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제네토/옵시디언] ζ & Ω -Type ζ-

E / P 2016. 3. 11. 00:06

…오늘도 이 주변은 항상 익숙한 풍경이다. 가끔은 새로운 일이라도 생기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하지만, 괜히 귀찮아지는 건 싫기도 하고. 그리고 또 내가 말썽을 피울 것 같은 느낌도 들곤 해서. 지금 나이에 무슨 말썽인가, 싶겠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그쪽도 귀찮고 나도 귀찮다. 그러니 다들 비켜.


멍하니 저 멀리 바라보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정면으로 부딪힐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채로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검은 그림자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하다가, 어떤 녀석과 부딪혔다. 갑자기 부딪힌 탓에 완전 만신창이가 될 뻔했지만, 예의는 있는지 대신 먼지들을 털어주고, 떨어진 모자도 주워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풀리지 않는 이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하, 뭐냐."

"에, 미안! 이 몸이 앞을 제대로 안 봐서 괜히 이런 일이 생겨버렸네."

"볼일 없으면 꺼져라."

"…그렇다고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 건 아닌 것 같지 않아?"

"시비 거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닌데… 음…"


제대로 바라보고 도대체 어딜 바라보면서 다니는 거냐고 말하려다가 이 때까지 봐왔던 존재들과는 다른 「날아다니는 녀석」 이 내 눈앞에 있었기에 조금 당황해서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아, 이게 아닌데. 이 녀석은 그저 날 바라보며 싱긋 웃기만 했다. 아마 본인도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던건지….


"어, 음… 흠흠."

"음… 잠시 이야기라도 할까?"

"시간은 많으니까, 원한다면."


이 근처에 이야기하기 좋은 곳을 알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멍하니 앉거나 누워서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무래도 처음 마주친 녀석이라서 조금 불안한 감도 없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날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경계하진 않았다. 물론 살짝 더듬거리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꽤 오랫동안 누워 있었을까, 녀석이 먼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내 이름, 살고 있는 곳, 취미같은 것들. 갑자기 생각해내려니 제대로 생각이 나진 않았지만, 최대한 대답해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말해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무엇을 말했는지 제대로 기억나는 것들이 거의 없는 것 같았지만. 그나저나 왜 이런 걸 묻는걸까. 아마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를 대비한 것일지도.


"이름은, 제네토."

"이 몸의 이름은 옵시디언! 제네토라- 엄청 좋은 이름인 것 같다!"

"누군가가 지어준 이름이지. 뭐, 나도 꽤 만족하는 이름이지만."

"좋은 녀석들을 두었네. 하는 일은?"

"…글쎄, 딱히 말하고 싶진 않은데. 사실 겉으로 봐도 왠지 눈치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헤에- 조금은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네 녀석은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이 몸은… 일종의 대장같은 역할? 이 몸이 저쪽 세계에서는 제일 강하거든!"

"이렇게 다른 곳으로 마구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괜찮아! 어차피 이 몸을 이길 수 있는 녀석이 없을 테니까."

"엄청난 자신감이군."


옵시디언. 아마 자신이 왕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이 곳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것인가. 한 번 물어볼까 싶었다가 아무래도 너무 간섭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꺼내보기로 했다. 그 외에는 나의 가족이라던지, 묻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묻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가족은?"

"있지. 특히 소중히 여기는 동생이 있다."

"오- 정말? 의외로 남을 잘 챙기는구나?"

"…의외라니, 지금 보이는 모습만 보면 남을 잘 챙길 것 같이 생기지 않았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 누구나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

"그러는 네 녀석은 가족이 있나?"

"있었다! 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 지금은 모르겠고."

"혼자라는 게 외롭다거나 그렇진 않은가?"

"괜찮아! 친구가 많으니까!"

"…친구라."

"그런 의미에서 너도 이 몸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어?"

"처음부터 친구라니, 좀 이상한데."

"사실 원하면서."

"…아, 아니다! 전혀!"

"표정으로 다 보여."

"…체, 쳇."


…친구, 그게 어떤 감정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되어준다고 하는 걸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고. 괜히 일이 더 꼬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