사냥견 쪽에서 조용히 울먹거리듯 "왜 항상 이런 일들만 있는 거냐고...!" 라며 분노를 터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누구나 다 그렇듯 이교도의 먹잇감이 되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던 존재의 한탄이었을 것이다. ...저런 한탄을 이교도에 속해있었을 때 꽤 많이 듣곤 했었지. 그 때에는 그런 한탄따윈 신경쓰지 않고 모조리 다 베어버리고 죽여버리고 그랬었지만.

계속 지켜보다가 이교도들이 조금 더 발걸음을 그 사냥견을 향해 가까이 옮길 때까지 기다렸다. 너무 멀리 있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뒤돌아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져야 그만큼 손쉽게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며 내가 생각했던 거리가 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거리가 되자마자...

 

재빠르게 사냥견의 앞에 착지하여 이교도를 향해 대검을 들어보였다.

 

 

"너, 너는..."

 

 

이교도들이 내 모습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한때 이교도의 행동대장을 못 알아본다는 건 이교도의 무리에 속해 있다는 자격이 없는 셈이니까. 물론 그렇게 나를 알아보는 모습을 뒤로한 채 다시 대검을 들어보이며 위협을 했을 뿐이었다.

 

 

"...제대로 된 먹잇감을 찾지 못했군. 그런 자에게 내려지는 것은, 처벌 뿐이다."

"시, 시끄러워! 어차피 배신자 주제에...!"

"그래."

 

 

더 길게 말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었으니, 나에게 대적하는 이교도들을 하나둘 베어버렸다. 몇몇 이교도들은 예상했던 대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그런 것들도 다 예상한 거리였기 때문에 도망가는 과정에서 하나둘 베어버리는 재미가 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이교도들을 다 베어버리고, 뒷처리도 적당히 끝낸 뒤 이교도의 먹잇감이었던 사냥견에게 다가간다.

 

 

"괜찮나?"

"...그, 그래. 괜찮다."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얼굴에는 겁에 질린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그렇게 겁먹었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복합적인 모습이 보였다. ...잠깐, 내가 이런 것을 어떻게 알고 있지? 분명 내가 이렇게 어떤 것에 대해 자세히 표현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본 사냥견은 잠깐 가만히 있다가 나를 톡톡 건드렸다.

 

 

"갑자기 왜 그러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무것도 아니다. 갑자기 생각할 것이 조금 있었다."

"갑자기 도와준 것도 그렇지만, 저 이교도 녀석들이 너를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군..."

"이교도들이, 나를 아는 것은..."

 

 

...잠깐의 정적.

 

 

"나는, 이교도의 행동대장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옷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역시인가."

"이 옷은, 4주교의 교단에서... 새롭게 만들어 준 것이다."

"색깔이 다른 건, 그런 이유에서였군..."

"그런 셈이지. ...이 교단으로 넘어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잠깐 어깨를 으쓱거렸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무튼, 도와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흐, 흥! 딱히 도움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고맙다고 하지."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 같다."

"거,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보다시피 솔직한 것이다!"

"거짓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사냥견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고마움을 표현하면 될 것 같은 부분에서 일부러 자신은 그런 도움을 원하지 않았다는 그런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나에게 재미를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아마 내가 앞으로도 비슷한 표현을 하게 된다면 이 사냥견도 똑같이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사냥견에 대한 생각을 하며, 지금은 이교도에 대한 보고를 하러 가야 될 것 같아서 옷과 대검에 묻은 이교도들의 피를 가볍게 털어내고 발걸음을 옮길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사냥견은 조금 당황한 듯 말을 꺼냈다.

 

 

"잠깐. 어딜 가려는 것이지?"

"말했다시피, 나는 누군가를 섬기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일에 대해 알려주러 갈 예정이다."

"그런가. 혹시..."

"너에 대한 얘기는 잘 숨겨주겠다."

"...그래, 고맙구나."

 

 

이 사냥견과 잠깐 얘기를 하던 중 다시 이교도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른다는 것이 떠올랐기에, 이 주변에 있는... 숨어있기 좋은 몇몇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장소를 알려주니 일단 고맙다는 표현은 했지만, 당연히 뒤에 따라오는 것은 그런 말에 대한 의문이었다.

 

 

"처음 만난 존재에게, 그런 비밀스러운 장소들을 바로 알려줘도 되는 건가?"

"적어도 네가 적군이 아니라는 것을, 이 곳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흥, 아무튼 잘 이용해보겠다."

 

 

역시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 속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한 뒤, 4주교의 교단과 내가 섬기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잠깐 멈춰서서, 한 마디를 꺼냈다.

 

 

"...나는, 단탈리온이다. 네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도 있으니... 그건 알아서 잘 대처하도록.

그건 이교도일 수도 있고, 나일수도 있으니까."

 

 

내 말을 들은 사냥견은 뒤에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그저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