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좋다. 달빛이 아래를 비추는 잔잔한 밤이 좋다.
예전부터 낮보다 밤이 좋았다. 그냥, 잔잔한 분위기가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지금의 나도 굉장히 남들에겐 시끄러운 편일 테니까.
하지만 그런 시끄러움을 오랫동안 만끽했다면, 그만큼의 조용하고 잔잔함도 충분히 느껴줘야 균형이 맞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끔은 조그만 언덕 위에 올라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다. 아마 오늘이 그 날일려나.
플루토도 이 곳이 어딘지 알고 있어서, 나를 보려고 여기까지 올 때도 있었다. 왠지 오늘도 이 곳으로 오겠는걸.
혼자 보는 밤하늘도 좋지만 플루토와 함께 보는 밤하늘도 좋지.
처음부터 플루토와 함께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물론 함께 올 때도 있지. 그런데 가끔 이렇게 본능적으로 혼자 올 때도 종종 있어서 말이야.
다행히 플루토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지 내가 혼자 이렇게 올라오는 날에는 플루토도 혼자 있거나 나를 보러 올라오거나, 그런 과정인 셈이지.
달빛은, 왠지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햇빛처럼 따갑게 만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희미한 듯하면서도 밝은 빛을 비추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남들에게 편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햇빛처럼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그 존재를 아프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어쩌면 정말로 누군가는, 나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겉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
그렇게 생각할 존재가 없진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쪽으로만 계속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만 있을수도 없겠지.
편하게 생각하자…
플루토에게 나는, 햇빛일까? 아니면 달빛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종류에 상관없이 플루토의 앞을 비춰주는 빛? 아니면 빛이 아닌 어둠?
아무리 플루토라고 해도 내 행동 중에서 어떤 것들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하겠지.
그래도 나의 어떤 행동이든 전부 다 편하게 받아주는 플루토가 고마웠다.
그렇기에, 나도 플루토의 모든 행동들을 전부 다 편하게 받아주고, 비슷하게 따라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플루토가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똑같이 플루토에게 그루밍을 해 준다던가… 그런 것들.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행동들일 테니까, 나도 그만큼 플루토에게 해주고 싶은 행동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플루토가 어떤 행동을 원할지… 고민이네.
나는 지금까지 플루토에게서 받은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해왔을 뿐이니까.
그래도 다 좋아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따라해준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기쁜 걸까? 그렇다면…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옆에 누군가가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플루토였다.
"오늘도 와주었구나?"
"옵시디언 혼자 외롭게 둘 수 없다."
"헤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외롭게 두고 와서 미안하니깐…"
"괜찮다! 플루토 길 잘 찾는다! 옵시디언 찾을 수 있다!"
"이 몸도 언제든 플루토가 어딨는지 잘 찾아갈 수 있거든-?"
키득키득 웃는다. 그러면서 같이 하늘을 바라본다.
"플루토는 낮이 좋아, 밤이 좋아?"
"옵시디언과 함께라면 언제든 좋다."
"…푸흐, 그게 정답이구나."
"그렇다-♪"
사실 플루토는 낮이든 밤이든 불안했을 것이다. 언제 다시 잡혀갈지 모르는 생각 뿐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잡혀가면 어떡하지…?
"…무슨 일이다? 옵시디언 떨고 있다."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헤헤…"
말은 그렇게 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지, 플루토는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말할까.
"내가 없을때, 갑자기 네가 잡혀가서 사라지면 어떻게 될 지… 그게 좀 두려워서."
"…"
플루토는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며 볼을 부빗거린다.
"그럴 일 없을 것이다."
"…그렇겠지? 절대 누가 잡아가려고 하지 않겠지?"
"어떻게든 옵시디언 곁에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어. 나도 플루토 곁에 항상 있을 테니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플루토의 뒤로 다가간 다음 살며시 팔을 뻗어 껴안아주었다.
커다란 박쥐날개라던지, 그런 것들이 있어서 뒤에서 껴안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다가 일단 시도라도 해 보자는 마음에 팔을 뻗어보았는데, 불가능하진 않았다.
뭐… 나도 그만큼 팔이 긴 편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팔 대신 날개가 있는데, 이 날개가 보통 팔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기도 하니까.
"옵시디언-♪"
"지금까지 플루토가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나도 해주고 싶었어. 나 혼자서만 받기엔, 너무 욕심이잖아?"
좋은 건 베풀어야 된다고 했던가. 그렇기에 나도 이렇게, 베풀어주고 싶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어디서든.
"애초에 내가 욕심이 많은 녀석인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플루토 앞에서는 그 욕심마저도 다 사라지게 되는 기분이야."
"플루토, 옵시디언 바꾸고 있다?"
"아마도? 물론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주고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 말라구-♪"
나는 어느 선에서 완전히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플루토를 보고 있으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곤 한다.
플루토의 행동에 따라, 그리고 그런 플루토의 행동에 반응하는 내 모습에 따라 조금씩 나도 현재진행형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아마 영원히 계속 바뀔 것이다. 그렇게 예전의 좋지 않은 행동들은 하나씩 고쳐지겠지.
그러길 바라고 있다.
정말로… 플루토가 어딘가로 잡혀가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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