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하면서도 조용한 날의 오후. 그리고 정적을 깨는 목소리.
"인사."
어딘가 익숙한 인물.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이때까지 어디서 지내다가 여기로 오게 된 걸까. 그리고 여기로 오게 된 이유가 뭘까. 궁금하지만 나중에 따로 묻기로 하자.
"어이, 도루루."
"...강적?"
"이때까지 어디 있다가 여기로 온거냐. 또 파괴나 하고 다녔던 건 아니겠지."
"비밀."
예상대로 그렇게 순순히 말하진 않는 것 같다. 뭐, 상관없다. 천천히 알아가면서 말을 하게 하면 되니까.
"그래, 뭐 이때까지 어떻게 지냈냐. 내 생각엔 분명 정상적인 삶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정상. 이상 무."
"흠. 예상외로 정상적인 삶을 보낸 것 같군."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정상적인 삶을 보냈던 걸까. 생각해보면 이미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무턱대고 파괴하고 다닌다던가 그랬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에 대한 궁금한 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내 앞에서는 계속 숨기고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을 수 밖에.
"어~이. 기로로!"
"...뭐냐, 케로로인가."
뜬금없는 불청객. 하지만 그렇게 불청객같은 존재는 아닌 것 같다.
"어라? 그 옆에 있는 건..."
"너도 오랜만에 보는 존재겠지."
"이름이... 도루루였던가?"
예상외로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자신과 닮은 존재의 소대원이었으니 모를리가 있겠냐만은.
"도루루!"
"인사."
"혹시 또다른 나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알아?"
"평범. 무난."
"평범하게 지내고 있구나~ 다행이네."
분명 다른 소대원들도 이 녀석을 만난다면 누군가의 안부를 묻곤 하겠지. 물론 만날 일은 별로 없겠지만.
"그럼 난 이만 사야 될 건프라가 있어서 말이지! 나중에 보자구!"
"...하라는 침략 작전은 안 짜고 여전히 저러고 있군. 그래. 나중에 보지."
분명 침략하러 온 거일텐데 왜 건프라에 푹 빠져서 저러고 있는지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나저나, 분명 날 봤을 때 경계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군."
"...의외?"
"예상외의 모습이라는 거다."
"무의식."
"자신도 왜 경계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는 눈치군."
"…."
...생각해보니 나도 경계를 하지 않았다. 예전같았으면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무기부터 꺼내서 경계태세에 돌입했을텐데, 어째서인지 뭔가 정이 들었다고 설명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예전의 그 싸움이 우리를 정들게 하는 그런 요소가 있었을지도.
"나도 널 봤을 때 딱히 경계하지 않았군. 이렇게 긴장을 안 하고 다니다니…."
"괜찮음."
"이젠 아무런 적대감도 들지 않는다는 건가."
"경험."
"이미 겪은 경험 덕분이라는 건가...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
한가로운 오후의 공원. 잠시 쉴 겸 의자에 앉는다. 살짝 갈증이 나는 것 같아서 2개의 음료수를 가져온다.
"자,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하나 마셔라."
"감사."
왠지 모르겠지만 살짝 친근해진 것 같으면서도 얘가 이렇게 순한 녀석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저번에 만났을 땐 이렇게 순진한 녀석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는 건가. 그래봤자 파괴 본능은 여전히 남아있겠지."
"본능."
"본능은 어쩔 수 없다는 거군. 이해한다."
확실히 그 때 녀석을 만난 이후로 지금 다시 이렇게 만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녀석도 변했고, 나도 변한건가.
슬슬 저녁시간이 되었다.
"이제 헤어져야겠군. 내일 다시 만나겠지만."
"작별."
"그럼 내일 만나지. 몸 조심하도록."
"인사."
그렇게 오늘 하루는 의외의 만남으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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