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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of the Lamb (2P AU)] 221027 -라타우 / 레쉬-

 

 

 

 


 

 

 

빛 속의 존재와 만나고 교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조금씩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누군가를 밤이 시작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생각이 다시 복잡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정신을 차리며 앞만 보고 다가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혼돈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 때까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노을이었던 하늘이 어느새 까맣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근처에 편히 쉴 수 있는 공터에서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한다. 다른 존재였다면 이렇게 바깥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어린 양에게는 생명의 권능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이겨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딱히 잠이라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몸이라는 것도 그렇게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에 큰 영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교단에 가면 어떻게 그들에게 인사해야 할까, 교단에서 자신을 보며 무서워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교단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새 달이 머리 위에 떠올라 온 세상을 은은한 달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적군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었다.

갑자기 왜 적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다면,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의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 이게 누구신가."

 

 

익숙한 실루엣에 걸맞는 익숙한 목소리. 그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어린 양을 바라보았다. 어린 양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경계 태세를 취했으나 그런 모습을 본 익숙한 존재는 큭큭 웃으며 마치 항복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싸워서야 되겠나. 그건 너무 비겁하지. ...뭐, 비겁한 걸 일상으로 여기는 존재가 이런 말을 하니 더 거짓말처럼 들리나?"

 

 

솔직히 어린 양은 그 말을 쉽게 믿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게 느껴지긴 했는지 조금씩 경계했던 것을 수그러뜨렸다. 하지만 완전히 자신에게 다가오지는 말라는 듯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했고, 그 존재도 알고 있다는 듯 더이상 다가오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아마 어린 양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더 다가올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적어도 미리 경고하는 것이 어린 양에겐 더 나을 테니까.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근처의 바위에 앉으며 어린 양의 모습을 관찰하는 그 존재.

 

 

"그나저나 이렇게 다시 살아나다니, 역시 생명의 권능이란 참 대단하지 않나?"

 

 

이교도의 무리에 있으면서, 어떻게 생명의 권능에 대해 알고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모습을 보곤 "아, 그래." 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마 그것도 알고 있었겠지. 원래는 네가 완전히 왕관을 물려받을 예정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미련이 너무 많았어서 말이지."

 

 

자신의 왕관을 손으로 가리키며 약간은 사악하게 웃어보이는 존재.

 

 

"아, 물론 너처럼 처음부터 힘이 없었다면 이해할 수 없겠지. 힘을 가져본 적 있었던 존재가 힘을 잃어버리는 건 정말 허전하니까. 그래서 난 그 힘을 잃기 싫었다."

 

 

그렇다고 그걸 혼돈으로 바꿔서 이 세상을 전부 가지려는 건 아니지 않냐며 약간 항의하듯 말을 꺼냈지만, 그 말을 듣곤 코웃음을 치며 "역시 힘을 가져본 적 없는 자의 모습답군." 이라며 어린 양을 바라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굳이 어린 양이 아니더라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을 테지만.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하지.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나?"

 

 

잘못된 일이라고,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어린 양은 그렇게 대답했다. 모든 것을 파멸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 결국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없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했지만, 역시 그 대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는 모습이었다.

 

 

"왜 모든 것이 파멸로 돌아가면 나에게는 도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다른 곳은 파괴되었을 수 있더라도, 내가 이끄는 이 무리만큼은 아무런 파멸도 없을 텐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잇는 존재.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이 세계다. 다른 곳은 파괴되었으나, 이 곳만큼은 파괴되지 않은 세계. 그렇기에 모두가 이 곳에 하나둘 모여들어서 내가 진정한 왕이 되는 세계."

 

 

어린 양도 어쩌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그 존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자신만의 세계만 온전히 남아있다면, 좋든 싫든 다른 존재들은 그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기 마련이었다. 누군가는 그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생활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파괴된 세계에서 떠돌이 생활로 오랫동안 살아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테니. 그렇기에 더욱 이 세계가 혼돈으로 가득 물들지 않도록 더욱 마음을 잡게 되는 듯했다.

그런 어린 양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존재.

 

 

"그러고보니, 내 소개를 했던가? 하긴, 굳이 내 소개를 들을 필요도 없이 나의 제물이 되었으니 들은 것도 없겠군."

 

 

이미 라투나 빛 속의 존재를 통해서 들은 것이 있지만,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특히 라투의 경우 이걸 알렸다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기도 하고, 그가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 조용히 그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타우."

"이 세상을 혼돈으로 집어삼킬 이 위대하고도 위대한 나의 이름이니, 잘 기억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그렇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하곤, 하늘을 바라보더니 곧 태양이 떠오를 것임을 눈치챈 듯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는 라타우였다. 아무래도 남들에게 모습을 보였다간 자신의 계획이 어떻게 꼬여버릴지 모르니 조용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모습에 가까워보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만났을 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을테니 잘 각오하고 있길 바라지.

어린 양."

 

 

지금도 각오는 이미 되어 있었지만, 그저 조용히 라타우를 보내주는 것으로 어린 양은 자신의 대답을 건넸다. 라타우는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겼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둠은 온전히 사라지고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런 어둠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가, 어린 양도 자신이 원래 가려고 했던 교단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린 양이 가려고 했던 교단은 다행히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어쩌면 라타우도 저 교단을 노리고 이 곳에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교단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니 그냥 단순히 교단의 상황만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가 자신을 만났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교단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그 교단에서 생활하는 추종자들이 어린 양을 바라보며 환영해주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형제님이신가요?", "질서의 교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여러 추종자들의 환영 인사를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인사를 해 주는 추종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이 교단을 담당하고 있는 주교라는 것을 어린 양은 눈치챌 수 있었고, 어린 양을 마주한 주교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어린 양을 맞이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린 양."

"질서의 교단의 주교, 레쉬입니다."

 

 

냉정하고 차갑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어쩌면 모순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접 들어보면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레쉬의 모습에 어린 양은 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점에 대해 궁금해했고, 레쉬는 무덤덤하게 그 질문에 대답했다.

 

 

"기다리는 자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교단을 바라보며 필요한 정보들이나 권능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린 양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어린 양은 역시 생명의 권능을 가진 자에 걸맞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세계에서 모두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레쉬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일을 맡기고는, 다시 사원으로 돌아가며 어린 양에게 말을 꺼냈다.

 

 

"부디 이 곳에서 편히 쉬다 가시길 바라며, 어느 정도 교단을 다 둘러보신 이후에는 사원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교단을 둘러본 뒤 사원으로 와 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 양을 보며 "이교도에 대한 이야기와 대책에 대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라고 답하는 레쉬. 그 말에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낙원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니, 이 교단의 추종자가 된 기분을 다시금 느끼며... 어린 양은 교단을 둘러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