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탈리온 (w. 공백, 크로셀)] 230705
[ 따르는 자 ].
기존 구성원과 새롭게 영입된 인원이 모여 다시 재결성된, 악을 처단하고 선을 위해 헌신하는 집단의 이름.
그들은 교단에서 같이 활동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서로의 신념을 다시 강하게 다져가는 시간을 가진다.
따르는 자의 대장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기록자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기록자여. 리온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음? 방금 복귀했던 것 같기는 한데··· 못 보셨습니까?"
"잠깐 해야 될 일이 있다면서, 어디론가 가더군. 그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말이지···."
"흐음··· 그렇습니까. ···아."
"무언가 떠오른 게 있나?"
"언제부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이긴 했는데, 이번에도 그걸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무언가라니···?"
기록자는 싱긋 웃으면서 어디론가 안내하며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따르는 자들은 서로의 신념을 믿고 따르죠. 최근 리온도 그 신념을 더욱 강하게 다지기 위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흥미롭군. 지금 가고 있는 장소가··· 그곳인가?"
"그렇습니다. 교단에서도 조금 구석진 곳에 있지요."
교단에서 꽤나 구석진, 확실히 그 누구도 쉽게 드나들 것 같지 않은 장소에 도착하자-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외형.
누가 봐도 이전에는 '청소부'라고 자칭했던-
지금은 [ 깨우는 자 ] 라고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인 자가 있었다.
"···후후, 역시 저기에 있군요."
대장은 그 모습을 보고 나름의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고 했으나, 깨우는 자에게서 어떤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대장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군."
"스스로의 신념을 다지는 것일 겁니다. 같이 한 번 들어볼까요?"
"···그러지."
죽음의 신이시여-
저는 여전히 죽음의 신을 섬기고 따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고, 그 무리에서 새로운 대장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를 이끄는 대장을 사랑하게 되었죠-
죽음의 신이시라면 그런 것들을 전부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히죽.)
이렇게 새로운 누군가를 섬기고, 새로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도-
결국은 전부 죽음의 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분들을 죽음의 신과 죽음의 신을 섬기는 로셀 형께서 채워 주었기에,
저에게 아직까지 채워지지 못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아직도,
죽음의 신을 섬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신이시여-
만약 이 기도를 듣고 계신다면-
부디 제가 섬기고 사랑하는 대장을 위해 그 권능을 나눠 주세요.
대장이 앞으로 나아가게 될 길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도록,
그리고 제가 그 대장의 길을 더욱 밝혀줄 수 있도록-
그렇게 앞으로도 제가 대장의 곁에 있어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대장이 다시 악에 맞서싸우며 선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바라봐주세요.
그동안 마주했던 악을 짓밟으며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안에 쌓였던 악을 지워내면서,
밝은 빛과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죽음의 신께서도 도와주세요.
죽음의 신께서 저를 안내해주셨던 것처럼-
로셀 형을 안내해 주었던 것처럼-
죽음의 신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잖아요?
죽음의 신이시여-
그리고, 하나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섬기고 사랑하는 대장에게도, 오래 전 섬기고 사랑했던 주인이 있었습니다-
부디 그 대장의 주인이 좀 더 평온하게 죽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죽음의 신께서 인도해주세요.
비록 이제는 죽은 자들의 세계와 거리가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세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건···
아무리 힘을 잃은 신이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요?
물론 저는 언젠가 그 주인을 만나러 가게 될 운명인 필멸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은 대장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대장의 마음 속에 가라앉아있는, 주인을 위한 그리움과 미련같은 것들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어도···
그것들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그 때까진, 대장의 주인이 저를 보면서 시샘하고 질투하지 않게···
죽음의 신께서 적당히 잘 달래주세요. (헤헤.)
대장의 주인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대장을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하게 만들어주어서 고맙고···
대장이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전부 주인께서 노력하신 덕분일 테니···
제가 그 성장과 노력을 막아서지 않는 존재가 되도록 더 많이 앞장서서 걸어가겠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제가 대장의 주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죽음의 신이시여-
이것으로 오늘의 저의 결심이자 기도를 마칩니다-
다음에도, 늘 새로운 결심으로 죽음의 신을 찾아오겠나니-
그 때까지 평온한 교단 생활을 즐겨주시길-
"···기도라고 하기엔, 좀 장난스럽군."
"그것이 리온의 방식이니까요. 어떤 식이든 자신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달까요."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겠지."
따르는 자의 대장은 그저 깨우는 자의 기도를 들을 수 있었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