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 of the Lamb / 단탈리온, 아이훔] 221125
오늘도 즐거운 청소 시간이었다! 한편으론 청소는 즐거웠는데, 늘 같이 청소를 하던 청소부 친구가 없어서 그건 좀 심심해서 아쉬운 부분이었어. 사실 뭐 가끔은 혼자서 따로 청소를 하고 싶었던 장소가 있거나 아니면 하루 정도는 아지트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였던 것일 수도 있겠지. 청소에도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더 효율적인 청소를 할 수 있는 법이니깐!
이교도를 청소하고 얻은 자원을 한가득 안고 교단으로 돌아오니, 오늘따라 교단이 평소보다 더 웅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 원래 교단의 분위기 자체가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시끌벅적함을 넘어서서 마치 무언가 큰 일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될까? 아무튼 그런 분위기를 그냥 지나칠 이 몸이 아니지!
근처에 있던 교주님의 추종자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걸로 시작해보자구.
"여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 단탈리온 형제님! 오늘 새로운 분께서 우리 교단에 들어오셨는데, 그 과정이 조금 특이해서 다들 몰려왔답니다!"
"오, 그래? 과정이 어땠길래?"
"이야기하자면 조금 길어요~ 어떻게 되었냐면-"
대충 간략히 얘기하자면, 교주님께서 어떤 존재를 데려와서 자신의 교단을 이루는 추종자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간략하게 얘기했나? 아무튼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기는 한데 원래 내가 이런 걸 자세하게 얘기하는 편이 아니잖냐~ 대충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잘 생각해 달라고~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나도 추종자 친구의 얼굴을 보러 가야겠지? 추종자 친구들이 모여있는 무리를 어찌저찌 뚫고 교주님과 함께 있는 그 추종자를 보고 있으니-...
어라라? 함께 청소했던 그 청소부 친구가 조그맣게 된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니겠어? 어쩐지 안 보이더라니! 여러모로 교주님이 저 친구를 이 곳으로 데려와서 어떤 과정이 있었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었달까.
지금은 바빠보이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다들 다시 일을 하러 갔을 때 다시 찾아가야겠어.
조금 시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추종자 친구들이 모여있던 것도 다 해산했을 때, 혼자 근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추종자 친구에게 다가가서 먼저 인사를 했지.
"어라라!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주변을 둘러보던 추종자 친구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서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체격은 작아졌어도 늘 한결같은 모습은 그대로!
"청소부여. 이 곳에서 보게 되니 반갑구나."
"그건 내가 할 말이라구? 그나저나 청소부는 손 뗀거야?"
히죽히죽 웃으면서 질문을 꺼내자 청소부 친구도 가볍게 웃어보이며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었어.
"그래, 청소부 일은 그만두었지. 그러나 아주 내려놓진 않았다."
"헤- 그렇구나!"
"내, 어린 양... 아니, 교주께 선교를 보내달라 하였다. 다녀오는 길에 보이는 녀석들은 죄 썰어버릴 예정이니."
"에이. 그런 거면 그만둔 거 아니네, 뭐-"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곤 내심 생각하고 있던 것을 청소부 친구에게 말했다.
"사실 손을 뗐든 떼지 않았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원하는 대로 즐길 권리는 있으니까 강요하려고 하진 않았어~"
"흥, 네 녀석이라면 늘 그렇듯 강요는 하지 않았겠지. 한결같구나."
"히히- 한결같은 게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아무튼 누군가를 섬긴다는 건 좋은 일이지! 잘 됐네~"
축하한다는 의미였는지 본능적으로 가볍게 박수를 치게 되더라구. 당장 나도 누군가를 섬기고 있으니까 그렇게 누군가를 섬긴다는 점이 충분히 좋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하니 공감이 된달까?
"누군가를 섬긴다는 게 의외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좋은 일이거든. 든든하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
"그래, 마음의 안정. 이 곳에 오고 무척이나 오랜만에 느끼기 시작했다. 이 곳이라면... 안심하고 지내도 되겠군."
