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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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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뭔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사실 낮잠을 잤다곤 했지만, 예전부터 낮잠을 자도 다시 깊게 잠을 잘 수 있었기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게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다시 잠을 자기에도 충분히 피곤하지 않았고, 새벽의 공기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해가 뜨긴 하겠지만, 아직은 해가 조금은 늦게 뜨니까 새벽의 풍경을 보는 것도 좋겠네.


몇달 전에는 새벽에 나오면 정말 추웠는데, 지금은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새벽에는 춥지만 말이야. 그리고 낮이나 밤에는 들을 수 없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잔잔한 소리들이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분명 좋은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소리를 딱히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쉬운걸.


역시 새벽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보이는 존재는 하나도 없었다. 아직은 바깥에서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는 아니니까. 오히려 그렇기에 혼자서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평소에는 느껴볼 수 없는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부지런한 한 명 정도는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다들 게으른 것 같네.


푸르스름한 세상을 보며 잠시 앉아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옆에 그 녀석이 잎사귀로 나를 툭툭 건드리며 나 여기 있다고 봐달라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아직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너도 뭔가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나 보네.


 * 갑자기 무슨 일로 지금 일어나고 그래? 

 * 낮잠을 잤더니 좀 일찍 일어났다고? 뭐… 그럴만도 하겠네. 

 * 그래서 새벽에 이렇게 돌아다니는 기분은 어떠냐? 나름 좀 색다른 기분이 들긴 하나? 

 * 이참에 내가 새벽에 보기 좋은 곳을 아는데, 같이 가볼래? 


플라위가 알고 있는 새벽에 보기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조금 궁금해져서 길 안내를 부탁했다. 겉으로는 뭐든지 하기 귀찮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 하고싶은 일들이 많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같이 동참해주는 것도 사실은 전부 분위기를 맞춰주는 것일수도 있고, 동시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뭔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듯한 기분인데, 그렇게 높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새벽에 산 정상같은 곳에서 아래를 보고 있으면 무슨 기분이 들까? 마을이 엄청 신기하게 보이겠지? 사실 예전부터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아래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하곤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동시에 너무 힘들어서) 그럴 의지가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나 혼자가 아니니까! 같이 올라갈 존재가 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아래에서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물 안에서는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저렇게 물을 타고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내가 이 때까지 발견하지 못한 곳들도 아무런 걱정없이 다닐 수 있을텐데. 하지만, 지금도 나름 새로운 기억으로 남고 있으니 너무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려나.


 * 어이! 그렇게 멍하니 다니다가 나무에 머리 부딪힌다! 


정말로 몇 걸음이라도 더 걸었다간 나무에 머리를 부딪혔을지도 모를 정도로 내가 너무 길을 걸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다녔다는 걸 깨달았다. 가끔은 이렇게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사실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도 어쩌면 본인의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일지도?


꼭두새벽에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건 정말 신기하다. 분명 땅에서는 그렇게 크고 높은 건물들이 위에서는 손톱만큼 작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아마 플라위는 이런 걸 자주 봐왔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을 얕보는 건가?


 * 어때? 나름 경치가 좋지? 

 * 가끔 심심할 땐 여기로 올라오곤 하는데, 누군가와 함께 오는 건 처음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 춥지는 않고? 뭐, 이제 날이 조금씩 풀리니까 크게 신경은 안 쓰이려나? 

 * 언제 내려갈까? 네 녀석이 원할 때 내려가게 해 줄게. 

 * 음, 좋아. 그 때까지 같이 있자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왠지 오늘따라 좀 따뜻한 플라위인 것처럼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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