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ADOFAI - Neo Cosmos] 230521

E / P 2023. 5. 21. 20:09

 

 

 


 

 

단순한 리듬을 통해서 정해진 길을 나아가는 방식은 낯설었지만 그럼에도 의외로 재미는 있었다. 사실 이렇게 단순히 길을 나아가는 것일 뿐인데도 예전에는 어떤 일종의 선입견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미 이전부터 이 길을 나아갔던 사람들이 이런 단순한 길이 재미없다며 온갖 이상한 길을 만들어대며 자랑을 한다던지, 아니면 대놓고 구경만 하라면서 길을 만든다던지...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봐왔던 탓에 이렇게 길을 나아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한번 내딛어 본 발걸음은... 꽤나 재미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리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세계로 들어가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상한 리듬도 겪어보고... 처음에는 발걸음이 조금 꼬여서 다시 되돌아가기도 했고, 특정 길의 박자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되돌아가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다 알아가면서 극복하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물론 그만큼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전부 다 다음에 마주하게 될 세계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하면... 어찌저찌 극복은 할 수 있었다. 이런 걸 흔히 말해서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고 하는 것이었던가...

기본적으로 차근차근 마주하게 되는 6개의 세계, 그리고 그 6개의 세계를 탐험하고 난 뒤 새롭게 얼굴을 내미는 또다른 6개의 세계... 그 세계들은 전부 각자의 매력이 있으면서도 어떤 세계들은 이 곳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드는 그런 세계도 있었다. 특히 기본적으로 마주하는 6개의 세계 중에서 그런 세계가 하나 있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세계는 이후에 나오는 6개의 세계와 견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다 거쳐왔으니 꺼내보는 이야기이긴 하지만은...

 

 

12개의 세계를 전부 다 탐험하고, 이제 어떤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처음 이 세계로 들어왔을 때 얼핏 보였던 이상하고도 기묘한 세계가 떠올랐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특이한 세계임을 광고하듯 그런 분위기를 잔뜩 내뿜고 있었는데... 이제 그 세계로 떠나볼 때가 된 건가?

보통 이런 건 망설여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바로, 그 세계로 한 번 몸을 옮겨보자.

 


 

...여기가 그 세계인가? 처음 마주했던 그 세계들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서, 조금은 낯설면서도 색다른 기분이 든다. 마치... 정말로 새로운 세계로 빠져버린 듯한 기분. 너무 당연한 소리인가? 아무튼.

그러고보니 이 곳으로 오면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정작 이 곳에 도착하니 주변엔 아무도 없어서 그냥 혼자만의 착각인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정말로 어디서 나를 바라보곤 있는데 그걸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고... 아무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앞으로 더 가보니 다른 길이 없었다.

 

그렇게 이걸 어쩌나-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다른 길이 없던 곳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보낸 거라고? 정말로?"

 

 

...그러게 말입니다. 그들이 누구인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기로 보내진 건 맞겠죠. 정확히는... 스스로 들어온 거니까, 스스로 불러온... 그런 건가. 아무튼 뭔가 단순히 넘기자니 약간 이 곳에서 할 일이 있는 것마냥 이야기를 하니까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일단은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자 이 존재도 알겠다는 듯 혼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이대로 가보지. 자네, 이름이 뭐라 했었지?"

 

 

이름을 물어보면서 옆에 간단하게 이름을 적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는데, 이름을 적으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이 존재가 이름을 적을 공간을 밀쳐내면서 고개를 젓곤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이름이 필요할 것 같진 않군."

 

 

뭐야? 그럴거면 이름은 도대체 왜 물어본건데? 하여간 이 곳에 오자마자 들었던 신비롭고 기묘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것도 따지면 뭐 새로운 기분이니까 솔직히 막 싫다는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그건 좀 황당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그렇게 혼자서 막 당황스러움같은 감정들을 감추지 못한 채로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이제서야 이 곳을 소개하듯 말을 꺼냈다.

 

 

"네오 코스모스에 어서 오게."

 

 

이번엔 꽤 유익한 정보네. 이 세계의 이름이 '네오 코스모스' 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확실히 이름을 생각하면 이 곳의 분위기가 꽤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이 세계의 이름을 듣고 맞받아주듯 고개를 끄덕거리니까 다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누군가가... 이 우주에 흐르는 리듬을 지키는 데에는 자네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나보군.

그리고 바로 내가 자네의 실적을 관리 감독하게 됐고."

 

 

...만약에 이 세계로 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존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왜 하필 이런 녀석을 붙여줬냐고 말을 하고 싶기도 한데... 아무튼 첫만남은 이렇게 기묘한 분위기로 시작한 존재는 일단 내가 이 세계에 방금 도착했다는 걸 이미 다 눈치채고 있었을 테니까 이 세계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듯 보였다.

 

 

"먼저 이 세계의 특별함을 알아보게. 난 일이 바빠서 말야. 다른 곳을 둘러봐야 해."

 

 

네, 뭐... 그러시겠죠. 관리 감독이 단순히 하나, 둘 정도로만 끝나는 건 아닐 테니까...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니 바로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곧 다시 들르도록 하겠네. ...어쩌면."

 

 

그 말과 함께 그 존재가 있던 자리의 근처에 새로운 세계들이 열린 것이 보였다. 일단 새로운 세계의 특별함을 알아보라곤 했으니, 그 특별함을 알아야 이 세계의 분위기를 좀 더 진득하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

 

과연 그동안 거쳐왔던 세계들과는 어떤 부분에서 다른 게 있을까.

이것도 직접 들이박아야 알 수 있는 거니까, 한 번 출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