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카타는 이제 어딘가로 가봐야 된다고 하면서 그렇게 언젠가 다시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나눈 뒤, 마스터는 여기서 하루를 마저 보내고 가자며 그렇게 말했다. 움직이기엔 조금 애매한 시간대이긴 하니까, 나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룻밤 보내기 좋은 장소를 찾고, 잠시 야경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마스터에게 얘기를 꺼낸 뒤 밖으로 나온다. 마스터는 알겠다면서 많은 것을 구경하고 오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아마 마스터도 내가 나온 뒤에 혼자서 다른 곳을 구경하고 있지 않을까?
새로운 장소에서 보는 풍경은 언제나 내 기분을 신기하게 만들어줬다.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데, 항상 다른 풍경이 눈에 보이니까 그 점이 나에게 신기하게 느껴졌달까. 과거에는 항상 움직이던 곳만 다니곤 했으니까...
완전한 자유라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새삼 조금씩 깨닫고 있는데도 이제서야 새롭게 깨달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양한 옷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물들을 보았다. 다른 존재들은 매일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건가. 너무 다양한 것도 가끔은 오히려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옷들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간 저렇게 다양한 옷들을 입게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저런 옷들을 또 다듬어야 된다는 게 문제겠지. 귀찮기도 할 테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바라보다가, 아래에서 나를 툭툭 건드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왜 하필 상반신도 아니고 하반신을 건드리는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고개를 살짝 아래로 내려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누군가를 보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라고 뒤늦게 깨달았다. 그건 그렇다치고, 왜 네가 여기에 있는거냐...?
“왜 네가 거기서 나와?”
“히- 그러게! 이 몸을 여기서 만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해달라구-!”
“영광은 무슨... 어쨌든 네가 여기서 나오는 이유부터 알고 싶은데.”
“의뢰라는 건 이곳저곳 다양한 세계에서 요청하는 법이니깐-”
“뭐, 그렇긴 하겠다만... 네 애인되시는 분은 어디다 두고?”
“당연히 이 몸이 마련한 장소에서 편하게 쉬고 있지! 혼자 두고 올까봐-?”
“...내 녀석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렇고말고...”
“키히, 알면 됐고!”
의뢰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랄까...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좋아보이면서도 은근히 멋을 살린 그런 가벼운 복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옷이 가벼워보이네. 움직이기 좋겠는걸.”
“헤- 그런가? 그러는 키네틱 옷도 멋있는데!”
“내 옷이...?”
“겉옷이 엄청 길어서 바람이 불면 꽤 크게 펄럭거릴 것 같은데, 이 몸이 그런 모습을 좋아하거든- 히히.”
“뭐, 그건 사실이긴 하지. 바람이 강할수록 무슨 망토마냥 펄럭거리긴 하니까.”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존재도 있구나. 마냥 남들에게 피해만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녀석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취향에 대해 조금 깨닫게 되었다.
조그만 녀석은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왜...?
“근데 왜 아까부터 여기서 저길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아, 뭐... 그냥, 다른 녀석들은 이렇게 많은 옷들을 보면서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건가- 싶어서.”
“하긴, 키네틱은 기계니까 항상 호기심에 가득차있는 상태인걸까나.”
“너도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나?”
“이 몸과 같은 종족은 안 입어도 되니까 상관없는데.”
“아... 그런가.”
살짝 머쓱해진 기분에 얼굴을 긁적거린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 녀석. 어떤 속셈이라도 있는걸까.
“...그래서, 아까부터 왜 그리 계속 쳐다보는 거냐고.”
“혹시 새로운 옷을 입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면, 이 몸이 도와줄까?”
“네가...?”
“물론이지!”
“네가 입는 옷이 나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물론 지금 모습 말고! 이 몸이 인간이 되었을 때의 체형이라면 조금 다듬어서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흠.”
비록 인간이 된다고 해도 나보다는 체형이 작겠지만, 그래도 나의 체형에 맞게 그 옷을 다듬는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듯했다.
“그럼, 부탁해도 되나...?”
“당연한 소리! 이 쪽으로 따라오라구-!”
앞장서는 녀석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자체적으로 옷을 다듬어서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같은 것이 잔뜩 모여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의외로 이런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건가...? 조금 놀랐다.
녀석은 무언가 뒤적거리더니 확실히 녀석이 인간의 모습이 되었을 때 입을만한 크기의 옷들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보아하니 녀석이 현재 입고 있는 그 옷과 똑같은데...?
“...뭐야, 똑같은 옷이네?”
“그럼! 인간이 되었을 때 입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나한테 줘도 되는거냐...?”
“괜찮아! 새로 다듬어서 하나 더 만들면 되니깐!”
“...손재주가 좋네, 너.”
“나름 깨달은거지! 자, 그럼 잠시만 기다리라구!”
녀석은 어디론가 들어가더니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내 앞으로 모습을 보였다. 그 짧은 시간에 옷을 다듬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웠던 것은...
“...내 체형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듬은 거냐?”
“눈으로 보면 대충 감이 잡히니까!”
“도대체 네 녀석은...”
“일단 입어보고 이야기하자구!”
그렇게 녀석은 나의 입을 틀어막듯이 옷을 건네고는 씨익 웃었다. 뭔가 녀석에게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다듬어준 옷인데... 일단 입어보긴 하자.
...
“헤- 아직 멀었어?”
“조금만 기다려. 뭐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빨리 보고 싶어서 그렇지-!”
이렇게 입으면 되나...? 녀석이 입었던대로 똑같이 입어서 밖으로 나와본다. 그러자 녀석은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그렇게 놀라운건가...?
“뭐... 어떠냐...? 괜찮아 보이냐?”
“오호! 나름대로 키네틱만의 매력이 있는걸!”
“평상시에 입던 거랑...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고...”
특히 몸이 분리되어 있는 모습이 옷으로 인해 가려진 게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나도 이런 옷을 입을 수 있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져서 조금 인상깊은 모습으로 남기도 했다.
“불편하진 않고? 분리된 신체를 거의 합치다시피한 옷인데.”
“괜찮아. 적응하면 되겠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거야- 히힛.”
“...”
이렇게 옷을 입었으니까, 마스터에게도 보여줘야겠지?
“...마스터에게도 보여주고 싶은걸...”
“마스터?”
“아, 너는 모를수도 있겠구나... 애인이자 마스터가 생겼거든.”
“호오오- 키네틱한테 애인이 생기다니! 놀라운데!”
“...그런가? 뭐, 그럴수도 있겠네...”
녀석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마치 나에게 응원을 하듯이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자아- 이제 그 모습으로 마스터에게 자랑하라구!”
“자랑...은 아닌 것 같지만... 뭐, 일단 가보긴 해야겠지.”
“새로운 옷은 당연히 자랑해야 뿌듯하지!”
그런가...? 뭐, 녀석의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얼른 마스터에게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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