청소부 친구는 교단의 모습을 다시 둘러보듯 고개를 돌려 교단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듯 고개를 움직였다. 나도 이 교단에 처음 왔을 때 먼저 이렇게 교단을 둘러보았다가 다시 성전으로 나갔던 것이 여전히 기억이 나는걸. 원래 새로운 장소에서는 먼저 장소에 대해 파악해두는 것이 좋은 일이니깐.
그러다가 이제 이 청소부 친구도 교주님을 섬기기 시작한 것 같은데, 같은 청소부더라도 서로 섬기는 존재가 다른 것도 나름 재미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나는 내 주인님을 섬기는데, 친구는 교주님을 섬기고- 서로 섬기는 존재가 다르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흥, 그래. 이제 네 주인의 얼굴도 구경할 수 있겠구나."
"언제든 구경하고 싶을 때 구경하라고~ 의외로 그렇게 나쁜 주인님은 아니니깐~"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멀리서 감시하듯 바라보면 그건 주인님께서 별로 안 좋아하긴 할 지도? 은근히 주인님이 그런 시선을 잘 눈치채는 것 같더라구. 뭔가... 늘 주인님을 바라보던 교주님을 통해서 깨닫게 된 일종의 감각같기도 한데- 자세히는 나도 모르지!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니 좋네. 교단에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걸 느끼는 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라니깐~
"그러고보니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물어봐도 될려나?"
"어떤 것이지?"
사실 청소부 친구를 이 교단에서 보았을 때, 처음 보자마자 바뀐 부분이 있다고 느낀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전체적으로 청소부 친구를 감싸고 있었던 붕대가 사라졌다는 것. 아마 교주님의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좀 이상한 부분이 없진 않아서,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좋지.
"붕대는 이제 안 두르고 다니나 싶어서!"
"...그래. 궁금해할 것 같다고 느끼곤 있었다."
한편으론 여전히 여분의 붕대를 가지고 다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더 이상 붕대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누구나 청소부 친구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신기하게 여기곤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청소부 친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청소부 친구도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마음의 안정같은 걸 생각하니 이제 이런 것도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헤- 그럴 수 있지. 그만큼 남들에게 자신의 숨겨왔던 모습을 개방한다는 의미겠네."
"비슷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붕대로 두른 모습도 멋짐이 폭발했지만, 그만큼 붕대가 없는 모습도 아주 멋짐이 흘러넘치는 것 같아~"
"흥,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청소부여."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이것도 물어봐도 되나? 싶다가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물어볼 수 있겠어-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또 궁금한 게 있는데!"
"그래, 이번엔 또 무엇인가?"
교주님과 청소부 친구가 함께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꺼내는 질문.
"혹시 교주님과는 아는 사이였어? 아니면, 교주님과 비슷한 존재를 만난 적이 있었거나?"
"그건..."
청소부 친구의 대답을 들으려고 하던 찰나, 저 멀리서 로셀 형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리온."
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성전에서 가져온 자원들을 주인님에게 건네주고 성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고해야 되는데! 청소부 친구가 이 교단에 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서 그만 잊어버렸달까! 나를 부르는 로셀 형을 바라보며 "잠깐만!" 이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곤 청소부 친구를 보며 싱긋 웃었다.
"주인님에게 보고해야 되는 게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야~"
"...흥, 의외로 청소 이외에서는 완벽한 모습은 아니군."
"아무래도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보니 그럴 수 있지! 아무튼 대답은 다음에 들을게!"
로셀 형과 주인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에 잠깐 다시 청소부 친구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튼 교단의 분위기를 잘 파악해 두는 게 좋을거야! 여기 분위기가 매일마다 달라지니까~"
그렇게 말해두곤 정말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쪼록 청소부 친구가 이 곳에서 잘 적응하며 지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