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아마 자신의 친구라고 믿을 그 녀석들과 함께 이야기나 하고 있겠지? 정말 그 녀석이 그 녀석들을 믿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런 녀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게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걸까? 괜히 귀찮기만 하고 그런 거 아닌가? 뭐, 절대로 내가 외롭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나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러고보니 가끔 이 산에서 나와 꽃 행세를 하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오늘같은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꼭 들리는 소문이 있어. 달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있는데, 그 나비를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 솔직히 그런 허접한 소문을 아직도 믿으며 나비를 찾아다니는 녀석이 있다는 게 정말 웃기더라고.
솔직히 나는 그 멍청한 녀석들이 찾아다니는 나비를 보름달이 뜰 때마다 보곤 하지. 소원같은 건 안 빌어. 그런 걸 빌 정도로 난 멍청한 녀석이 아니거든. 충분히 내 힘으로 모든 걸 이루어낼 수 있는데, 굳이 그런 짓을 왜 해야 되는데? 시간 때우기 용이라면 나름 괜찮긴 하겠지만. 정말 평범하게 달빛을 받고있을 뿐인 흔한 나비인데, 이걸 찾아다닌다니 정말 웃기고 재미있는 녀석들이야.
그래도, 조금은 왜 이 녀석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지 알 것 같긴 했지만. 저렇게 달빛을 받으며 날아다니는 나비는 그렇게 흔치 않은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정도는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냐면, 사실 그 나비가 내 위에 앉아서 쉬었다가 가거든. 나름 귀여울 것 같지 않아? 나비가 내 위에서 가만히 있다가 다시 날아가는 모습이. 영원히 궁금해하라고. 히히히!
오늘은 보름달이 뜨니까, 누군가는 이 산으로 올라오겠지. 솔직히 이 산을 아는 녀석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산을 올라오는 녀석을 낚아채서 아주 재미있는 기억을 머릿속에 남겨줄 예정이야. 그 짓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겠지. 그럼, 나는 일단 숨어 있어야겠다! 대놓고 나와있으면 재미없지 않겠어?
어디,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슬쩍 얼굴만 보려고 수풀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봤는데… 뭐야, 그 녀석이잖아? 그 녀석도 그 나비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생각해보면, 저 녀석은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을 테고 그럴테니 어쩌면 올라오는 게 아예 이상하진 않을 듯.
…그런데 수풀에서 얼굴을 다시 빼면서 수풀 소리가 들려버렸다. 수풀 소리 때문에 이 쪽을 쳐다본 것 같았지만, 다행히 내가 어떻게든 제대로 숨었기 때문에 들키지는 않은 듯 했다. 그래, 내가 깜짝 놀라게 해야지. 오히려 역으로 내가 들켜버리면 재미없잖아?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와서 이렇게 어두운 밤에 자신을 잡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달까나. 아무리 외쳐봤자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정말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겠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는지 녀석은 바위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다. 계속 숨어있는 것도 재미없으니까, 얼굴도장이라도 찍어주자고. 슬쩍 덩쿨을 끌어올려서 녀석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처음 건드렸을 땐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조금 더 세게 건드리자 이제서야 뒤를 돌아보곤 내 모습을 보고 놀라기 시작했다. 사실 내 존재에 대해선 이미 눈치챘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네?
* 뭐야? 이런 곳엔 무슨 일로 올라온 거야?
이야기를 듣자하니, 역시 나비 때문이었구만. 그렇다면, 내가 이번에는 직접 나서야겠군! 이 몸이 직접 나비를 두 눈으로 보여주겠다, 이 말이란 말씀! 녀석은 아무래도 못 믿는 듯한 눈치였지만, 내가 직접 그 나비 앞으로 데려다주면 말이 달라질걸?
* 기껏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보여주긴 해야겠지?
* 내가 길을 표시해 둘 테니까, 잘 따라오라고. 알았지?
* 괜히 길 잃어버려서 아무도 없는 한복판에서 질질 짜지 말고.
* 먼저 갈 테니까, 내가 표시해둔 거 잘 살펴보고 와!
이렇게 녀석에게 말한 다음, 나는 땅으로 사라져서 길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아마 녀석의 앞에 덩쿨같은 게 솟아오를테니 못 볼 일은 절대 없을걸. 뭐, 실수로 덩쿨을 다른 곳에 솟아나게 해서 이상한 길로 안내할 확률도 없진 않겠지만, 아마 그 녀석이라면 알아서 생각하겠지.
솔직히 그렇게 신기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나비이지만, 정말로 한번쯤은 보고 싶다면 보여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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