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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일반

[기로로/도로로] 연휴에 심심해서 쓴 글 1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좀 색다른 옷을 입어보았다. 물론 내가 직접 입었다기보단, 한별이가 한 번 입어보라고 건네준 것 때문에 입은 것이긴 하지만… 한별이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나름 기분은 좋았다. 흠, 뭐… 한 번 호기심 정도로 입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다시 안 입으면 되는 거고. 혹시 나 혼자 입은건가 싶어서 소대가 모여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다들 똑같은(하지만 디자인과 색깔은 각각 조금씩 다른 것 같이 느껴지는) 옷을 입고 있었다. 듣자하니 오늘이 이 곳에서 「명절」 이라고 부르는 날이라고 하더군. 우리들은 딱히 이런 날이 있었나- 싶어서 챙겼는지 챙기지 않았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내는 명절이란 건 확실히 처음이라서 조금 긴장되기도 했달까.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을 왠지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음을 진정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서 바깥에 나와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나름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 조금 마음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가 오지 않을까 해서 바깥에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저 멀리서 파트너와 함께 이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병장이 보였다.


"병장도 옷을 입었군."

"오늘 특별히 입는 옷이라고 하기에, 소인도 한 번 입어보았소이다."

"잘 어울리는군. 그래서 바로 안으로 들어갈 예정인가?"

"살짝 옷에 적응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될 것 같소이다."

"나도 비슷한 상황인데, 같이 움직이겠나?"

"좋소이다! 잠시 같이 이 주변을 둘러보는 게 좋겠소이다."

"그러지. 우리들 말고도 이런 옷을 입은 존재가 있을지 궁금하군."


너무 멀리 가지는 않고 이 주변에서만 대충 둘러보며 길을 걷고 있는데, 평소에는 한적하던 거리가 오늘은 다들 모이기라도 하는지 복잡해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명절이란 건 이렇게 한적한 거리도 북적북적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날이었던 것인가. 사람도 많았지만 차들도 많아서 잠시 멍하니 있다간 이 지나가는 차에 치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다행히 차에는 치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음식같은 걸 파는 곳들도 명절이라고 조금 특별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병장이 적절하게 자제해주어서 욕심은 어떻게든 참아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병장이 조금 의문이 들었는지 우리를 쳐다보며 한마디 건네기 시작했다.


"어… 저기…"

"…? 무슨 일인가?"

"이러고 다니고 있으니 조금 부끄럽지 않소이까…?"

"저, 전혀…? 어차피 우리를 볼 수 있는 존재란 없을 테니까 말이지…."

"그러면서 살짝 부끄러워 하시는 것 같소이다만… 소인의 착각인 걸로 하겠소."

"착각…이 아닐수도 있고."

"어쨌든… 이제 돌아가는 게 좋겠소이다."

"그러는 게 좋겠군. 마침 연락이 오기도 했고 말이지."

"소인이 지름길을 알고 있으니, 잘 따라와주시오."


조금 길이 험난하긴 했지만, 그래도 옷을 더럽히지 않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확실히 옷을 계속 입고 있으니 좀 평상시에 행동하기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서도 어차피 이 옷은 명절 때에만 주로 입는다고 하니 큰 상관은 없을 듯하다.

그렇게 도착하자, 바깥에서 소대원들이 우리를 기다리다가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우리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만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이… 이참에 바깥에서 마중나와 주었으면 끝까지 맞아달라고.


"저럴거면 왜 나온건지…."

"아마 다들 이 옷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소이다."

"뭐, 그렇긴 하겠지. 얼른 가자고."

"먼저 들어가겠소이다."


그래… 뭐, 명절 잘 보내라고. 분명 잘 보낼 거라고 생각하곤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