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2 - [CotL] - [Cult of the Lamb / 크로셀 & 크툴] 230502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오랫동안 성전을 다녀온 경험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아무쪼록 그쪽이야말로 조심하시길."
"저도 이 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있는걸요. 앵커딥이라면 제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하, 자신감이 돋보이네요. 마음에 듭니다. 아무튼, 슬슬 출발해볼까요."
잠깐 부활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캠프에만 너무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서 각자 위치를 정해서 순찰 겸 이교도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원래는 이럴 예정이 없었는데 최근에 캠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주변에서 마치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는 듯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리더군요. 그냥 넘기기엔 아무래도 누군가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가 먼저 크툴님에게 제안을 했었습니다. 저의 제안을 들은 크툴님도 마침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면서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였죠.
앵커딥을 아예 안 왔던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앵커딥을 드나들었던 건 다른 성전에 비하면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로 좀 더 앵커딥에 대해 다양한 것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나중에 이 곳에서 얻은 정보들을 하나로 정리해두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특히 교단에서도 교주님께서 유독 수정 조각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해서... 수정 조각이 많이 발견되는 장소라던지, 그런 걸 미리 알아둔 다음에 교주님에게 알려주면 분명 교단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확실히 다른 성전들에 비하면 유독 앵커딥의 이 신비로운 분위기 자체는 인상적입니다. 늘 말하지만, 다른 곳들이 평범한 평지에 세워진 성전이라는 느낌이라면 이 곳은 마치 수족관이나 아쿠아리움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성전이니까요. 제가 이 곳에서 평범하게 숨을 쉬고 있다는 점마저도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성전의 분위기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성전의 분위기에 푹 빠진 틈을 타서 공격을 할 수도 있겠죠. 쉽게 말해서 이 풍경은 누군가에겐 장관이자, 또다른 누군가에겐 미끼인 셈일 겁니다.
...하마터면 저도 이 미끼에 낚인 고양이가 될 뻔했군요.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캠프에서 들었던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 주변에서도 들렸기 때문입니다. 캠프에 있었을 때에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곳에서도 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확실히 저희들을 노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제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존재도 아니니,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조용히 뒤따라가서 역으로 제가 그들을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역으로 쫓아 들어간 곳은, 꽤나 으슥하면서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크툴님과 머무르던 캠프와는 정반대의 느낌이 드는... 또다른 캠프라고나 할까요? 이 곳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사실 이 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익숙했습니다. 제가 느낄 수 있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주로 붉은 왕관과 관련된 분위기 뿐이었고, 이 곳에서 그 분위기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과 흡사한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확실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씩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이라면... 크툴님이 말했던 그 '부활'과 관련된 곳일 것이라는 예상이.
...생각이 너무 깊어진 탓일까요? 어느새 제 주변에 많은 존재들이 저를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둘러싸고 있었고, 그 무리들 사이에서 어떤 사제같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꺼냈습니다.
"이 곳까지 이렇게 들어오다니, 용감하구나."
"...하하, 제가 용감하긴 하죠."
제가 말을 맞받아치니까 뭔가 흥미로운 듯 저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곧 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존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 존재를 우리들의 의식을 위한 제물로 바쳐라!"
"..."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데, 이렇게 나오신단 말이죠."
주변에서 몰려오는 존재들을 가볍게 낫으로 제압하며 씨익 웃어보이곤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싸움보단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대화로 해결하죠."
"...너는, 정체가 뭐지?"
"단순히 이 곳을 조사하고, 귀찮은 존재들을 청소하는 떠돌이입니다. 아, 물론 섬기는 주인님이 있으니 떠돌이는 아니겠네요."
"누굴 섬긴다는 것이지? 어린 양?"
"아뇨. 오래 전에는 '기다리는 자'라고 불렸던, 나린더님을 섬깁니다."
"...네 녀석도, 보통 녀석은 아니군."
"많이 듣는 소리입니다."
어린 양의 교단에서 교주님을 섬기지 않고 지금의 힘을 잃은 주인님, 나린더를 섬긴다고 하면 100명 중에서 99명은 다 똑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워낙 많이 들었다보니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편이지만요. 아무튼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 존재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주인님을 부활시키려고 한다는 그 분이시죠?"
