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볼 때마다 저렇게 활발할 수가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오랜만에 보았는데도 마치 어제 본 것마냥 익숙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못 본 건 어쩔 수 없었는지 나를 보자마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나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모조리 묻는 건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 모처럼 만났는데 질문이란 질문은 최대한 답할 수 있는 영역에선 모조리 답해줄 테니까,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보라고.
"그동안 잘 지냈죠?"
"당연히 잘 지냈지. 내가 뭐 이상한 짓이라도 했을 것 같나?"
"솔직히 이상한 짓을 안 할 것 같은게 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글쎄, 정말 여기서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
"그건 싫어요!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번엔 잔잔하게 넘어가자구요!"
"그래, 그런 걸 원한다면 그렇게 넘어가지."
오랜만에 뭐… 마실 거라도 줄까? 사실 이야기를 줄여서 그런거지 여기까지 오면서 이 녀석이 정말 입이 마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엄청나게 많이 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간단하게 음료수를 하나 건네 주니까 정말 즐거워하며 바로 벌컥벌컥 마셔대는데, 너무 그렇게 급하게 마시다가 괜히 잘못 들어가서 고생하니까 천천히 마시라고 느긋하게 대해주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니까 여전해서 참 좋긴 하구나.
여기였던가? 우리가 처음 만나서 이야기하던 장소. 오랜만에 오니 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어서 예전보다 더욱 화사하게 보였다. 물론 나에게 화사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저 방해물이 많이 늘었다-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지만, 이 조그만 요들 녀석에게는 새로운 흥미로움일지도 모르겠구나. 역시 생각하는 건 달라도, 어떻게 이렇게 어울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하다.
"여기, 기억하고 있어요?"
"당연하지. 우리가 처음 만나서 서로 정말 잘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곳."
"저도 처음엔 좀 의문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서로 잘 지내고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 이렇게 귀찮은 녀석과 같이 지낼 수 있을지."
"귀찮다뇨! 나름 쓰레쉬 신경써주는 건데!"
"…그러냐? 근데 왜 나에겐 그저 귀찮은 것 같은지."
"아직 쓰레쉬가 많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래요. 조금 더 지나면 더욱 제가 재밌게 느껴질걸요?"
"한 번 믿어볼까. 그게 언제일지도 좀 궁금하고 말이야."
"두고보라구요! 제가 쓰레쉬를 확 바뀌게 만들어 줄 테니!"
글쎄, 네 녀석이 정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만 혹시 미래는 모르는 법이니까. 딱히 내가 뭐라고 장담할 수 있는 말은 없군. 그나저나 오늘따라 자꾸 내 허리에 있는 열쇠를 잡으려고 한다던가, 의자에 올라가서 내 머리를 잡아보려고 한다던가 하는 그런 짓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키가 작으니까 어떻게든 잡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오늘따라 굉장히 샘솟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 키가 작으니 뭘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하겠지. 의외의 모습에 순간 피식하게 되었다.
"우, 웃지 말라구요!"
"아, 미안. 귀여워서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예요…."
"이번엔 뭐지?"
"쓰레쉬는 뭘 먹어서 그렇게 키가 큰 거예요?"
"네 키."
"…네?"
"말했잖아. 네 녀석의 키를 먹고 이렇게 컸다고."
"……에-이, 농담이죠? 쓰레쉬도 참!"
"진심인데."
"뭐, 뭐라구요!?"
"네 녀석의 키가 그렇게 맛있더구나. 계속 먹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네 녀석이 정말로 작아질 것 같아서 적당한 선에서 끊었지."
"의, 의외로 쓰레쉬는 무섭네요!"
"글쎄, 가끔은 예의바른 그런 녀석이지만."
그냥 농담삼아 던진 말인데 정말로 믿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내가 싱긋 웃어보이니 이제서야 자신도 정말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같이 웃어보였다. 역시 이런 농담에 잘 어울려주는 녀석이 있어서 재밌긴 하단 말이지.
그래서 이번엔 날 어디로 데려다 줄 예정인 걸까. 그저 뒤를 따라가며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제가 좋은 곳을 아는데, 따라올래요?"
"그러지. 할 일도 없으니."
"잘 따라오셔야 된다구요! 괜히 길 잃어버리실라."
"그럴 일 없으니까 길 안내나 하라고."
"그럼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