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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탈리온 > 시루 & 얀] 230601

E / P 2023. 6. 1. 11:33

 

 

 


 

 

로셀 형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해 버려서 나는 따로 이야기를 한 게 없었지만, 그래도 너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 아무튼 로셀 형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굳이 내가 똑같은 얘기를 또 꺼낼 이유는 없을 것 같고... 그 대신 로셀 형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니까 나도 나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

 

일단, 이번에 있었던 그 사장님의 일부터 시작해 볼까.

 

 


 

 

오래 전부터, 나는 단순한 수집보다는 전투를 좋아했어. 이유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전투를 더 좋아하게 된 계기 중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무기를 휘두를 때의 쾌감' 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 그렇게 무기를 휘두르고, 무기를 휘두르면서 자연스럽게 베어지는 이교도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건 내 적성이다! 라고 바로 깨닫게 된다니깐.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이교도가 아닌... 추억을 도둑질한 녀석을 베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

 

 

사실 나에겐 추억이라고 할만한 기억이 없어. 왜냐면 난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버려졌고, 그렇기에 이곳저곳 교단이든 어디든... 그렇게 옮겨지면서 제대로 된 관심같은 걸 받지 못한 채 그저 적당히 나이가 채워지고 성장하는 과정만을 거쳤으니까.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이 대충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통해서 많이 들었어. 아마 역시 로셀 형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이 많긴 하겠지. 생각해보면 로셀 형을 만난 이후로는 조금씩 추억이라는 것이 쌓이고 있으니까... 따지면 추억이라고 할만한 기억이 없다는 건 '아주 오래 전' 기억에 한정해서고, 최근 기억에서는 나름 추억이라고 할만한 게 있는 셈이네.

아무튼 거짓말한 건 아니니깐!

 

그렇게 추억에 대해서 깨달은 나에게, '추억'이 도둑질 당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이미 죽어버린 존재의 추억을 도둑질했다는 건... 더욱 끔찍한 일이고, 원래대로 돌려놔야만 한다는 일이라고 생각했기도 하고.

그나마 살아있는 존재라면 새로운 추억이라도 만들어 줄 기회가 있었겠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존재에겐 그런 것도 없는데.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들로 저 멀리 존재할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일텐데... 어째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걸까? 본인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래서... 아무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과 실력을 동원해서 그 추억을 도둑질한 사장 녀석을 제압했고... 나머지는 너희들에게 맡겼지. 내가 그렇게 진심으로 누군가를 적대하고 맞서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흔치 않은 일을 만들어 준 그 사장 녀석에게 감사해야 되는 걸까?

굳이 감사해야 될 필요는 없나?

 

생각해보니 어차피 그 사장 녀석은 죽었는데, 감사해봤자 듣긴 할려나. 히히.

 

 


 

 

이후로 로셀 형이 너희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또다른 사도이자 용병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사실 나도 옆에서 같이 끼어들어서 "나도! 너희들이랑 같이 활동하고 싶어!" 라고 말은 해 보려고 했는데- 다들 워낙 놀라기도 했고, 이유같은 걸 물어봤을 때 제대로 진지하게 답할 자신이 없어서 대충 로셀 형이 계속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 두었지.

그리고 그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기도 하고. (헤헤.)

 

 

너희들이 말했던, 그 신의 피가 닿은 자 말이야.

분명히 이번의 그 사장 녀석처럼 다른 녀석도 누군가의 추억을 가지고 논다던지, 아니면 무고한 누군가를 해친다던지... 그런 일이 분명히 존재하게 만드는 녀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래서 나도 계속해서 이 곳, 정확히는 너희들과 함께 머무르며 다른 녀석들을 청소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방금 전부터 계속 '추억'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맞아.

그리고 그 추억이라는 건 단순히 누군가의 '기억'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해.

 

일단 이번에 그 사장 녀석을 제압하고 다시 얻어낸 누군가의 유품같은 걸 생각하면... 추억이라는 것은 굳이 허상의 무언가가 아닌 실존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 실존하는 무언가 속에 담겨있는 손길, 시간... 그런 것들도 누군가에겐 다 하나하나 소중한 추억이겠지.

 

어쩌면 그동안 '이교도 청소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것도, 이교도 녀석들이 빼앗아간 무고한 녀석들의 '추억'을 다시 되돌려주기 위해 그런 것일수도 있었을 테고.

 

 

아무튼 난 그런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누군가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싶어.

 

바로 이 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로셀 형이 먼저 진지하게 인사를 해버린 탓에, 나도 똑같이 인사를 해야 될 것 같잖아!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미 다 생각해 둔 게 있지. (킥킥.)

 

이번엔! 내가 정식으로 인사를 올릴 차례다!

아, 그 전에! 그동안 계속 장난식으로 군주 씨라고 불렀던 것부터 미리 사과해두고 싶은걸. 그치만 그 때는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릴 거라곤 예상 못 했었단 말이야~

 

 

아무튼! 이제 진짜로 인사를 올릴 거니까 잘 듣고 있으라구!

 

 


 

 

나, '이교도 청소부' 단탈리온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만큼은,

 

백색의 개척자, 파멸의 관장자인 군주와,

그 군주를 따르는 첫 번째 사도,

그리고 '개척파멸을 함께하는 자' 로셀 형의 뒤를 잇는!

 

 

또다른 사도이자,

용병-

 

'군주 방해꾼 청소부' 단탈리온이 될 것임을,

 

 

이 대검에 두고 맹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