"...흠, 그 녀석에게서 이미 들었나보군. 정작 그 녀석은 우리들의 행동을 못미더워하고 있는데도."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겠죠. 아무튼 제 소개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죽음을 섬기는 자, '크로셀'이라고 합니다."
"라켄이라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라켄님. 일단... 당신의 세력을 힘으로 제압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이나마 사과드리죠."
"우리들을 힘으로 제압했다는 건 적어도 우리들을 만날 자격이 있다는 셈이니."
"자격이라. 아무튼 자격을 만족했다니 다행이네요."
일단 지금은 대화로 해결하자고 먼저 제안을 한 상태여서 따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대화가 아예 통하지 않는 그런 존재는 아닌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질문을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지라,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어떤 것부터 먼저 질문을 해야 될까요? 일단은 차근차근 하나씩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 꺼내보도록 합니다.
"초면부터 너무 단도직입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궁금한 건 물어볼 수 밖에 없겠죠."
"...주인님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들은 우리의 주인님이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존재가 되길 원하는 존재들이니."
"흠, 그렇군요."
칼라마르는 충분히 강한 주교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교주님께서도 유독 칼라마르를 상대했을 때 난관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기도 하셨고, 저의 주인님인 나린더께서도 이 앵커딥에 대해 '끈질김'이라고 표현하셨던 만큼 칼라마르의 이 앵커딥을 향한 끈질김은 그 누구보다도 강인했겠죠.
그렇기에 라켄님의 목적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그 주인을 어떻게 부활시키냐에 대한 의문이었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주인님을 부활시킬 겁니까?"
"그걸 네 녀석에게 알려줘야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뭐, 이해합니다. 저는 그저 당신들에겐 이방인일 뿐이죠."
"그리고 너는 이미 너의 주인님을 통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방식을 당신 쪽에서 똑같이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만..."
제 주인님이 가졌던, 그러니까 지금은 교주님께서 가지고 있는 그 힘은 분명 '붉은 왕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존재들에게 그 힘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다름없는 일이죠. 그래서 그들에게 '확신이 없다'라는 말을 꺼낸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라켄과 주위의 세력들은 마치 저를 보며 큭큭 웃고 있는 듯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언젠간 직접 그 확신을 바꿔주도록 하겠네."
"...그래서, 크툴님과는 어떤 사이입니까?"
"크툴은 우리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운명에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하면서."
"운명을 거스르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거겠죠. 아무래도."
"우리들의 주인이, 우리들이 섬기는 신이 다시 되살아난다는 것이 어째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지?"
"뭐- 그것까지는 제가 크툴님의 마음까지 다 읽고 있는 건 아니라서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그래도 제 기준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죠.
"지나간 시간과 흔적은 그대로 과거에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죠."
"...흥미롭군. 그래봤자 우리들을 지켜주는 신이 있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당신과 당신의 세력이 생각하는 길이니까요."
저는 누군가의 생각을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원래 그런 생각들은 제각각 다른 것이고, 그런 생각을 강제로 바꾸려는 것은 오히려 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당히 맞받아주며 다른 존재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즐기곤 합니다. 아마 언젠가는... 이 분들과도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의견을 조율할 수 있게 될까요?
뭔가 이것저것 더 꺼내고 싶은 질문은 많습니다만...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군요. 더 시간이 늦어지면 크툴님도 그렇고, 교단에서도 저의 행방을 걱정할 테니까요.
"시간이 늦어졌군요. 나머지 질문들은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 때에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런 대화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도록 하지."
"...굉장한 자신감이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 '행동'이라는 건... 역시 부활일까요? 아무튼 그런 생각을 혼자서 조용히 가지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시간이 늦어져서 걱정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 그렇게 걱정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라켄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크툴님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듯 무덤덤하면서도 조금은 긴장된 대답을 꺼냈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큰 일로 번지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번지지 않을 힘은 어느정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 곳에 드나들게 된다면 조심하십시오. 언제 갑자기 당신을 제물로 삼게 될 지 모르니."
"저보다는 그쪽을 더 걱정해야 될 것 같은데요. 하하."
"그들보다는 제가 더 강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서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슬슬 눈치채고 있긴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꽤나 의지하고 서로의 힘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 열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발버둥치며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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