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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크로셀 / 에코] 무기스왑

E / P 2023. 6. 25. 02:45

 

 

 


 

 

어떤 세계에는, 언제나 떨어지지 않고 서로 함께 다니는 한 마리의 고양이한 마리의 개가 있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서로의 힘을 합쳐 역경을 헤쳐나가고··· 어떨 때에는 적군의 정신을 정화하여 아군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실력을 구사하곤 했다.

 

주변에서는, 그리고 그들 스스로는 각자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기록자'와 '목격자' 라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기록자.

 

자신이 겪어온, 또는 타인이 겪어온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으로 쌓고,

그 경험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기는 자.

 

 

기록자라는 이름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그는 두 눈을 잃었고··· 눈이 있는 부분에는 항상 붕대를 감고 다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비밀은 바로 그의 손에 있었다.

 

그의 손에는, 그의 눈을 대신하는 또다른 눈이 박혀 있었고···

그 눈들은 무언가를 보는 역할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꿰뚫고 베어버리는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 죽음의 신이 자신의 교단을 이끌어나가던 시절···

기록자는 자신이 섬기는 죽음의 신에게 말했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저의 어떤 것이든 바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죽음의 신은, 그에게서 두 눈을 가져갔다.

두 눈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기록자는 자신의 무언가를 주인에게 바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고 있었고, 죽음의 신도 그저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만이 아닌 또다른 무언가들을 보답으로 건네주었다.

 

그 보답의 첫 번째는, 기록자의 감각들이 발전하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손에 박혀있는 또다른 눈들이었다.

 

 

그 보답들이 있었기에, 죽음의 신이 자신의 교단을 버리고 유일한 신이 되기 위해 모두를 배신하였음에도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죽음의 신이 자신의 하수인에게 제압당하고 힘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곤 하수인의 교단으로 들어가 다시 그 죽음의 신을 섬기기 시작했다.

 

비록 자신들을 배신했음에도,

더 이상 죽음의 권능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기록자는 다시 죽음의 신이었던 존재를 찾아가 영원히 섬기기를 결정했다.

 


 

"그대의 영혼은, 저에게 아주 좋은 목격이 될 겁니다."

 

목격자.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목격하고,

그렇게 목격한 것들의 생기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자.

 

 

목격자는,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흥미를 이끄는 모든 것들을 목격하고···

그렇게 목격한 것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바라보기 위해서 생기를 흡수한다.

 

 


 

 

아주 오래 전, 많은 신들이 이 세계에 머무르고 있던 시절···

 

신들은 자신의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

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고한 자들의 생명까지 빼앗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목격자는 자신이 살던 교단, 터전, 소중한 존재들··· 그런 것들을 전부 잃었다.

 

 

"···어째서, 저 혼자만···"

 

 

그것이 그의 첫 목격이었고···

첫 목격에 의해 생긴 괴로움, 불안감, 분노와 같은 것들이 하나로 모여 그를 지켜주는 낫이 되었다.

 

 

그렇게 무기를 가지게 된 목격자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신을 베어버리기도 했고···

 

이후에는 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다른 무고한 자들의 영혼을 빼앗아 생기를 영원히 간직하곤 했다.

 


 

목격자의 그런 분노를 잠재우고, 그가 다시 속죄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당연하게도··· 기록자의 역할이 컸다.

 

기록자가 우연히 다양한 곳들을 다니고 있던 중 목격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목격자의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려버린 기록자는 서로 기나긴 싸움을 펼치게 되었다.

 

 

그렇게 싸움을 펼치고 있던 중 목격자는 과거의 다양한 감정으로 인해 제대로 싸우지 못하며 괴로워했고,

기록자는 그 모습을 보며 목격자를 꿰뚫어버리는 것이 아닌, 목격자를 위로해주며 감싸주었다.

 

그 따스함이 전해진 목격자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기록자와 함께하며 다른 존재들을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오래 전 신들이 무고한 자들을 베어버렸던 것처럼,

다른 무고한 자들을 베어버리는 존재들을···

자신이 베어버리는 것으로 역할을 바꾸어서.

 


 

목격자는 말했다.

 

자신 이외에도, 이렇게 과거 신들의 전쟁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존재들이 있고···

그 존재들이 자신처럼 다른 무고한 존재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고.

 

 

목격자는 그들 중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그들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길 원했다.

 

물론 이 속죄에는, 기록자의 말에도 큰 영향이 있었다.

 

 

"···만약 그대가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길 원한다면,

저와 함께 그들을 제압하는 것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목격자는 처음엔 망설였다.

당연하게도,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들을 속죄하는 것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목격자는 결심했다.

어차피 그들을 제압하지 않으면 결국은 모든 것이 무한하게 반복될 것이니까.

 

 

···그렇게 반복되는 것을 목격자는 원하지 않았으니까.

더이상 자신은 그들과 같은 영역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에.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그 존재들을 제압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보내지 않고 그 시간들을 통해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쌓아 기록자는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고, 목격자에게는 새로운 목격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그들의 또다른 목표였다.

 

그렇게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기록자는 목격자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고,

목격자도 기록자의 그런 사랑을 받아주며 또다른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쌓았다.

 

 

기록자는 목격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저의 곁에서 모든 것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목격자는 그 기록자의 말을 들으며 대답했다.

 

"그대의 삶이 끝나는 그 날까지, 언제나 옆에서 모든 것을 목격하고···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약속했고,

사랑을 약속한 이후로 그들의 무기와 마음은 더욱 강해지고, 견고해졌다.

 


 

함께 나아가는 것.

함께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쌓아가는 것.

 

단순한 목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단순한 목표이기에···

그들에게는 쉽게 이루어 낼 수 있는 크나큰 축복이자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