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자주 얼굴을 내밀지도 않고 그저 덩쿨같은 걸로 「아무래도 오늘은 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라고 땅에다가 표시를 하는 날이 많았다. 오늘이라고는 적어두긴 해도 며칠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알아보고는 싶지만 얼굴을 내밀지 않으니 어떻게 알아낼 방법도 없고, 계속 생각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이제서야 얼굴을 보게 되었다. 뭔가 함께 있다는 건 여전했지만 어째서인지 한 몇 년은 못 본 것 같이 반갑게 느껴졌다. 얼굴을 본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달까…. 뭔가 걱정이 많았는지 땀을 많이 흘렸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땀이 아니라 땅에 있었으니 더워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걱정이 많았을테니 저건 분명 땀일거야. 특히 얼굴을 꺼내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더더욱 땀이라는 확신이 가득 차올랐다.
* 어… 음… 오랜만이네, 그치?
* 요즘따라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아서 그래….
* 꿈 내용이 뭔지 알고 싶다고? 그러면… 가르쳐 주어야겠지…?
얼마나 이상한 내용의 꿈이길래 그렇게 식은땀까지 흘리는 걸까. 차근차근 입을 열기 시작했고,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계속 들으면서 꿈의 내용을 요약해 볼 수 있었는데, 어떤 꿈인가 구별할 필요도 없이 전부 결말은 자신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꿈이면서도 은근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그런 꿈이었다는 점에 확실히 계속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 난 분명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줬는데도 다들 하나하나 떠나가고 있었어.
* 예전에는 분명 이상한 짓을 했고, 요즘도 가끔씩은 장난삼아 이상한 짓을 하긴 하지만 말이야….
* 그렇게 짜증이 났던 걸까?
처음 만났을 땐, 많이 짜증나기도 했고 그래서 보기 싫었던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나름 친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들이 아직도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자신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그 녀석들은 이 녀석과 친해지려고 생각도 하지 않을 테니까, 자신의 행동이 전부 헛짓이라는 걸 깨닫긴 하겠지. 그래서 실망감도 크고 그런 게 아닐까?
나는 친구니까, 당연히 걱정으로 가득차 기분이 가라앉은 친구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게 좋겠지? 꽃잎을 쓰다듬기도 하고, 슬쩍 이마에 입을 맞추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행동들을 하나하나 해 주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걱정하던 표정에서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무슨 짓을 하냐고 막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헤- 벌써 걱정따윈 없어졌구나? 이래야 우리 친구답지.
* 뭐, 뭐하는 거야!? 정말 너까지 이럴거야!?
* …뭐, 뭣!? 내가 너무 걱정만 하고 있으니까 걱정을 풀어주려고 그랬던 거라고…?
* 그, 그래도 너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오면 당연히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지!
* 갑자기 이러니까 뭔가 또 부끄러워진다….
아직 다들 너의 매력을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 그런 거라며 나름 위로의 말을 건네주자, 이제서야 걱정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다시 즐거워하는 표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 이런 모습의 네 모습이 정말 진정한 네 모습이라니까.
* 헤, 그런 거겠지?
* 다들 아직 내 매력을 못 느껴서 그런 걸거야!
* 다치게 해서라도 내가 이렇게 멋있는 녀석이라는 걸 증명해주겠어.
* 그러니까, 너도 나 좀 도와달라고-! 내가 더욱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게 말이야.
싱긋 웃으며 말 대신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언더테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 2016.04.03 |
---|---|
- (0) | 2016.04.02 |
- (0) | 2016.03.27 |
[언더테일] Flicker -Undertale Redesign- 1 (Type. F) (0) | 2016.03.24 |
[언더테일] Flicker -Undertale Redesign- 1 (Type. H) (0) | 201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