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곳을 찾아 유유히 떠나는 여행.
오늘도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다.
흐음- 여긴, 놀다 가기에 좋은 분위기의 도시인 것 같다. 뭐랄까, 도박같은 걸 즐기다 가기 좋은 느낌도 들고?
우리들은 영 도박에는 취향이 없긴 하지만. 우리들이라기엔- 로메로는 조금 다를수도 있으려나.
근데 로메로도 뭔가 욕심같은 건 없어보여서, 도박은 취향이 아닐 것 같기도. 잃으면 잃고, 얻으면 얻고- 그런 마인드일 것 같아.
"뭐랄까, 우리랑은 영 거리가 먼 도시인 것 같지?"
"…푸흐, 키네틱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이오?"
"솔직히 형이 도박과는 그렇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영 그런 것엔 욕심이 없어서 말일세."
"음- 그럼 잠시만."
기계라서 나름 좋은 장점은, 홀로그램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 정도? 즉,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여행하면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정말 편하더라구. 직접 알아내는 것도 여행의 재미이겠지만, 이렇게 영 딴판인 도시일 때는 검색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진 않지.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이건 꽤 우리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은 정보를 찾았다.
"보다시피 여기가 놀기 좋은 도시처럼 보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술도 다양하게 있는 것 같네."
"호오, 술이라."
"…술 좋아하나?"
"가끔씩 분위기를 즐길 겸 마시곤 하는데, 키네틱은 어떤가?"
"나도 마시라면 마실 수는 있지."
"…기계인데도 말이오?"
"…기계라고 못 마신다는 법도 없잖아? 애초에 내가 평범한 기계는 아닌 거, 형도 잘 알고 있을테고."
"허허, 그렇긴 하오. 한편으론 조금 궁금하기도 하군."
"어떤 거? 내가 취한 거?"
"그것도 그렇고, 취했을 때 다양한 변화가 궁금하네."
"뭐, 직접 보면 알겠지."
그냥 가기엔 아쉬우니까, 간단하게 술이라도 마신 다음 여기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다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술이라, 몸이 잘 받아줄 지 모르겠네.
검색했을 때 나왔던 곳으로 들어가서 여러가지 술들을 바라본다.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술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느낌이다.
이런 곳 아니면 돈 쓸 일이 어디 있겠어- 하는 마음에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술들은 잔뜩 모아놓는다.
"정말 이렇게 많이 마셔도 괜찮은 것이오?"
"내 걱정은 마시고- 어차피 마셔보고 싶은 걸 다 모아놓은 거 뿐이니까, 전부 마시겠다- 라는 생각은 없어."
"아깝지 않소…?"
"아까울 일이 뭐 있겠어- 지금까지 병기로 일하면서 얻은 것들은 이러려고 쓰는거지."
"흐음-…"
술들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로메로는 어떻게 술을 마시지? 설마…
"형."
"이번엔 무슨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나?"
"혹시 술 마실 때 덩쿨로 빨아당기듯 마셔…?"
"내가 물 마시듯 그렇게 마신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네."
"…세상에."
"그러는 키네틱은… 도대체 어떻게 마시는겐가…?"
"나? 그냥… 목 부분에 들이부으면 되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다만."
"덩쿨로 빨아먹는거나, 목 부분에 들이붓는거나 남들이 보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뭐, 이런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고.
처음에는 정석에 걸맞게 나름대로 분위기에 맞춰서 한 잔씩 마시는데, 누군가와 함께 마시니까 꽤 잘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서 예전 감각은 다 잊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뭐랄까, 형과 같이 마시니까 뭔가 더 잘 들어가는 느낌이야."
"허허, 그렇소?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형은 좀 어때?"
"뭐- 그럭저럭 마실만한 것 같소."
"나쁘진 않아서 다행이랄까-"
그렇게 계속 마시다보니까, 슬슬 제어가 안될듯 말듯 애매한 상태가 되었다. 더 마실까- 하다가…
…로메로가 계속해서 덩쿨로 빨아마시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미래의 상태가 떠올라서 일단은 바라보고만 있기로 한다.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긴 해도, 역시 그렇게나 많이 빨아마셨으니 취하지 않을리가 없지.
슬슬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는 로메로의 모습이 보인다. 나도 그렇게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로메로보단 낫다.
"키네틱…"
"…적당히 빨아마시는 게 좋을걸. 지금도 꽤나… 많이 취해보이는데…"
"자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나… 허허…"
"장미가 빨갛다고 해서 더 빨개진 얼굴을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라고."
그러자 내 말에 대답은 안 하고 일어나는 듯하더니 비틀비틀거리는 게 눈에 대놓고 보인다.
역시나- 하는 마음에 곁으로 다가가서 부축해주며 바깥으로 나간다. 어차피 여기서 할 일은 더 없어보이는 듯하고, 여기서 술을 더 빨아마시게 했다간 도무지 나도 어떻게 커버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하늘에 별이 밝게 빛나는 밤. 그럭저럭 앉아있기 좋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왠지 조금은 이렇게 있어야 될 것 같다.
"자네가 부축해주지 않아도…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네…"
"말은 잘 해요, 아주. 비틀거리는 거 다 봤거든."
"허허, 걱정해주는 겐가?"
"그렇게 취했는데 걱정이 안 되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러는 자네도… 좀 취한 것 같네만…"
"지금 형보단 나아."
로메로는 살짝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하긴, 취했는데 눈이나 제대로 뜨고 다닐런지.
그러자 덩쿨을 잔뜩 뻗어서는 나를 조금씩 그 덩쿨로 감아버리는 모습이었다.
…어, 잠깐.
"…형?"
"…"
그렇게 덩쿨로 완전히 감아서는 로메로 쪽을 향해 끌려가는 느낌과 함께 거의 서로 붙어있는 모습이 되었다.
뭐, 취한 것도 있고- 어쩌면 취한 와중에도 이러고 싶었던 어떤 마음이 있었던 것일수도 있지. 나름 이해한다.
그리고… 이렇게 있는 거, 나름 좋아하니까.
"정말, 제대로 취했다니깐."
"…아니라네…"
"아니면 이건 어떻게 설명할거야-?"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것일 뿐일세…"
"언제 형이 이런 깜짝 놀라는 일을 했는지 의문이지만- 뭐, 나쁘진 않은걸."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뭐랄까- 형의 자체적인 향기와 술 냄새가 섞여서 맡아지긴 하지만- 그 자체적인 향기가 굉장히 강했기에 술 냄새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나도 술 마셨는데 술 냄새 난다고 뭐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되겠네. 나도, 로메로도 술도 좀 깰 겸.
아마 자고 일어나면 로메로가 지금 이 모습을 보며 굉장히 당황하겠군.
"뭐, 일단은- 잠이나 좀 자두는 게 어때."
"자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뭔 소리야, 갑자기. 형에게 아쉬운 게 있었나?"
"흠…"
"정말 제대로 취했구만. 얼른 잠이나 자."
"흐음…"
"술이나 빨리 깼으면 좋겠다."
역시 술기운 때문인지, 좀 더 버티고 싶어도 바로 잠드는 로메로의 모습이다.
편하게 자고, 술기운 사라진 아침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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