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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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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른한 오후. 오늘은 며칠 전에 '오늘 몇 시에 만나자' 라고 약속한 것이 있었기에 조금 일찍 밖으로 나와서 플라위를 만나러 간다. 원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뜬금없이 만나는 것이 플라위였지만, 오늘은 예상외로 플라위 쪽에서 먼저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이젠 깜짝 놀라지도 않을 테니까 아예 약속을 하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려나?


어라, 의외로 약속시간이 되기도 전에 먼저 나와있었네? 저렇게 약속을 잘 지키는 녀석이었던가? 하긴, 생각해보면 뜬금없이 만났을 때에도 「그, 그냥 할 짓이 없어서 온 것 뿐이라고!」 라는 소리를 해댔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마 오늘도 할 일이 없어서 좀 일찍 나온 거겠지? 난 일찍 나올 생각은 없었지만 여기가 이렇게 가까운 곳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어쩌다보니 일찍 오게 된 것이지만.


 * 어, 왔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 날씨가 많이 풀려서 막 나른해지기도 한데, 지금 네 녀석이 딱 그런 상태인 것 같군? 

 * 일단 뭐라도 마실까- 사실 내가 목마르거든. 


간단하게 음료수를 하나 산 다음에, 플라위에게 줄 음료수에는 빨대를 꽂아서 건네준다. 잎사귀로 음료수를 잡고 빨대로 빨아먹는 모습이 의외로 귀여워서 마시라는 음료수는 안 마시고 계속 플라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버럭 화내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서 계속 음료수를 마셨다.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도 귀엽네, 우리 플라위는.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할 이야기가 없어서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플라위가 마치 옛날 이야기라도 꺼내려는 듯 뭔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를 바라보며 예전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한 번 들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이야기인지 조금은 궁금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과연 플라위가 기억하는 옛날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 에 대한 궁금함이 가득해졌다.


 * 아주 예전에, 예지몽을 꿈꾸는 어떤 녀석이 있었어. 

 * 그 녀석 덕분에, 그 녀석과 관련된 존재들은 전부 행복하게 지냈지. 어쩌면 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랄까? 능력이라기엔 좀 오묘한가? 

 * 하지만 그런 행복도 분명 오래가진 못할 거라고 그 녀석은 생각하고 있었어. 

 * 그 녀석의 주변 인물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 녀석을 격려했지만, 그 녀석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지. 


예지몽을 꾸는 사람… 그런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마냥 부럽기만 한 것도 아니긴 했었다. 그런데 플라위는 그런 사람을 정말로 본 적이 있었구나. 역시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얼른 이야기를 이어달라고 하니 그 때의 기억을 다시 꺼내려는 듯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석은 또 예지몽을 꾸었어. 그런데 이번엔 뭔가 좋은 내용이 아니었나봐. 

 * 몰래 들어보니까, 자신과 관련된 존재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고, 그래서 결국은 죽임을 당한다는 내용이었다나? 

 * 물론 주변의 존재들에겐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나에게만 슬쩍 알려주었지. 말해봤자 우린 절대 안 그럴 거라고 대답할 뿐일 테니까. 

 * 그래서 하루종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던 것 같더라고. 


다른 존재들이 자신을 존경하고 그러는 녀석들이 많았을 테니, 어쩌면 누군가가 부러워서 그 녀석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그래서 예지몽으로 자신이 죽임을 당한다는 꿈을 꾸었을 땐 본인도 기분이 엄청 묘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고.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이 궁금해졌다.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


 * 그렇게 고민만 하는 것 같더니,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더라고. 온갖 준비를 하고 말이야. 

 * 듣자하니 이 곳에 계속 있으면 불안해지기만 할 테니까, 다른 조용한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생활할 예정이라나. 

 * 여기에서 계속 있으면 정신만 망가질 게 뻔하니 납득이 되는 소리였지. 조금 걱정되는 건 과연 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였지만, 딱히 내가 거기까지 신경쓸 이유가 있을까.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잠시 바쁜 일이 있다면서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고 말하며 자리를 비웠다. 하긴, 아직 이렇게 애매하게 끝날 이야기는 절대 아닌 것 같아.


 * 이야기 계속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호출이 생겼네. 

 * 빨리 다녀올테니까, 계속 기다리고 있으라구. 

 * 괜히 말썽부렸다가 여기서 또 내가 뒷처리해야 될 일은 없게 해야된다. 알겠지? 

 * 만약 내 말을 어겼다간 그 녀석처럼 정말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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