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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헤드

[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 디스토픽 디바이드] -2-






2018/04/15 - [SP] - [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 디스토픽 디바이드]

2018/04/21 - [SP] - [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디바이드] Mirage of the Mirror




나름대로 날씨도 따뜻해졌고, 이제 다른 풍경을 보러 가 볼까. 생각해보면 꽤나 여기에 오랫동안 있었구나. 그 나비가 이어준 장소인데 다른 곳으로 가려니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분명 다른 장소에서도 이런 좋은 곳을 발견할 수 있겠지.

여러모로 참 신기한 장소다. 아름다운 풍경, 여러가지 꽃과 나무와 풀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울까지. 온갖 다양한 것들의 집합소라는 느낌이랄까.


울창한 숲 속을 걸어다니고 있는데, 로메로의 향기가 여전히 진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드는 장소일테니, 이 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다른 곳을 알아볼까…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다른 곳을 한번 더 알아보도록 하자.

내 기분도 중요하지만, 로메로가 기분이 좋은 게 나에겐 더 중요하니까. 로메로가 있기에 나도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제 다른 곳으로 가려니 좀 아쉽지 않아?"

"괜찮다네. 이런 곳이 이 곳에만 있는 건 아닐테니."

"…그렇겠지? 분명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거야."


홀로그램 창을 띄워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해본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조금만 더 가면 울창한 숲의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 풍경이 정확히 어떤 풍경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 우리들을 흥미롭게 해 줄 풍경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게 좀 더 길을 걷다가, 저 멀리서 마치 우리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다이아몬드 모양인 걸 보며 혹시? 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 혹시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아앗! 다행히 아직까지 여기에 계셔서 다행입니다-!"

"…!? 뭐야…?"

"그 때 말하지 않았습니까? 현실에서도 한 번 만나자고 말입니다!"


이 녀석은 항상 농담같은 것도 주로 하니까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줄은 누가 알았을까… 조금은 당황스럽긴 했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하게 녀석을 대한다.

디스토픽은 내 옆에 있는 로메로를 보며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하긴, 나에게 이런 동행자가 생길 거라곤 나도, 디스토픽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아앗! 당신이 그 형씨가 말한 동반자!?"


디스토픽이 이렇게 말하자, 로메로는 미소지으며 반갑다는 듯 예의바른 자세를 취하곤 말을 꺼냈다.


"오, 키네틱의 동생분이신가. 반갑소."

"정-말 반갑습니다! 디스토픽 디바이드라고 합니다!"

"로메로라고 불러주시오."

"우리 형씨에게 이런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니- 정말 세상 일은 모르는 법입니다-"

"허허, 고맙소. 든든하다고 해 주다니."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 형씨가 막 그 쪽을 괴롭게 하거나 그러진 않습니까-?"

"전혀 그런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누군가를 괴롭힌 적이 있긴 하냐?"

"형씨는 아마 모를 겁니다-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십니까-?"


키득키득 웃으며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농담인 게 확실했다. 디스토픽도 나름대로 농담이었다는 듯 그런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는데, 로메로가 문득 떠오른 듯 카메라를 꺼내는 모습이었다.


"아, 혹시 괜찮다면 사진을 찍어도 되겠소?"

"저야말로 언제든 환영입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일종의 취미라고 생각해주면 편하다네."

"그렇습니까-!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 멋있게 나오도록 찍어주셔야 됩니다-!"


디스토픽은 꽤나 익숙한 듯 다양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분명 사진 찍을 일 별로 없었을 텐데, 저렇게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 나름대로 즐기는 모습인 건 확실해 보였다. 언제 사진찍는 걸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메로는 몇 번 사진을 찍더니 그 중에서 잘 나왔다고 생각된 사진을 디스토픽에게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디스토픽은 그 사진을 보며 굉장히 마음에 드는 듯 눈이 더욱 더 동그래지는 모습이다.


"우오오-! 이게 정말 제 모습인 겁니까!?"

"하하, 그렇소. 잘 나왔는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사진작가이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구려. 그저 여행을 다니는 장미일 뿐이라네."

"여행하시는 분들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하더랍니다- 아마 로메로 씨도, 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런가? 아마 그럴 수도 있겠군."

"이 사진은- 제가 정말로 잘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계속해서 사진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는지 로메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디스토픽의 모습도 보였다.


"그나저나, 형씨도 몇 번 찍으셨을 것 같습니다?"

"응? 나…?"

"키네틱은 아무도 모르게 풍경이 좋을 때 찍어주고 있다네."

"…!? 뭐? 언제부터!?"

"이야- 깜짝 선물까지 준비하실 줄 아는 분이셨습니까? 정말 분위기 메이커이지 말입니다-!"

"나, 나중에 꼭 보여달라고…"

"그렇게 당황할 필요까진 없다네, 허허."


내가 나온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디스토픽에 비해 예전에 사진이라는 걸 찍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잘 나왔을지도 조금 궁금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저는 일을 하러 가야 되는지라 먼저 가보겠습니다!"

"짧지만 좋은 시간이었다네."

"…뭐야, 벌써 가는거냐?"

"이 정도면 충분히 긴 시간이었지 말입니다-?"

"뭐… 일 잘 하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찾아와."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마치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역시… 꿈을 드나들 수 있어서 그런가?


"저렇게 한 번에 사라질 수 있다니… 신기하구려."

"디스토픽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키네틱은, 저런 게 불가능한가?"

"…나는 꿈 속을 다룬다던가 하는 게 안 되니까."

"호오, 그런가…"

"그럼… 이제 우리도 가 볼까."

"이번에는 다시 내가 앞장서면 되는 것인가?"

"아, 응…"


이번엔 어디로 안내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