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상대 정도는 해 주마. 근데 일터는 안 돼.”
그 말을 듣곤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물론 이클립스 님에겐 제 표정이 보이진 않겠지만, 제 자신은 그런 표정을 지었다는 걸 기계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만큼 바쁜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은 제가 따로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로 기쁩니다.”
“다행이네.”
여전히 저에게 까칠한 반응이었지만, 늘 그렇듯이 저는 난데없이 등장한 인물이니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까칠한 반응도 조금씩 대화를 나누며 수그러들 수 있으니 더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입니다.
검정과 보라의 메카닉, 그리고 하양과 파랑의 메카닉. 무언가 반대되는 느낌인 듯 하면서도 잘 녹아드는 색의 조화라고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상한 부분에서 감성적인 걸까요?
그런 제 모습을 바라보며 좀 더 빤-히 바라보는 이클립스 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위험인물인 것처럼... 그렇게 바라보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뭐, 늘 말하듯이 저는 이클립스 님의 그런 행동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좀 물어봐도 되나?”
“네, 물론이지요. 저에게 궁금한 것이라도...?”
“뭐- 궁금한 게 없진 않지.”
“질문하시면, 제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래. 흠...”
제 팔, 정확히는 제 왼쪽 팔을 바라보셨습니다.
“그 쪽에 방패가 있는 것 같던데, 맞나?”
“그렇습니다. 홀로그램으로 온오프를 조절할 수 있는 방패가 있지요.”
“그 방패, 크기는 얼마나 되냐?”
“크기 말씀이십니까?”
그저 말로 ‘크다’ 라고 설명하기엔 어느정도의 크기인지를 표현할 수가 없으니, 어떤 사진같은 것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종종 방패의 크기를 표현해야 될 때가 종종 있어서 사진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에도 이 사진을 쓸 때가 되었네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단,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게 더 효과적이겠지요.”
제가 듣기론, 어떤 게임의 누군가라고 들었습니다만... 어쨌든 그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는 그 어떤 누군가가 거대한 방벽을 자신의 앞에 펼쳐두고 있는 모습이 있었죠.
“평소에는 팔 정도의 길이로 있거나 아예 꺼두지만, 사용해야 될 때는 이렇게 방벽을 펼쳐서 사용합니다.”
“호오, 생각보다 큰데.”
“이 방패로 그대를 지켜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에서 막아내려고?”
“음... 건물 철거라고 하셨으니, 잔해물을 막는 데에도 쓸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같이 일터로 갈 수 없다는 건 아쉽겠군.”
“그렇지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저희의 위로 잔해물이 떨어질 일도...”
거의 없지 않을까요...? 물론 저희들이 그 건물보다 작을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건물들보다 더 클 수도 있을 확률도 있지요.
“이클립스 님의 신체에는 멋있는 무늬들이 있네요.”
“그래. 네 눈에는 이 무늬들이 날카롭고, 무시무시해 보이냐?”
“네, 저에겐 그렇게 보입니다.”
“다들 겁먹어서 도망갈 정도처럼 느껴지나?”
“이클립스 님의 날카로움이라면, 그런 것을 느끼기도 전에 이클립스 님의 장난감이 되었을 것 같은걸요.”
“하, 그렇게 보인다니 재밌네.”
마치 어둠 속에 녹아있다가 필요할 때 튀어나와서는 조용히 암살을 할 것 같은... 그런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탱커에 가까운 모습이지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탱커와 암살자의 조합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앞에서 적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때, 이클립스 님이 조용히 그 적들을 찢어버리는 것이죠.
...음, 그저 저희들이 전쟁터와 같은 곳을 가게 된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라는 것을 상상해본 것일 뿐입니다. 그럴 일이 있...지는 않겠죠.
“일을 찾을 거라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찾아볼건데? 그 방패가 쓰일만한 일을 찾아보려고?”
“...있을까요?”
“하긴, 전쟁이라도 나가는 거 아니면 방패가 어디에 쓰일려나.”
“오히려 방패가 있으니 안전요원같은 것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디가드? 그런 거?”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처럼 키 크고 덩치가 크면... 뭐, 불가능하진 않겠다.”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위압감을 뿜어내기엔 참 좋을 듯합니다. 정말로 그런 쪽의 일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흠, 열심히 해 봐라. 그렇게 하면서 대화를 할 만한 흥미로운 일도 좀 만들어 보고.”
“네. 물론 그래야지요.”
“특히 너는 엄청 든든해 보일 테니까, 더 쉽게 인상적인 무언가를 남길 수 있겠지.”
“조언 감사합니다. 그렇게 남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건, 좋은 일일수도 있고 나쁜 일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좋은 일만으로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클립스 님에게는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은 마음입니다.
“잠시 이야깃거리를 더 생각해봐도 될까요?”
“그래라. 시간은 많으니.”
이클립스 님이 겉으로는 까칠하게 대하셔도, 마음은 그래도 너그러우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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