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그 쪽의 이름은 무엇임니까?”
“네? 아... 그러고보니... 제 이름을...”
“아무리 단골손님이라지만 너무 치사한 거 아님까-”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럼, 제 소개도 하도록 하죠.”
정작 단골손님인데도 지금까지 제 이야기는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는 게 제가 생각해도 좀 놀랍군요.
그러니 이번엔 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헬리오 트로포스. 제 이름입니다.”
“줄여서 부르는 일이 많을 것 같슴다?”
“그렇지요. 헬리오트, 또는 트로포스라고 불리곤 한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검까?”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어느 쪽으로 부르든 저라는 건 알 수 있으니까요.”
‘헬리오 트로포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이름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혈석’ 이라고 아십니까? 그것의 이름 중에서 ‘헬리오트로프’ 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이 이루어지게 된 두 이름의 조합이라고 합니다.
검정과 빨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나름 꽤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마피아라고 하지 않으셨슴까?”
“네, 그랬었죠.”
“그렇다는 건... 악당임니까?”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친구가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악당이 되는 것이죠.”
마피아라고 무조건 다 성격 안 좋다고 생각하시면 조금 곤란합니다? 물론 저도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 될 때가 있기 때문에 성격이 안 좋아보일 때도 종종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단골 앞에서는 그런 모습 보일 일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했듯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계시니 악당은 아니지요.
“저는 보스를 맡고 있습니다.”
“손에 피 묻히는 거 싫어할 것 같슴다.”
“글쎄요? 보스가 직접 나서서 지키는 일이 있을수도 있죠. 예를 들면, 자와디 씨가 도적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케햐하핫! 그럴 때 엄청 듬직하게 느껴지겠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죠. ‘보스니까 손에 피 묻히지 않으려고 부하들이나 부려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음, 솔직히... 완전한 부정까진 못하더라도 예외는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필요한 물건을 구해주시는 자와디 씨가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만약에 자와디 씨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면, 제가 직접 나서서 그 위험을 다 떨쳐낼 것입니다.
명색이 보스인데,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마피아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에게 알려주실 수 있슴까?”
“어... 음... 다른 존재들에겐 비밀입니다?”
“케햣, 알겠슴다. 이렇게 보여도 입 무겁지 말임다-?”
"...그런가요?"
어느정도 관계가 깊다고 생각이 되면 완전 비밀로 해야되는 그런 정도가 아닌 것들이라면 살며시 알려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완전히 꽁꽁 묶여있는 그런 존재는 아닙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언젠가 알려질 것이라면 미리 알려주는 것 정도는 재밌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함부로 남들에게 퍼트리길 바라지는 않습니다만...
“자와디 씨도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시나요?”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도 저에게 다 경험이 되지 않겠슴까-”
“그렇군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스의 역할을 맡으면서 이곳저곳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역시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평상시에는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의 경험을 깨닫고, 언젠가 나도 그 곳에 가게 된다면 비슷한 곳을 갈 것이다- 라고 다짐하게 되죠.
최근에는 나름대로 임무들을 분산시켜 두었기에 제가 바쁜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여행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다닌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루고 싶은 목표같은 것을 가지고 있슴까?"
"...목표 말인가요?"
"그렇슴다!"
"없진 않죠.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 목표이지만..."
"어떤 목표인지 가르쳐 줄 수 있겠슴까-?"
"듣고 비웃기 없기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됨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피아치곤 꽤 특이한 목표임다?"
"마피아 생활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가끔은 평화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실직하는 거 아님까?"
"다른 직업을 찾으면 되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보스를 맡았으니 리더 역할을 맡는 건 쉽겠슴다?"
"그럴 확률이 높겠죠?"
유토피아- 라고들 하죠. 그 무엇도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 완전히 그런 장소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비슷하게나마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네, 저도 잘 압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직업이 이런 것에는 은근히 안성맞춤이지 않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부하를 이용해서든, 아니면 제가 직접 나서서든 어떻게나마 처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말이죠.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저도 그만큼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겠죠."
"혹시 생각하고 있는 거라도 있으신 검니까-?"
"귀찮게 하는 존재들이 있다면, 저에게 맡겨달라는 의미에서."
"대신 처리해주는 것임까아-?"
"그대의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저에게 살며시 얘기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직접 손에 피 묻히는 건 싫지 않습니까?
저야 뭐, 피 묻힌 게 한두번은 아니니까 제가 대신 손에 피 좀 묻혀드리도록 하죠.
…부담스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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