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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과거IF - 바이던트 / 메카닉 베드로] 200915

 


2020/09/09 - [메카닉] - [과거IF - 바이던트 / 메카닉 베드로] 200909


 

 

바이던트는 그 그림자 메카닉을 만난 이후론, 항상 순찰을 돌 때마다 남쪽을 담당했다. 다른 동료 메카닉들이 남쪽을 담당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림자 메카닉도 적당히 몸을 숨겼는지 딱히 동료들에게서 어떤 존재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바이던트도 그 그림자 메카닉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았기에, 그냥 동료들도 '처음에 남쪽을 맡았으니 계속 남쪽을 맡는 게 편한가보다.' 라고 생각만 할 뿐 딱히 다른 생각을 가지진 않았다.

 

 

"이번에도 남쪽 갈 거지?"

"그렇다."

"그래도 처음보단 남쪽도 이젠 평화로워져서 다행이야."

"하지만 항상 미래는 모르는 법이죠. 늘 조심하시길."

"그대들 걱정이 우선 아니겠나."

"우리들이야 뭐- 우리들이 알아서 잘 하니까!"

"오늘도 평화가 가득하기를."

 

 

문득 바이던트는 순찰을 하던 중 조금은 궁금해진 듯 혼자서 곰곰히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과정을 가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의문점은 '다른 메카닉이 올 때는 어떻게 내가 아님을 알고 몸을 숨기는 걸까?' 라는 점이었는데, 사실 다른 메카닉이 순찰을 돌 때 그 메카닉이 아예 그 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납득이 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 메카닉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었다면... 아무래도 그림자를 다루는 만큼 몸을 숨기는 것이 익숙했겠지, 라고 그것도 그런대로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메카닉과 처음으로 만났던 장소. 이번에는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잠시 쉬었다가 갈 겸 달빛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저번처럼 갑자기 누군가가 난입해서 자신들을 노리는 적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적군들은 대부분 물러난 상황이어서 그런지 고요한 적막만이 이 장소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바이던트에겐 시끄러운 분위기보단 이런 고요한 적막이 오히려 잘 어울렸기에 혼자서도 분위기를 잘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달빛과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며 잠시 혼자서 이런저런 부품을 다듬고 있던 중, 자신의 주변에 있던 그림자가 살짝 일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본 바이던트는 주변을 둘러보곤 누군가가 존재하는지 경계하듯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어느정도 누구인지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니까.

 

곧 머지않아 바이던트에겐 익숙한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이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옆에 있었던 것처럼, 꽤나 가깝게.

 

 

"어이."

"역시 그대였군."

"여긴 무슨 일이지?"

"이번에도 순찰이라네."

"또 순찰이냐."

"하지만 이 순찰 덕분에- 알고 있지 않는가?"

"...하여간, 그놈의 빚."

 

 

바이던트는 그런 메카닉, 베드로의 모습을 보며 살짝 푸흣, 웃었다. 웃음소리가 들리자 베드로는 표정을 찡그리며 날카롭게 바라보는 모습이었지만, 바이던트의 모습에 그러려니하며 한숨을 쉬듯 고개를 움직이곤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옮겨진 시선은 달빛 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

 

 

"...야."

"왜 그러나."

"이야기 좀 하자."

"그래, 무슨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베드로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중간에 끊고는 나를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전에."

"...?"

"이 것도 빚으로 들어가나?"

 

 

그런 베드로의 말을 듣고는 이번에도 살짝 웃었다. 이번에도 베드로는 표정을 찡그리곤 바로 목이라도 찔러버릴 듯한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지만, 바이던트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서로의 이런 자유로운 대화는 은근히 환영하는 모습인 것 같다.

 

 

"그럴리가."

"흠, 다행이네."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아하기에."

"...네가?"

 

 

마치 베드로는 눈빛으로 '허.' 하는 모습을 보이곤 고개를 살짝 까딱거렸다. 그런 바이던트의 모습이 꽤나 의외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어쨌거나 그런 고개의 까딱거림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눈빛도 원래의 평범한 눈빛으로 돌아온 채 마치 처음부터 바이던트를 보며 궁금했던 것마냥 바로 바이던트를 다시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질문을 꺼냈다.

