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3 - [CotL] - [COTL & EOTL / 2P 크로셀 & 1P 나린더] 221023 -2P C-
"..."
마치 오랜 시간동안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그런 이질적인 느낌의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그런 꿈처럼. 여전히 비몽사몽한 느낌과 함께 눈을 떠보니, 이 곳은 내가 알고 있던 교단과 풍경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쩌면 꿈이 아니고... 실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곳으로 오게 된 걸까? 본인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중,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도 대충 형태를 눈치챌 수 있었는데... 누가 봐도 주인님과 비슷하게 생긴 존재였다.
"...주인님?"
하지만 비슷하게 생겼을 뿐, 내가 알고 있던 주인님과는 몇몇 부분이 다르게 느껴졌다. 밝은 빛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옷도 마치 주교 시절의 주인님을 보는 듯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 주인님 같으면서도 낯설게 만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이미 다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처럼, 주인님과 비슷한 또다른 주인님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내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눈을 뜨셨군요. 크로셀."
"...제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분명 모습은 조금 다르더라도 주인님은 주인님이니까 내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질문에 가볍게 미소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 주인님의 모습이 보인다.
"저에게도, 당신과 비슷한 존재를 추종자이자 연인으로 삼고 있답니다. 아니, 또다른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긴 합니다만... 여전히 참 혼란스럽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저희들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잠시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다시 나에게 맞추는 주인님.
"제가 알고 있던 당신과, 또다른 당신이... 서로 위치가 바뀌어버린 것 같군요."
"도대체..."
주인님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평소보다 더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서로 위치가 바뀌는 게 가능한가, 싶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당장은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이 곳에서는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기에 이번에는 내가 주인님에게 또다른 질문을 꺼내본다.
"그러면... 이 곳은 어떤 곳인지, 또다른 주인님께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이 곳은..."
이야기를 들으며 이 곳도 꽤나 굉장한 곳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모두가 평온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자, 유일한 이교도의 무리가 혼돈을 일으켜 모든 것을 파멸시키려고 한다는 곳... 내가 알고 있던 곳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디서나 이런 혼돈은 한결같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가 이것저것 주인님에게 질문을 꺼냈고, 주인님도 그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내가 살고 있던 세계는 어떤 상황이냐며 역으로 질문을 꺼낼 때마다 같이 대답을 해 주는 등,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짧게 끝날 줄 알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을 꺼내고 대답을 주고받다보니 꽤나 이야기가 길어졌고 자연스럽게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해가 가라앉으려고 하는 것이 보였고, 주인님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곤 나를 바라보았다.
"이 곳에 계속 있기엔 위험할 것입니다. 이교도들은 여전히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원래의 장소로 돌아갈 때까지, 언제든 힘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허락을 받아야 될 것만 같은 그런 질문.
"당분간 이 곳에 있는 동안, 당신을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나의 질문에 주인님은 다시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미 나를 자신의 추종자이자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원래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이 곳의 존재들은,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거부감 없이 부르니까요."
"그렇군요. 그렇다는 건... 각 교단의 주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들을 이끄는 주교들과 아래에서 살아가는 추종자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좋은 곳이네요. 뭐, 원래 제가 있던 곳도 비슷하긴 하지만요."
원래 있던 곳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주인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그 곳에 대한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주인님?"
평소의 나긋한 모습에서 느껴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내심 고민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마치 무언가 각오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곳의 저는, 무엇을 하였는지...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
원래의 주인님에 대한 이야기를 이 곳의 또다른 주인님에게 들려주는 것이 맞는 일인지 조금은 고민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또다른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듣고 싶은 건 나였어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들려줘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고 주인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일한 신이 되고 싶었던 주인님은, 다른 주교들을 봉인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하수인을 이용해 그 주교들을 죽이기까지 했죠. 결국은, 그 하수인에게 패배하여 자신마저도 힘을 잃었지만."
"...그렇군요.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했던 죽음의 지도자,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인님이 하신 말씀 그대로입니다.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했다가, 모든 것을 다 잃고 파멸에 다다르고 말았죠."
주인님은 죽음의 권능을 가졌으니, 이 곳의 주인님은 반대로 생명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 겉모습으로 보더라도 충분히 그런 느낌이 들긴 했었는데, 주인님께서 스스로를 소개하며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이 곳에서의 저는, 생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모두를 생각하며 신경쓰고 있는 것이겠군요."
"저뿐만이 아닌, 모든 주교들도 같이 힘을 합쳐 모두를 돕고 있으니... 이 점은 그 세계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만약 이런 모습을 원래의 주인님께서 목격하게 된다면, 참 기묘한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아마 원래의 주인님께서 이 곳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의 주인님도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더 시간이 늦어지면 안 될 것 같다면서 같이 움직이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으며 조금씩 새로운 공간에 대해 한가득 담아두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할 곳이 조금 불편해도 괜찮습니까? 크로셀."
"어떤 곳에서든 다 살아남은 적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주인님."
분명 어떻게 돌아가야 될 지를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긴 한데... 당장 그걸 생각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이 곳의 상황을 좀 더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니까.
이 곳에서 잠시 실례하게 될 주인님과 함께, 조금씩 이 세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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