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왔네...!”
“늘 그렇듯 일찍 오면 그만큼 의뢰가 쉬웠다는 뜻이지- 히히!”
“내가 갔으면 더 일찍 끝났을 텐데...”
“너무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에 신경쓰지 말라구- 이렇게 반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그러면 다행이야!”
청부살인도 아니었고, 물건 옮기는 의뢰도 아니었고- 그냥 간단하게 이야기 들어주는 의뢰였다. 이걸 의뢰라고 쳐야 되나? 뭐 어쨌든 나에게 요구를 했으니까 의뢰라면 의뢰겠지?
알다시피 이 몸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아하니까! 그래서 고민 해결까지는 못 해주더라도, 그저 누군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맞장구쳐주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정작 내 이야기는 남들에게 못 풀겠지만. 민폐될 것 같아서.
뭐, 그거랑은 별개로! 다시 플루토가 반겨준 걸로 돌아가서- 오늘은 출입문 앞에 무언가 특이한 게 있더라구?
알록달록하고, 윗부분에는 얼른 자신을 뜯어주길 바라는 듯한 점선 표시가 있는... 편지.
뜬금없이 갑자기 웬 편지? 게다가 보내는 사람 쪽에 이름이 없다.
“누가 보낸 편지일까-”
“옵시디언은 짐작되는 사람... 있어?”
“음, 글쎄?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는데.”
플루토에게도 없을텐데... 더 재미있는 건 받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플루토라는 점이었다.
“근데 이 편지, 나한테 온 게 아니고 플루토한테 온 거다?”
“...나에게...?”
“응. 그게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구.”
“누가 나에게 편지를 쓸까...?”
그러게. 누굴까. 플루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 표정을 찡그리며 의심스러운 말투로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언급했다.
“과거에... 나를 담당했던... 연구원...?”
“...이라기엔 편지봉투가 너무 알록달록한데?”
“역시 그렇지...?”
바로 안도하는 모습이다. 일단 편지는 받았으니 읽어는 볼까. 반송도 못 할 것 같으니...
“플루토가 직접 읽어볼래?”
“옵시디언이 먼저 보고 판단해주면 안 될까?”
“그래! 그럼 이 몸이 대신 받았다고 하고!”
나름대로 정성이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어서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열어본다. 봉투와는 다르게 편지지는 깔끔하게 특별한 무늬같은 게 없는 모습이었는데, 역시 아무래도 읽기 쉬우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선정한 게 아닐까 싶다.
자, 이제 내용을 읽어볼까.
“헤에- 흥미로운 내용인걸.”
“내가... 도움이 된 거야...?”
“그런 것 같네! 신기하기도 하고!”
“나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원래 자신이 의식하지 않을 때 다른 존재에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법이지. 오히려 의식할 수록 더 도움이 안 된대.”
“정말?”
“응! 그냥 자기 마음대로 지내는 것 그 자체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때가 있다나봐-”
소박하게 누군가를 돕는다던지, 뭐 그런 것도 있고- 꼭 무언가 큰 걸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떤 것들은 남들에게 도움이 된다고들 말하지. 나도 종종 그렇게 겪은 것들이 많은 것 같고.
이 편지는 플루토에게 도착한 편지니까, 플루토에게 정성을 담아 건네준다.
“잘 보관하라구- 히히.”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이라서, 기쁜걸...”
“다음에도 이런 편지가 오면 더더욱 기쁘겠는걸?”
“오면 좋겠네...”
아마 올 수도 있겠지.
이 편지가 사실은 내가 쓴 거라는 건, 그 쪽에게만 슬쩍 알려주는 비밀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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