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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탈리온 > 공백] 230713

E / P 2023. 7. 13. 15:53

 

 

 


 

 

앵커딥은 다른 성전들에 비하면 별이 잘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기서도 잘 보이긴 잘 보이네?

 

특히 앵커딥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좀 더 색다른 느낌이라서 더 마음에 든달까~

 

 

굳이 다른 곳들도 아니고, 앵커딥에서 별을 보자고 한 이유는- 아마 대장도 알고 있지 않을려나~

 

최근에 이 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여기는 대장에게도 많이 중요한 곳이니깐!

그래서 언제든 대장이 그 장소에 대해 떠오를 때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게 이 곳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랄까.

 

 

나도 나름 대장의 주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게 느껴지긴 하지? (헤헤!)

 

 


 

 

사실 예전부터 이렇게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건 아니었어.

뭐랄까, 나는 그렇게 막 감성적인 부분을 챙기는 녀석은 아니었거든.

 

그냥 이교도 녀석들이 보이면 그걸 청소하면서 시간이나 보내면서 지냈고,

그렇게 청소한 걸 교단같은 곳에 알려준 다음 적당히 보상을 챙기고 다른 교단으로 가거나 그랬었지.

이렇게 감성적인 부분을 챙기게 된 계기는··· 역시 로셀 형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해.

 

 

이 교단에 머무르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로셀 형이랑 잠깐 성전의 이교도를 청소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시간이 좀 늦어지게 되어서 느긋하게 교단으로 복귀한 적이 몇 번 있었거든.

그럴 때마다 로셀 형은 "시간도 늦었는데, 좀 더 둘러보다가 갈까요?" 라며 혹시 모를 이교도 녀석들을 청소하자고 얘기를 종종 꺼내기도 했었지.

물론 나도 늘 거기에 찬성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청소를 하기 위해 노력했고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로셀 형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다른 날들보다 별이 더 많이 떠 있네요."

 

 

라고 말할 때가 종종 있었지.

물론 방금도 말했지만, 나는 그런 거에 별 관심이 없었던지라,

 

 

"그래? 로셀 형은 그런 거 바라보는 게 취향이야?"

 

 

라고 호기심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로셀 형도 그렇게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했었는지-

 

 

"그럼요. 오늘은 얼마나 많은 별이 떠 있는지, 저번에 비해서 얼마나 변화가 생겼는지···

그런 걸 기억에 남기는 재미가 있거든요."

 

 

라고 말하기도 했었고.

 

 


 

 

"굳이 그런 걸 보면서 지낼 이유가 있어?"

"이유는 만들어가는 겁니다. 다른 존재들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누군가에겐 유용한 시간이 될 수 있죠."

"헤에··· 그런가? 로셀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확실히 납득은 되는 것 같기도!"

"별이라는 건- 꽤나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실제로 별을 이용해 길을 찾는 경우도 있고요."

"오오!? 정말!? 그건 나도 알고 싶은데!"

"하하, 그럼 간단하게나마 알려드리겠습니다. 저기- 저 별들 보이시나요?"

"응! 엄청 밝게 빛나고 있는걸!"

"흔히 북두칠성이라고 부릅니다만, 저 별들이 보이면 북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와~ 굉장하네··· 별들한테도 그런 방향이 있다니-"

"다른 것들도 요즘 배워가고 있어서- 제가 완벽하게 습득하게 되면 그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하."

"언제든 기다릴 수 있다구~"

 

 


 

 

앵커딥 특유의 그 물결같은 분위기 덕분인지,

여기서 바라보는 별들은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인 게 신기해.

 

흔히 별들이 모여서 강처럼 보이는 걸 은하수라고 표현하는 걸 듣기는 했는데···

여기는 정말 바다에 별들이 잔뜩 떠 있는 것 같으니 좀 더 은하수에 걸맞는 풍경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대장은 이렇게 밤하늘의 별 바라보는 걸 오래 전부터 좋아했으려나?

물론 오래 전에는 신들의 전쟁 때문에 제대로 이런 감상을 할 시간이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한 휴식시간 정도는 있었을 테니까.

한편으론 밤하늘을 바라보고 싶어도 전쟁으로 인한 흔적들 때문에 밤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생각이 갑자기 복잡해지는걸.

 

만약 그 때에는 그렇게 별을 바라볼 시간도 없었고, 상황도 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나마 이렇게 같이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헤헤.)

 

 

문득 저렇게 빛나는 별들처럼, 대장의 주인도 하늘에서 저렇게 대장을 빛내주며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대장을 위해 계속해서 밝게 빛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안내해준다고 생각하면, 나름 꽤나 낭만적일지도~ (히히.)

 

물론 굳이 밤이 되길 기다리지 않더라도,

늘 옆에서 이렇게 대장의 앞을 빛내주는 또다른 별이 이 자리에 있으니-

아마 대장의 주인도 엄청 걱정하진 않겠지!

 

 


 

 

이번에는 앵커딥으로 결정하긴 했지만,

다음엔 다른 성전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보아하니 로셀 형 쪽은 다크우드 쪽으로 간 것 같은데, 거기도 꽤나 괜찮을 것 같거든.

다른 성전들에 비하면 좀 더 울창한 숲의 분위기도 있고- 동백꽃도 많이 피어있을 테니 주변 풍경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대장이 원하는 대로 난 언제든 움직일 거니까,

언제든 부담없이 말해줘!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