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6 - [CotL] - [Cult of the Lamb / 창작 캐릭터] 크로셀 (Crocell)
...아,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분이니까, 제 소개부터 먼저 하는 게 좋겠죠?
저는 사실 제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질 않... 아, 주인님께서 새로 지어주셨는데 제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이름을 받았는지도 까먹곤 하네요. 제 이름은 '크로셀'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주인님께서 새로 이름을 지어주셨다는 점에서 조금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문을 해소해드리기 위해서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차근차근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형제자매님의 의문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누구를 주인으로 삼고 있는지?
뭐, 어떤 이야기든 다 괜찮으실 것 같은 분위기지만요. 그럼, 잠깐 옛날 생각을 해야겠네요. 그닥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없진 않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저는 사실 다른 주교의 교단 아래에서 생활하며 지내던 존재였습니다. 어떻게 그 주교의 교단에 들어가서 입교하게 되었는지도 말해야겠죠? 원래 다른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아가곤 했습니다만, 성전을 다니던 도중 이교도들에게 단체로 붙잡혀서 그대로 제물이 될 위기에 처했답니다. 그러다 그 교단에서 모험을 좋아하는 추종자들이 와서는 이교도를 설득하여 그렇게 입교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제물이 될 존재를 그렇게 쉽게 넘겨주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투를 통해서 이교도를 전부 처치하고 그렇게 교단으로 데려오는 일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들을 잡았던 이교도는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저희들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뇌물로 받았는지 순순히 저희들을 그 추종자 분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뭐... 아무튼 잘 된 일 아니겠습니까? 서로 피도 안 보고 평화롭게 잘 넘겼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저희들은 그 교단에 입교해서 믿음을 가지고 다른 분들에게도 복음을 전파하며 즐거운 삶을 보냈답니다.
...그렇게 늘 즐거웠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늘 행복할 것만 같던 그런 교단 생활도 조금씩 분열이 되는 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추종자들 내에서 생긴 문제로 인한 분열이라기보단... 이 곳의 지도자님에 의한 분열이어서 저희들이 막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추종자들 내에서 생긴 문제였다면 어떻게든 지도자님이 나서거나 저희들이 의견이라도 낼 수 있었을 텐데, 지도자님이 그렇게 되어버리셨으니 저희들이 어쩔 방도가 있겠습니까.
이쯤되면... 제가 어떤 주교의 교단에 있었는지 슬슬 감이 오시겠죠? 아무튼 그렇게 지도자가 저희를 포함한 다른 주교들마저 배신하고 유일한 신이 되려는 행동을 보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도자는 다른 곳에 봉인되었고, 그 지도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저희 교단은 다른 주교들의 교단원이나 이교도에 의해서 하나둘 제물로 바쳐지는 등 흔적을 '지우는' '청소부'가 되어 저희들을 '청소'했답니다.
그렇게 청소되는 과정에서 저도 다른 가족들을 신경썼어야 했는데, 정말 정신차릴 시간도 없이 교단에 들어와서 청소를 해버린 탓에 제대로 챙길 시간마저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목숨을 건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었죠. 사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청소되는 게 나았을지도- 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그동안의 삶이 쉬웠던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참 삶이라는 건 복잡하긴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 교단이 있었던 곳에 갔을 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죠. 그저 폐허처럼 부서지고 망가진 흔적들만 남아있을 뿐. 그런 흔적들을 뒤적거리며 조금이라도 온전한 게 남아있을 지 찾아보긴 했는데 역시나 헛수고였습니다. (청소부들이 참 이름값하듯 깔끔하게 청소를 했더군요.)
그런 흔적들 사이에서 어렴풋이 보였던 가족들의 흔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 곳에서 청소되었겠죠. 만약 제가 거기서 침착하게 대처했더라면 가족들 중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침착하게 대처했더라도 결국 저도 가족들과 함께 청소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가족들은 저를 원망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저라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까요? 한편으로는 사실 그 가족들도 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가 제가 없는 걸 보고 절망했을까요? 괜히 이런 부분에서 상상력을 자극해봤자 의미가 없는 건 알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이런 기억들 뿐이니까요.
뭐- 또 모르잖아요? 미처 챙기지 못한 흔적만 거기에 남겨둔 채 다른 곳에서 건강히 잘 살아가고 있을지. 마치 지금의 제가 과거의 지도자님을 다시 만난 것처럼.
떠돌이 생활은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험난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교단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닌다는 건 그만큼 어떤 피해를 입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감수해야 되는 일이고,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도 각오하고 다녀야 되는... 어쩌면 목숨을 걸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렇게 목숨을 걸고 다니는 게 한편으로는 짜릿하고 스릴넘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당시에 버섯이라도 먹었는지 좀 미쳤었나 봅니다.
제대로 치료를 했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흉터라던지, 그런 것들을 통해서 제가 험난한 삶을 지냈을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런 삶을 지내며 떠돌아다니던 중 어떤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자의 선택을 받은 어린 양이 결국 기다리는 자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라는 소문이었죠. 이전부터 어린 양에 대한 소문은 꽤나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강렬한 소문을 듣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답니다. 사실 '기다리는 자'에 대한 정체는 그렇게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 사이에서는 많이 퍼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존재가 누구인지는... 교단 자체의 배신을 당한 존재라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소문을 듣고, 흔적의 뒤를 밟아 어린 양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어린 양은 그런 상처투성이의 제 모습을 보며 조금의 고민도 없이 어린 양의 교단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단에서 입교 과정을 거치기 전 잠깐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을 때, 저 멀리서 보이는 그 '기다리는 자'를 목격할 수도 있었죠.
...제가 그렇게나 찾고, 이름처럼 '기다렸던'... 과거의 교주님이자 주인님이었던 그 분을.
입교 과정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그 분에게 다가가서는 말을 꺼냈습니다.
"주인님."
그 말에 고개를 돌아보는 '기다리는 자'는 저를 보자마자 크게 놀라며 말을 잇지를 못하시더군요.
"너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저는 곧바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를 구원해주신 분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한 번이라도 구원을 받은 자는, 그 은혜를 잊지 않으니까요.
나의 주인, 나린더이시여."
그를 보자마자 바로 이렇게 반갑게 맞이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드러낼 수도 있겠죠. '분명히 자신의 교단을 버리고, 자신의 다른 주교들마저 버리고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던 자를 그렇게 다시 친근하게 맞이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은 누구나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님은 어린 양에게 제압당하고 그런 힘을 잃었죠. 그렇기에 저는 다시 주인님을 '과거에 교단을 이끌던 그 시기'의 주인님처럼 대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 때처럼 다시 교단을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 힘을 제압할 어린 양이 있으니까요.
사실 결론적으론, 제가 다시 제 주인님을 섬기겠다는데 다른 존재의 시선을 신경 쓸 이유가 없죠.
다시 주인님을 맞이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전처럼,
그 때처럼,
제 모든 것을 주인님에게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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