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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the post-flower in a leaf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앞에 우체통이 생겼다. 내가 이걸 여기에 갖다놓진 않았는데… 이걸 누가 여기에 갖다놓은 걸까? 그래도 이런 곳에서 편지를 받아볼 순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재밌을 것 같았다. 편지가 온다면 말이야. 과연 이런 곳에서는 어디에서 이 곳으로 편지가 올까? 그리고 편지는 누가 옮겨주는 걸까? 내심 기대하며 우체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체통을 계속 바라보기만 한다고 갑자기 편지가 뿅 하고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내가 할 일은 마저 하고 오기로 하자. 오늘은 그렇게 바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고 다시 우체통을 살펴보러 오는 거야. 평상시에는 느릿느릿 지나가던 시간이 오늘따라 좀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이 생겼기 때문일까?


우체통에 편지가 있을까 궁금해서 가는 도중에 편지를 들고 인사하는 플라위를 보았다. 편지를 뜯진 않은 것 같은데, 자신의 편지가 아니니까 나에게 가져다 주려고 하던 과정에서 어쩌다가 만나게 된 것일지도? 그나저나 저 편지는 누가 보냈을까?


 * 심심해서 우체통을 하나 갖다놨는데, 정말로 편지가 올 줄은 몰랐는걸. 

 * 아, 그리고 이거 너한테 온 편지더라. 읽어볼거야? 

 * 누가 보냈냐고? 음… 굳이 말 안 해도 겉만 보면 알게 될 것 같네. 

 * 그러니 일단 뜯어서 읽어보라구. 


일단 누가 보냈는지 먼저 살펴보기로 했는데,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의 내용이 담겨있는 편지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보내는 건 한 명이 모조리 담당해서 보낸 편지인 듯. 봉투를 뜯어 편지지를 펼쳐보니 역시 혼자가 아닌 단체로 나눠서 적은 듯한 흔적이 보였다.


 * 괜찮으면 나도 같이 봐도 되겠냐? 내용이 궁금해서 말이야. 

 * 뭐, 정말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면 굳이 안 그래도 되지만. 

 * 표정을 보아하니 그런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구나? 그럼 같이 읽자구.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여러 명이 적다보니 편지마저도 정신없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심심한 내용의 편지보단 이렇게 시끌시끌함이 느껴지는 편지가 재미있고 좋겠지.


 * 여어, 잘 지내고 있나? 거긴 나름 편하고? 

 * 인간! 잘 지내냐? 여긴 너무 복잡해서 얼른 탈출하고 싶다! 

 *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께서 전한다! 분명 거기에서 따로 잘 지내고 있겠지? 언제 한 번 여기 놀러오는 건 어때? 

 * 너무 귀찮으면 천천히 와도 되니까 말이야. 

 * 혹시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갈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 우리가 그렇게 예의없는 녀석들은 아니지만, 진짜 혹시 모르니까 쳐들어갈 때를 대비해두는 게 좋을거야! 

 * …그냥 겁먹이려는 거 알고 있겠지? 적어도 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 그리고 우리가 쳐들어갔을 때 안에 있는 물건들은 전부 숨겨두는 게 좋을걸! 혹시 너무 반가워서 부숴버릴지도 모르니까! 

 * 그럼 기대하고 있으라고! 녜헤헤! 


편지의 내용을 읽으며 나는 정말 재밌고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플라위에겐 그저 시끄러운 녀석들의 시끄러운 편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플라위에겐 이 녀석들의 이런 시끄러운 잡담이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이젠 이렇게 단체로 이야기하는 것에 적응할 때도 되었잖아? 언제까지 그렇게 조용함을 원할 순 없으니까.


 * 여전하구만, 이 녀석들은. 

 * 정말로 이 녀석들의 이런 시끄러운 모습이 좋은거야? 

 * …음, 솔직히 나도 조금은 재밌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 그래서 정말로 이 녀석들을 만나러 갈 생각은 있어? 

 * 혹시 그럴 생각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 나도 오랜만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 그래? 그럼 언제 갈 예정인데? 

 * 흐음, 좋아. 내가 그 곳까지 편하게 갈만한 방법을 찾아볼게. 

 * 너도 놀고만 있지 말고, 같이 찾아달라구. 


오랜만에 편지도 받았으니, 답장이라도 쓸까- 싶다가 직접 만나러 가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편지도 좋지만, 직접 몸이 가는 게 더 즐거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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