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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메리 / 옵시디언]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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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이 가게는 참 이 몸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니까."

"하하, 친구는 의외의 취향을 가지고 있군?"

"의외-일지도 모르겠네. 사실 이 몸의 마음속에 봉인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말이야!"

"오늘도 차 한 잔 마시고 가겠나?"

"한 잔 부탁한다구-♪ 이 몸이 분위기에 취하는 걸 좋아해서!"


언제봐도 인형처럼 생긴 이 녀석은 볼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졌다. 남들도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막 껴안고 싶을 정도로 포근하게 생겼잖아. 얼마나 포근할지 진짜로 껴안아보고 싶긴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키는 게 나을 것이다. 그게 이 몸에게도, 메리에게도 아주 정신건강에 좋을 테니까 말이다.

사실 이 몸은 무언가 마시면서 분위기에 취하는 걸 거의 즐겨본 적이 없다. 뭐랄까- 항상 주변에서 이 몸이 필요하다고 불러대니까 느긋한 시간을 즐길 그런 여유가 전혀 없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조금 민폐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이 그 날 중에서 하나에 속하기도 한다.


"요즘은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나?"

"그냥 녀석들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 주고는 있는데, 한 번 해주니까 입소문이 퍼지는지 곳곳에서 이 몸을 불러대니까 말이지."

"저런저런, 그래도 입소문이 나면 믿어주는 녀석들이 생길테니 좋을텐데 말이야."

"뭐- 나름 맞는 말이긴 하네. 좋은 녀석으로 소문이 나면 나중에 이 몸이 도움을 요청할 때 다들 달려와주겠지."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는 언제든 좋아질 수 있다고-."

"원래 이 몸이 미래를 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뭐- 봐야 될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보긴 해야겠지."


입소문이 퍼져서 주변에서 이 몸을 좋은 녀석으로 생각해준다- 라. 사실 이 몸은 남들의 도움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그런 체질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너무 혼자만 하니까 재미가 없어서 남들을 도와주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렇기에 다른 녀석이 이 몸을 정말 도와주려고 해도 사실 이 몸이 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그래도 거절은 좀 예의가 없으려나.

그래도 녀석의 말처럼, 정말 언젠가 이 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달려와서 도와줄 수 있는 녀석을 만드는 건 나름대로 꽤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원래 이런 건 쉽게 만드는 게 아니니까. 뭐든지 과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믿음직한 동료를 만드는 것도 과정이 있지.


"메리는, 이 몸이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 거야?"

"저번에도 꽤 신세를 진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지."

"뭐- 크리스를 데려다 준 일이라던가- 그런 거 말하는 것일려나."

"사실 그 땐 크리스가 길을 몰라서 그랬던 것이겠지만?"

"이참에 이 몸이 널 알고 있기도 하고, 한 번 만나러 가볼까- 해서 같이 끌고 왔었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될 줄이라곤 누가 상상했을지."

"그러게 말이야-. 은근히 시간이라는 게, 참 빠른 것 같더라고."


이 몸이 이 곳에 있었던 것도, 이 몸이 이 곳에서 잠시 벗어나와 다른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도 참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런 과정에서 이 때까지 만났던 녀석들이 기억 속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잊혀지기 전에 그 때 만났던 녀석들을 우연히든, 아니면 어떻게든 다시 만나면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도 메리는 계속 기억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나름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 몸이 언제 걱정했다고 그래...!"

"하하, 방금 걱정하지 않았나?"

"으- 으음... 뭐, 걱정했다고 하자구."


사실 조금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정말로 우리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지. 하지만 메리의 말대로, 그건 굳이 지금은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