 

 

"왜 동료와 함께하고 있는거지?"

"...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질문이었던 것마냥 바이던트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편으론 베드로가 비밀병기처럼 혼자서 다니는 메카닉이기에 조금은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잠시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더니 팔짱을 낀 채 베드로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혼자보단 여러명이 편하니까, 라고 할 수 있을까."

"어째서지?"

"그건..."

"역시 고철답네."

 

 

바이던트는 푸흐,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잘난 메카닉답군."

"그래, 내가 좀 잘났지."

"그나저나, 그대는 동료를 싫어하나?"

"글쎄."

 

 

베드로도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동료같은 게 없거든."

"있으면 편하지 않은가?"

"전혀."

 

....

 

"있어봤자 독만 될 뿐이야."

"동료가 없었으면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나?"

"이런 전쟁통에서 언제 갑자기 배신할지 모르는 판에, 어떻게 믿겠어."

"서로 함께하기에, 동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 거 필요없어."

 

 

꽤나 확고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베드로의 모습을 보며, 바이던트는 딱히 베드로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진 않았다. 각자의 생각이 다 있는 것일테니, 베드로에게도 그럴만한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 라고 조용히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뭐, 그대는 잘난 메카닉이니...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적어도 너같은 고철보단 훨씬 나으니까."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고철이지."

 

 

나름대로 농담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말을 꺼냈지만, 베드로는 그걸 진심으로 듣는 모양새였다. 그걸 진심으로 듣든 농담으로 듣든 바이던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확실한 사실이겠지만.

 

 

"...그래서."

"그래, 더 무엇이 필요한가?"

"당장 더 필요한 건 없어. 그냥..."

"흠."

 

 

마치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꺼내본 적이 없었던 말인 것처럼, 베드로는 조금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 자체부터 약간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었지만, 조금씩 부탁하는 것에 적응이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주 찾아와."

"푸흐, 이야깃거리가 더 필요한가보군."

"단순하게 그거 때문이니까."

"이런 고철이라도, 이야기할 상대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래, 이 잘난 메카닉의 이야기나 많이 들으라고."

 

 

사실 베드로도 바이던트가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그런 고철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처음에 고철이라고 불렀던 것에 바이던트도 장난스럽게 반응해주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이 이름으로 붙어버린 모양이다. 물론 고철과는 반대로 베드로 자신이 잘난 메카닉이라고 계속 부르는 건 아마 그만큼의 자신감이겠지만.

 

 

"바이던트라고 했던가?"

"그렇다만."

"흠."

 

 

베드로는 살짝 팔짱을 끼곤 시선을 굴리며 바이던트를 두리번거리듯 바라보았다.

 

 

"고철이라고 계속 불러도 되긴 하지만- 흠."

"후후, 특별한 이름이라도 지어줄 생각인가?"

"고철을 위해 이 잘난 메카닉이 특별히, 말이지."

 

 

'물론 매일 부를 건 아니지만.' 이라고 덧붙이곤 살짝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바이든."

"나쁘지 않군."

"마음에 들면 다행이고."

"그러면 이제 나는 그대의 동료인건가?"

"...헛소리는 하지 말지?"

 

 

베드로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라지고 살짝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이던트를 바라보았다.

 

 

"그냥 잘난 메카닉의 특별한 호의라고 생각하던지."

"그래. 참 고마운 호의군."

 

 

서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가, 베드로가 먼저 일어나곤 그 이후 바이던트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각자 자신의 신체를 툭툭 털어내며 살짝 다시 바라보는 두 메카닉.

 

 

"...오늘도 한 소리 듣겠군."

"다음에 또 만나길."

"망가지지나 말라고, 고철..."

 

...

 

"...이면서 동시에 바이든."

"그러도록 하지."

 

 

자신의 그림자를 묵직하게 조종하며 모습을 감추는 베드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바이던트도 원래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