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3 - [메카닉] - [녹터너스 / 마일즈] 220403
마일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새 어둠이 잔뜩 내려앉았다. 도시 근처에 있는 공터치곤 도시의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이 신기한 것 같기도 하군. 한편으론 그렇기에 이 숲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들기도 했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 아니겠는가.
어느새 내려앉은 어둠 때문인지 마일즈는 나의 품에 안긴 채 조금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그, 얼른 도시로 내려가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걱정 마라.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내가 지켜줄테니."
"그치만, 녹터너스씨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건 다시 정비하면 되는 일이지."
"저는 녹터너스씨를 믿지만, 그래도 늘 조심해야 되는 건 꼭 기억해주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씩 나의 기운이 마일즈에게 스며들고 있는지 언제 이 어둠에 대해 걱정했냐는 듯 마일즈는 안정적인 감정을 다시 되찾았다. 아무래도 그동안 혼자 다니면서 이런 어둠이 무서웠던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하며 다시는 이런 어둠이 무서워지지 않도록 마일즈를 부드럽게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끌어안아 줄 때마다, 마일즈는 더욱 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기도 했고 얼굴 대신 가슴을 맞대며 부비적거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가슴이 크다보니 얼굴보다 가슴이 먼저 닿는 경우도 없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따뜻한 기분이 느껴져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어쩌면, 내 몸도 마일즈의 가슴이 나의 몸에 닿는 걸 먼저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닐지.
...그렇게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몸을 녹이고 서로에 대해 더욱 가까워지고 있을 때,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와 가까운 곳이라서 별이 보일 때도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마일즈를 환영하기라도 하듯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마일즈도 가슴에 파묻었던 얼굴을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하늘의 별들을 보며 약간의 감탄을 뱉어냈다.
"와아..."
"오늘은 별이 많이 떴군. 아무래도 너를 보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닐지."
"무, 무슨 소리세요... 헤헤..."
부끄러워하는 마일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게 생명체들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것일까. 그리고 동시에 '사랑'이기도 하겠지. 아무튼 마일즈는 나의 말에 처음엔 부끄러워하다가도 곧 익숙해진 듯,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건넨 말이 마음에 드는지 하늘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래도, 녹터너스씨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많이 기뻐요..."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
"그치만 다른 곳이나 다른 분들에게선, 전혀 들을 수 없는 말이니까요...!"
"이제 많이 듣게 되겠군. 슬슬 적응해야 될 것이다."
"녹터너스씨가 그렇게 말 안 해도 이미 적응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구요-?"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많이 녹았는지, 마일즈는 조금씩 능글맞은 말도 툭툭 꺼내곤 했다. 그런 능글맞은 말을 할 때마다 생명체들이 입술을 맞대고 키스를 하듯 마일즈의 얼굴을 가볍게 잡고 얼굴을 맞대어 키스하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서로에게 이것이 우리들의 키스나 다름없는 것일지도.
그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마일즈는 다시 온몸이 화끈해진 듯 맞대어진 얼굴을 통해 마일즈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마일즈도 가볍게 나의 얼굴을 잡으며 오랫동안 놓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나에게 입이 없는 건 처음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약간 아쉬울지도 모르겠군.
서로의 얼굴을 오랫동안 맞대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이번에는 마일즈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별들이 아름답네요... 솔직히, 그동안 저런 걸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실험실에 있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있고, 워낙 떠돌아 다니면서 하늘을 볼 여유가 없었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니 그렇겠군. 당장의 삶이 더 중요할 테니까."
"은근히 녹터너스씨는, 제 마음을 다 읽고 있는 듯 반응해주시는 게 신기해요."
"떠돌이의 삶이란 원래 다 그런거지."
"녹터너스씨도 떠돌이였나요?"
"어쩌면."
과거에 용병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그 용병을 그만둔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고 마일즈에게 간단한 이야기를 건네주었고, 마일즈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일지 조금은 이해하며 (한편으론 서로의 삶에 공감하듯) 말을 꺼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녹터너스씨는 저처럼 험난한 떠돌이의 삶은 아니었어서."
"이제 너도 험난한 떠돌이의 삶은 끝이지 않은가?"
"...헤헤, 그렇죠. 다 녹터너스씨 덕분이예요."
"그리고 나도 험난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나에게도, 너 덕분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게 얼마만인지..."
확실한 건, 이제는 다 지난 일이 될 테니 가볍게 웃어넘기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일즈도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똑같이 따라하듯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아무래도 나보다 체격이 더 커서 그런지 어깨를 으쓱거릴 때마다 온몸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처럼 보여서 조금 섹시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일즈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유독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저 별, 엄청 반짝거리는 것 같지 않나요?"
"그렇군. 저렇게 밝은 별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 별은 녹터너스씨인 것 같아요."
"...푸흐, 재미있군."
"오옷, 녹터너스씨가 그렇게 즐겁게 웃다니...!"
"웃음을 참을 이유는 없으니까. 아무튼..."
마일즈가 가리킨 밝게 빛나는 별 주변에 있는, 만만치 않게 밝게 빛나는 별을 가리켰다.
"저건 마일즈, 너군."
"앗, 저는 저렇게 밝게 빛나고 있지 않은걸요..."
"이제부터 밝게 빛날 것이다. 아니, 이미 밝게 빛나고 있다."
"...녹터너스씨가 그렇게 말해주시니... 엄청 기뻐요..."
"저 하늘의 별보다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언제나 곁에 있어주겠다."
"저야말로, 녹터너스씨의 도움만 받으며 지내진 않도록 노력해볼게요...! 스스로도 노력할 수 있어야 될 테니까요."
"그런 자신감, 좋은 모습이군."
언제까지나,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저 하늘의 별들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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