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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옵시플루 (w. 쿠라야미)] 181013 -900-






"어라, 형?"

"뭐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거야?"

"그런 셈이지! 그러는 너도 같이 그 친구랑 산책 나왔나보네?"

"날씨도 나름 화창하니까!"

"안대!"

"내 모습을 안대로 기억하고 있나보네- 이 어둠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영광으로 알라구- 키히힛."



그런데 산책 나온 것 치곤, 표정이 더 싱글벙글에 가까운 모습이더라고? 저건- 분명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증거다! 좀 더 깊게 캐물어봐야지!



"헤- 산책이 진짜 목적이 아닌 것 같은데?"

"역시 형은 눈치가 너무 빨라서 거짓말같은 게 효과가 없어-♪"

"이 어둠은 다 파악할 수 있단다- 동생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금까지 이 몸이 뭘 했는지 이야기 못 할 거면서."

"그냥 말이 이렇다는거지! 진짜로 그걸 믿는거냐-?"

"설마 이 몸이 진짜로 다 믿을까봐-?"

"둘 다 특이하다..."

"키히히, 그런가?"

"나보단 형이 더 특이하지-"

"그래도 이 어둠은 나름 얌전한 편이지. 네가 더 특이하고."



둘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뭐 형동생 사이에 이런 말장난 정도는 다 이해해 줄 테니까! 그래서, 어떤 즐거운 일이 있었길래 표정이 그렇게 밝은 걸까나. 엄청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네 기분을 특별하게 만든 그 일이 뭐냐?"

"헤헤- 형은 지금까지 몰랐을테니 아마 엄청 놀랄걸-?"

"그러니까 뭐냐구우-"



녀석은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어떤 사진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서로 하트를 만들며 싱긋 웃는 모습이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호옹, 확실히 기뻐할만한 일이긴 하네! 이렇게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의미깊은 일이 오늘이라는 뜻일 테니까 말이야.

이런 사진은 언제든 찍어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 찍었다는 건 무슨 특별한 경우라도 있는 거겠지? 특히 사진이 여러모로 많이 신경쓴 듯한 모습이라서 말이야. 마치 누군가가 전문적으로 찍어준 듯한 느낌이거든.



"와, 이 모습은 처음 보는데. 둘 다 엄청 멋있는걸."

"헤헤, 고마워- 형!"

"고맙다!"

"평상시엔 이런 모습으로 자주 다닐 것 같진 않은데, 오늘이 특별한 날이니까 잠시 이런 모습이 되었던 거겠지?"

"맞아!"

"무슨 날인데에-?"

"그러니까아-"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싱긋 웃으며 녀석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이 900일이라서!"

"...허어, 세상에."

"반응이 왜 그래-"

"순간적으로 엄청 놀라서, 키히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났다는 것에 내심 정말로 순간 놀라서 말이 안 나왔었다. 확실히, 내 공백이 이렇게나 컸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공백을 이겨내고 이렇게 좋은 애인을 만나 잘 지내준 내 동생이 기특하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생각보다 엄청 오랫동안 잘 지내고 있었던 거구나-"

"그만큼 옵시디언 좋다!"

"정말 좋은 지금의 플루토를 만난 덕분이지!"

"예전의 네 모습을 생각하면 확실히 지금은, 많이 변했지. 좋은 의미로."

"내 생각에도 확실히 그런 것 같아-"



과거의 동생은, 참 이곳저곳 방황하던 녀석이었지. 그런 모습을 생각하다가 지금의 모습을 보니까 정말 거의 환골탈태에 가까운 모습이다. 저렇게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어준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이겠지.

나도 그걸 느끼고 있기에, 동생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동생이 나에게 전파해준 것일수도 있겠지.



"생각해보면, 너는 구원받았네."

"옵시디언이 플루토 구원해줬다!"

"아니지. 우리 친구가 동생 녀석을 구원해준거지."

"그렇다...?"

"그냥 공평하게 둘 다 구원받았다고 하자!"

"키힛, 그럴까나. 생각해보면 그렇기도 할 테니까."



각자 정확한 목표를 찾지 못한 채 주변을 방황하며 혼자서 쓸쓸히 버려진 상태로 지낼 수도 모를 상황이었을 테니까. 지금은 몰라도, 적어도 그 당시에는 확실히 그랬을 것이다. 자신은 언제까지 이렇게 다녀야 될 것인지, 미래에 대한 보장이 있을지- 같은 그런 고민들이 없진 않았겠지.


특히 듣기론 저 칠흑의 어둠을 닮은 친구는 실험체의 몸으로 연구소를 빠져나와 이곳저곳 피해다녔을테니, 정말로 불안함이 가득했을 거잖아. 언제 다시 잡혀갈지 모르는 일이고, 잡혀가서는 또 어떤 심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고.

동생 녀석도 막상 지금의 모습을 가지긴 했지만 그 이후론 정확히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게 무엇인지는 확실한 게 없었을 것이다. 그저 수집을 직업으로 삼으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저 칠흑의 친구를 만나 서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을 테지.


연인이자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멋있는 관계지.



"900일이라고 했지?"

"응!"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네자릿수를 찍겠구만. 그 사이에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기거나 그러는 거 아냐-?"

"...아니다!"

"형, 그렇게 저주하면 나도 형한테 저주내릴거다-?"

"저주는 무슨! 그냥 액땜이라고 생각하라구!"

"히히, 역시 형은 그렇게 나와야지-"

"계속 끝까지 가고 싶다!"



칠흑의 친구가 꺼낸 대답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냥 미소보단 피식 웃은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이것도 웃는 건 웃는 거니까!



"크크, 칠흑의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니 꽤 믿음직한데!"

"당연히 우리는 끝까지 갈 거야...!"

"그럼그럼. 서로가 서로를 믿는데, 이대로 헤어질 순 없지. 더 오래 가야지."

"그리고 형이라던지 다른 녀석들에게도 계속 자랑할거고!"

"푸핫, 역시 너답구나-"



그래- 그렇게 반응해야 우리 동생답지. 항상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계속 잘 지내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저 칠흑의 친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거야. 친구가 곁에 항상 있어줘야 그만큼 녀석도 힘을 낼 테니까. 아마 녀석도 그러기 위해 칠흑의 친구를 항상 신경쓰며 도와주겠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그런 모습이 계속 잘 이어지길 바란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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