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 쓰레쉬/트리스타나]

E / P 2016. 2. 28. 00:08

"우와! 엄청 오랜만이예요! 이 때까지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아… 잠시 바쁜 일이 있긴 했는데, 네 녀석이 마중나와 있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만."

"저도 사실 예상하고 온 건 아니고 우연히 여기 왔을 뿐이예요!"

"흠, 그런가."

"이렇게 만났는데 잠시 이야기라도 하고 가요!"

"그래, 뭐… 할 일도 없으니까."


정말 우연히, 정말 만날 것 같지 않았던 녀석을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 때까지 내가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이 때까지 이 녀석이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도 듣고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했던 것들도 듣고, 오랜만에 즐기는 대화 시간인 것 같아서 나쁘진 않았다. 


계속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목이 마를 테니까, 어디 안으로 들어가서 음료수라도 하나 사주면서 계속 이야기하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주는 건 여전히 잘 받아먹는 모습을 보아하니, 꼬마는 꼬마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들었다. 시간은 이렇게 흐르는데, 계속 꼬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나 혼자서만 시간이 흐르는 걸 몸으로 깨닫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멍하니 있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녀석이 나를 깨워주기도 했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시는 거예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저도 알고 싶어요! 쓰레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른만의 깊은 생각이라고만 생각하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는 마라."

"그럴 때마다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거 알아요?"

"알긴 한데… 어쨌든 그렇게 애원해도 안 가르쳐 줄거다."

"쳇, 알겠어요! 아, 그나저나…"

"…?"


뭔가 나에게 선물이라도 준비한 듯 갑자기 어디에선가 선물상자를 가져와서는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우연이라고 했으면서 사실은 내가 여기에 올 것을 알고 기다린 것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꼬마 녀석은 그저 능청스럽게 선물을 꺼내주며 나에게 건네주었을 뿐이지만.


"이건…"

"언젠가 쓰레쉬가 오면 주려고 했던 선물이었는데, 이제야 줄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내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지?"

"절대! 아니라구요!"

"맞는 것 같은데?"

"아니예요!"

"그럼, 뭐… 선물은 잘 받겠다."

"잘 써주시면 좋겠어요! 분명 쓰레쉬에게 엄청나게 쓸모있는 물건일 테니까!"


선물을 뜯어보려고 했지만, 꼬마 녀석이 여기서 뜯지 말고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면 거기서 뜯어보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선물상자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숙소에서 뜯어보기로 결정했다. 이제 꼬마 녀석은 돌아가야 될 시간인건지 옷을 다듬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뭐, 나도 이제 가봐야 될 시간이니까 타이밍이 잘 맞았네.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나도 이제 갈 참이었는데."

"그렇구나!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오늘 고마웠어요!"

"나야말로, 많이 고마웠다. 나중에 또 볼 수 있기를."

"내일 여기서 또 만날래요? 저 내일 시간 많은데!"

"그래? 그럼 내일 만나지."

"괜히 말썽 피우시면 안 돼요!"

"너부터 걱정하시지."


여전히 능청스러운 모습은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