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옵시디언/데피드] black-tinted -VER. α-

E / P 2016. 3. 8. 00:08

요즘 바쁘다. 역시 최고의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사방에서 여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자꾸 불러대니까 이 몸도 이젠 귀찮다고. 그래서 요즘은 이 몸을 부르는 곳에 대놓고 싫다고 말하고 이 몸만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뭐- 이 몸이 돕지 않는다고 해도 동생 녀석이라던가, 바다에서 만난 친구라던가 대신 도와줄 수 있는 녀석들이 많아서 상관없어.


요즘 그 녀석들을 많이 대타로 보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믿지 않았지만 믿어보니 대만족」 이라는 반응이 많아서 꽤 괜찮겠다 싶더라고. 그리고 그 녀석들은 항상 심심하니까, 이런 것도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쌓아보라는 이 몸의 나름 멋진 아이디어랄까!


근데- 멍하니 쉬고 있는 것만은 아니고, 언젠가 다시 이 몸을 부르는 녀석들을 도와주러 가야 되니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는 루트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긴 한데… 솔직히 이 몸이 머리 굴리는 타입은 아니거든? 그래서 조수 녀석에게 종종 물어보곤 하는데 역시 조수 없었으면 이 몸이 어떻게 빠르게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하곤 한다니까. 조수 녀석이 전투 능력은 제로에 가깝지만, 머리 굴리는 능력은 다른 녀석들에게 꿇리지 않는다고!


아, 맞아. 이 이야기를 잊고 있었네. 요즘 데피드가 이 몸을 찾아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던데 말이지. 올 때마다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이 몸에게 인사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혹시 이 몸이 너무 데피드에게 관심을 가지니까 데피드가 이 몸에게 조금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 걸까? 음, 그렇다면 미리 사과…가 아니잖아! 일단 고민이나 먼저 들어보자고. 고민은 들어주기만 해도 일단 반은 간다던데 말이야.


"어… 요즘 시간이 많은 것 같군."

"이 몸도 쉬고 싶을 땐 마음껏 쉬어야지 않겠냐-."

"아, 하긴 그런가?"

"그나저나 요즘 무슨 고민이 있길래 이 몸을 자주 찾아오는 건지 궁금한데."

"음… 그러니까…"

"이 몸이 전부 해결해 줄 테니까 마음껏 이야기 해 보라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듣자하니 언제부턴가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 칙칙한 기운이 몸을 감싸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언젠가 이 기운이 터져나올 것 같다는 조금은 데피드 본인에게는 심오한 고민이었다. 이 몸에게는 어쩌면 조금 뜨끔하게 된 내용이기도 한데, 사실 데피드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이런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


"으음- 꽤 깊은 고민이긴 하겠네."

"그래서 요즘 자꾸 이것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근데 이 고민도 예전부터 있었던 고민이 아니었기에."

"그게 무슨 소리지?"

"너를 처음 만난 순간 이후부터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이 기운을 심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에? 착각이겠지. 일단 이 몸은 아냐."

"그런가…."

"이 몸이 그런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 몸이 해결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은 고민인데 말이야."

"…정말인가?"

"지금 바로는 무리인 것 같고,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해결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놓인다."


그러니까 하나 부탁이 있는데, 계속 이 몸에게 와서 고민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줬으면 하거든. 그래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 몸도 생각해보고, 좀 더 세부적인 부분은 조수 녀석에게 대신 맡겨보기도 하고 그래야 되거든. 데피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분간 자주 오게 되겠군."

"자주 오라고! 이 몸 많이 심심하니까!"

"…심심하면 일을 하면 되지 않나."

"시, 심심한 건 일하는 걸로 해결되는 게 아냐!"

"아, 그렇지. 잊고 있었군. 이제 진짜로 가봐야겠다."

"얼른 가보라고! 이 몸이 길 안내라도 해 줄까?"

"아니, 괜찮다. 혼자서 알아서 갈 수 있으니까."

"헤에- 아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