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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DREAM EATER -utopia-





…잠을 자기가 싫어요. 분명 그 분이 와서는 온갖 꿈들을 다 먹어주고 가긴 했지만, 그냥 언제부턴가… 무언가 두려워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꿈을 꾸지 않는다는 건, 악몽을 꿀 필요도 없어져서 좋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언가 자신이 원하던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다시 행복한 꿈 정도는 다시 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랄까요. 아무래도 그 분이 악몽만을 먹어준 다음, 잠시동안 악몽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내 꿈을 막아버린 걸까요…? 그래서 내가 그동안 행복한 꿈도, 악몽도… 그 어떠한 꿈들도 꾸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름 잘 들어맞는 것 같네요. 충분히 그 분이라면 이 정도 능력 정도는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오늘은 어떤 꿈을 꿀까… 악몽을 꾸지 않으니 어떤 즐거운 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조금은 기대되기도 했지요. 사실 내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꿈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이번에는 어떤 상상을 할까…

일단은 잠에 먼저 드는 게 이번에 꾸게 될 꿈에 대해 알 수 있을 단서가 되겠지요. 항상 악몽을 꾸느라 제대로 잠들지 못했던지라, 이제는 편하게 잠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아마 현실에서의 눈을 뜬 게 아닌, 꿈 속에서 눈을 뜬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죠. 이번에는 슬슬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시간 쯤 되는 공원에서 눈을 떴어요. 

이상하게 저번에 그 분을 만났던 것처럼 주변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그 대신인지 공원 자체의 분위기가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내 주변을 계속해서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들과, 조금씩 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고, 둥글고 큰 달은 나를 향해 하얀 달빛을 계속해서 빛내주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지, 외롭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기분도 들었죠. 분명 악몽은 아닌데… 뭔가 악몽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꿈이었달까요. 내 주변에는 이런 아름다운 것들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도 밝게 빛나는 건물들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창문이 있는 건물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지도 않았고, 전광판같은 것들도 전부 꺼져 있었고요.


자동차나 신호등같은 그런 것들은 존재하지만, 마치 주인을 잃은 것처럼 작동되지 않은 채 그저 그런 시설들만이 존재할 뿐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무서워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가만히 있기엔 너무 불안해서,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그저 꿈 속일 뿐이지, 이 장소 자체는 내가 항상 지내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 곳으로 가면 분명 사람들이 많이 몰려다니는 곳이 등장한다- 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기도 하고요. 

그 곳으로 가기만 한다면, 나는 다시 안정을 취할 수 있겠지… 라는 희망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곳에 도착해서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찾지 못했어요. 그 곳마저도, 불이 모두 꺼져있는 상태로 검은 어둠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으니까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악몽이 있는건가, 아니면 다시 내가 악몽을 꾸고 있는걸까… 두려워지기 시작했죠.


다시 공원으로 돌아왔을 땐, 저 멀리서 의자에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 앉아있는 누군가가 보였어요. 드디어 사람을 보는구나- 라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는데, 그 곳에서 나를 맞이하는 건, 그 때 보았던 그 분이었죠. 어째서, 이 분이 여기에…?


"…왜 여기에…?"

"이번에도 아가는 악몽을 꾸고 있구나. 그래서, 맞이해주러 왔단다."

"이건 악몽이 아니지 않나요…?"

"하지만 지금 네 마음 속에는 지금 이건 악몽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니?"

"…"


처음 만났을 때에도, 지금도… 여러 의미로 정말 놀라우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치 저를 이미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마치 저를 가지고 이리저리 다루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쩔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그저 그런 장난에 계속 당할 수 밖에 없었죠.


"저번에도 겪지 않았니? 내가 있으면, 우리 아가의 고민은 전부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네, 그 덕에… 악몽은 꾸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시 악몽이 다시 피어나고 있구나. 이런, 내가 마저 해결해주지 못한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다시 해결해줘야 될 것 같구나."


저번에도 이 분 덕에 지금까지 악몽을 꾸지 않았으니, 분명 이번에도… 이 분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런 이상한, 악몽이 아니지만 악몽같은 느낌을 주는 꿈을 꾸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이 생겼지요. 

분명 이 분은 겉으로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더라도, 실제로는 착한 일만을 해오는 그런 분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그럼, 이번에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언제든 받아줄테니, 편히 말하려무나."

"…사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요?"


그 분은 싱긋 웃는 듯한 느낌을 주며 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하지만 조금은 으스스한 목소리로 저에게 이렇게 말을 꺼내셨어요.


"내가, 너에게… 즐거운 꿈을 꾸게 해 줄까?"


영원히… 즐거운 꿈… 악몽에 계속해서 시달릴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갈 바에는, 차라리 그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누구든 영원히 즐거운 꿈을 꾸게 해 주겠다고 하면 다들 저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네. 영원히, 즐거운 꿈을 꾸게…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말하자 이 분은 재미있다는 듯 한번 더 눈을 싱긋 웃어보이곤 저에게 가까이 다가오셔서 저를 꼬옥 껴안아 주었어요. 뭔가 따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꽤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서… 예상하지 못한 기분이라 조금은 놀라기도 했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겠니?"


그런 뒤 검은색의 무언가가 저를 감싸더니 의자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무언가 사슬같으면서도 덩쿨같은 느낌도 들고, 정확히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네요.


"…이건, 뭐예요?"

"영원한 즐거운 꿈을 꾸게 해 주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게 있어서란다."

"말하고 싶은 것이라뇨?"


그러자 저번에 보았던 것처럼 갑자기 검은 눈에 붉은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조금씩 저에게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죠. 그런데 이상하게… 저번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두려움이 가득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 검은 사슬인지 덩쿨인지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움직일 수 없었죠.


"사실 나는… 우리 아가의 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처음엔 행복하고 즐거운 꿈이었지만, 내가 바꿔놓았지.


이유…? 네가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 절망에 빠진 상태로 나에게 다가와 내 도움을 받게 만들고 싶어서였지. 

그래야 나에게 와서, 다시 악몽을 꾸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떨 땐 즐거워서 정말 악몽만을 먹어주고 다음 악몽을 꿀 때까지 기다리곤 한단다. 

물론, 악몽을 너무 오랫동안 꾸지 않는다면… 이렇게 즐거운 꿈에 들어와 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있지. 이번에는… 우리 아가가 그런 차례가 되었구나.


영원한 즐거운 꿈… 그런 게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겠니?


  우리 아가가 유토피아로 생각했던 곳이, 어쩌면 지옥일 수도 있다는 걸."  


  "…잘 자렴, 우리 아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을 번뜩이자, 저는…



"우리 아가, 악몽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계속 더 보고 싶었지만, 우리 아가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니…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었단다.

그 곳에서 꾸는 꿈은, 즐거운 꿈일지… 아니면 영원한 악몽일지… 기대되는구나.


다음이라는 건 없단다. 한 번 감은 눈은, 다시 뜰 수 없으니.

기나긴 여행이 될 거란다. 즐거운 여행이 될 지, 괴로운 여행이 될 지… 그건 네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에 달려 있겠지.


좋은 꿈 꾸거라."



꿈 속에서도 눈을 감겨준 뒤, 꿈 밖으로 나와 이 어린 형체의 존재를 어딘가로 사라지게 만든다.


…다음에 들어갈 꿈에서도, 이렇게 영원한 꿈을 꾸게 만들 존재를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