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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옵시디언이 매우 바쁘다고 해서, 제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은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냥같은 건 절대로 대신 해주지도 않고, 돕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뭐, 그런 사정이 있어서 잠시 쉬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이번에는 편지같은 것을 맡게 되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옵시디언이 편지같은 걸 쓴 적이 몇 번 있긴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기도 하군요.
편지를 제가 직접 그 존재에게 전달해드리는 건 아니고,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이 편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아마 그쪽 세계로 비유하자면 우체부 정도가 되겠죠. 물론 이 곳에서는 편지가 아닌 다른 것도 배달해주는 그런 존재가 있어서 뭐든지 배달이 가능하지만 말입니다. 그쪽 세계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물건들도 여기서는 가능하니까요. 무섭기도 하지만, 어쩌면 참 재미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옵시디언의 말에 따르면 이 근처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시간이 아닌 듯 보이지 않는군요. 오랜만에 왔는데 잠시 주변이라도 둘러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비슷한 모습이지만 가끔 자세히 살펴보면 무언가 바뀌어있는 이 곳이 참 흥미롭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어두운 골목길을 살펴보면 불량배 무리들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사냥을 안 한다고만 했지 옵시디언의 낫과 비슷하게 생긴 낫은 항상 가지고 다니므로 그런 녀석들을 볼 때마다 낫을 꺼내들면 바로 겁먹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엄청 도움이 되었다고 사례같은 것을 주는 존재들도 있었는데 어차피 저는 사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건 주지 않아도 된다고 슬쩍 넘기는 그런 식으로 다시 자리를 뜨기도 합니다. 옵시디언은 이런 재미로 골목길을 드나들었던 걸까요?
그렇게 어두운 골목길들을 돌아다니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자, 이제서야 시간이 된 듯 편지를 부탁하려고 했던 그 분과 또다른 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옵시디언에게 듣기론 저 두 분은 매우 사이가 좋다고 하던데, 겉으로는 아닌 듯 보이지만 확실히 두 분은 사이가 좋다는 게 바로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아, 찾고 있었는데 이제 오셨군요."
"살짝 바쁜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떤 용건으로 오셨는지?"
"옵시디언에게서 편지를 대신 보내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뭐, 제가 직접 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옵시디언이 또 어떤 부탁을 할 지 몰라서 말이지요."
"의외로 그 분이 꽤 간단한 부탁을 했군요. 항상 보고 있으면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시킬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이상한 일도 많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바쁜 듯 보여서."
"그렇다면 나름 다행이겠군요. 편지는 이상없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편지를 전달하면서 그 동안 잘 지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그 외 등등 여러가지 질문도 건네보았습니다. 저도 궁금한 게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옵시디언이 물어볼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왠지 물어보지 않으면 왜 안 물어보았냐고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두 분은 언제봐도 사이가 참 좋아보여서 마음에 듭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뭐,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크게 말썽같은 것도 없었고 말입니다."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옵시디언도 똑같이 응원하고 있다고 대신 전해달라더군요."
"그 분의 응원이라, 재미있군요. 항상 남을 놀리거나 그러는 줄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평상시엔 그런 모습 뿐이지만, 지금은 꽤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고 있더군요."
"나중에는 얼마나 더 바뀌어있을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만,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 되겠군요."
파셀이라고 했던가요, 조금이나마 의도적인 미소라도 짓는 데노시스라는 분과는 다르게 항상 일관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아예 얼굴을 가려놓았기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파셀이라는 분은 가면같은 것을 쓰지도 않았는데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항상 똑같은 표정이라는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표정에 대한 어떤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요.
"두 분 다 흥미롭긴 하지만, 파셀 씨의 항상 비슷한 표정은 언제봐도 흥미롭습니다."
"아,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 있어서."
"어떤 일인지 살짝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설명하자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 일입니다. 그래서 항상 비슷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다고 말 할 수 있을지도."
"흠, 그런 일이었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 일이라, 그런 일이 없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지는 여전히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확실한 건,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힘든 일은 맡기 싫습니다. 어차피 남들에게 제 표정같은 건 보이지 않겠지만, 그저 개인적으로 하기 싫은 그런 감정이 든다고나 할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아마 돌아가면 왠지 또 옵시디언의 부탁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만 작별을 하고 먼저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부탁이 있으면 또 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계속 건강하시길."
"어떤 부탁이든 맡겨주시지요."
"즐거웠습니다."
이번엔 옵시디언의 어떤 부탁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조금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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